깨고 보니 겨울잠이었나

일상은 늘 무겁다

by 박 스테파노

간만의 늦잠 끝에 일어나 언제나 부스스 치켜 일어선 머리털을 빨아 누인다.


오랜만에 돌려 보는 티브이에서는 참혹한 일상의 비극은 자취를 감추고, 애써 구한 기일의 미룸 덕분 낡은 내 모습을 마주하고 있다 보니, 불완전한 비자발적 실업 상태의 불안감은 미처 스며들지 않고, 결과가 마냥 늘어지는 일과도 그저 한 번의 롤러 코스팅이라 자위하는.. 그런 봄의 한가운데 서 있다.


이제야 길고 긴 겨울잠에서 깨어났다.

음울한 깊고 깊은 겨울 바위 동굴에서 나와 실로 몇 년 만의 봄바람을 마주 한다.


뿌연 백태가 벗어진 두 눈을 들어 벗어난 동굴을 들여다본다. 그곳에 있는 것은 아롱다롱 아름 다운 꽃밭이 아니라 얼룩덜룩 번들거리는 뱀의 비늘이었다. 미련도 연민도 동굴 속에 던져 버린다.


세상의 큰 사건 중에도

내 오래된 가려움증은 의도되지 않는 긁적임을 반복시키고 다달이 날아오는 청구는 변함없듯이, 일상이라는 것은 그렇게 조용하고 무섭게 삶의 대부분을 채워 간다.


그렇지.

다시 일상으로 돌아 가 각자의 소중한 삶을 채워야겠지.


그 작고 조용한 일상을 바꾸고 싶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선 내 삶이 바뀌어야 하고, 그 삶을 채우는 일상의 변화가 필요할 테니.


산 너머 산을 마주하여 털썩 주저앉고 싶을 때.

그 작은 변화된 일상을 꿈꾼다.


굽이 굽이 오르막길이겠지.

하지만 이제 다시 걷고 있지 않는가.

다시 힘찬 발걸음을 꿈꾼다.

경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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