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조의 종이 재활용
뉴스 issue, News 있슈 (6)
https://news.v.daum.net/v/20220119150600438
-요약(News briefing)-
조선시대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그림인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 뒷면에서 1840년 과거 시험 답안지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창덕궁 인정전의 일월오봉도를 2016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보존 처리를 진행하던 중 병풍의 틀에서 과거 시험 답안지인 시권(試券) 27장이 여러 겹 포개어 붙여진 사실을 확인했다.
-SBS <뉴스 포착> 요약 발췌-
-주목할 단어(Key word)-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
: 조선시대 궁궐 정전의 어좌 뒤편에 놓였던 다섯 개의 산봉우리와 해, 달, 소나무 등을 소재로 그린 병풍. 오봉병·일월 오봉병·일월오악도·일월 곤륜도의 별칭이 있고, 왕의 권위와 존엄을 상징하는 동시에 왕조가 영구히 지속되리라는 뜻을 나타냄. (한국민족문화 대백과)
https://m.terms.naver.com/entry.naver?docId=537233&cid=46660&categoryId=46660
*시권(試券)
: 과거 응시자들이 제출한 답안지 혹은 채점지를 지칭하는 용어. 시지(試紙) 또는 명지(名紙)라고도 한다. 시권의 종류는 시험의 종류에 따라 제술(製述) 시권, 강서(講書) 시권, 사자(寫字)·역어(譯語) 시권으로 나누어 짐. (한국 민속문화 대백과)
https://m.terms.naver.com/entry.naver?docId=559641&cid=46622&categoryId=46622
* 종이
: 식물성 섬유를 원료로 하여 만든 얇은 물건. 주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인쇄를 하는 데 씀 (국어사전)
-그런데(Issue finding)-
왕의 집무 공간에 설치된 일월오봉도는 창덕궁 인정전을 비롯해 경복궁 근정전, 덕수궁 중화전에도 설치되어 있음.
시험 답안지가 발견된 인정전 일월오봉도는 어좌(御座·왕이 앉는 자리) 뒤에 있던 4폭 병풍으로 크기는 가로 436㎝ · 세로 241㎝.
일월오봉도의 화면이 일부 파손되거나 안료가 들뜨고 병풍이 틀어지는 등의 손상이 진행되자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가 2016년 전면 해체하고 지난해까지 보존 처리.
'종이를 재활용했다'는 점을 통해 당시 종이 물자가 부족했음을 추론할 수도 있음.
이처럼 조선 왕실에서 과거 시험 답안지를 재활용한 사례는 적지 않음; 지난해 전통 예복 '활옷' 속에서도 1880년 과거 시험 답안지가 발견된 바 있음.
이번 일월오봉도 보존처리 보고서는 보존처리 과정을 소개한 글과 사진 외에도 '인정전 일월오봉도 변형과 전통 장황에 대한 고증', '인정전 일월오봉도의 과학적 분석'에 관한 논고가 실렸음. [PDF 파일 내려받기] 창덕궁 인정전 일월오봉도 보존처리 보고서
-뒷담화(Back briefing)-
시권의 구입은 중국과 달리 원칙적으로 응시자 본인이 부담. 시권은 크기와 품질이 일정한 규격에 맞아야 했다. 또한 격식에 맞추어 봉미(封彌)한 뒤에 제출. 제출된 시권은 검사관(檢査官: 주로 搜挾官)들이 일일이 규격에 맞는지를 조사한 뒤 답인(踏印)하여 응시자에게 되돌려 주어 응시.
응시자가 시권을 구입하고 제출했기 때문에 개인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서 시권의 품질이 다를 수 있었음.
경국대전이나 기타 법전에는 시권의 품질을 따로 규정해 두지는 않았으나 하품(下品)의 도련지(濤鍊紙)를 사용하는 것이 상례. (아주 사치스러운 시권은 시관이 불살라 버리거나 당사자를 적발해 치죄하는 등 빈부에 따라 시권의 품질이 달라지는 경우를 되도록 억제.)
시험 결과가 발표되면 시권은 합격 시권과 낙방 시권, 낙폭(落幅)으로 분류.
합격 시권은 뒤에 합격증서인 홍패(紅牌)·백패(白牌)와 함께 영광의 상징으로서 본인에게 돌려줌. 그러나 합격하지 못한 시권, 즉 낙방 시권은 일괄적으로 호조에 옮겨져 여러 가지 용도로 쓰임. (한 예로 중종실록에는 함경도 절도사가 빈한한 군사들에게 낙폭(落幅) 시권으로 옷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하는 사료도 있음)
기원전 2세기부터 종이 제작법이 개량되고 출판의 활성화로 종이의 생산과 쓰임은 크게 늘어났으나, 중국에서도 관청이나 상류층만이 사용할 수 있는 비싼 물품.
송나라는 관청의 폐지를 팔아 회식 비용으로 쓰는 것이 관례. 청나라 때에도 짠돌이 옹정제는 일반 문서에서 이면지 재활용을 권장. (별 쓰잘데없는 글을 보면 '종이가 아깝다'며 글쓴이를 욕했다고 함. 신하에게 받은 검은 글씨 빼곡한 밀지에 문장마다, 단락마다 댓글을 달던 옹정제의 트레이드마크인 빨간펜, 아니 빨간 붓 역시 종이를 아끼기 위한 노력의 일환-빨간펜의 효시)
한국도 고대 문서인 민정 문서나 제2신라 문서 모두 공문서 종이를 불경의 커버, 유기그릇의 포장지로 재활용해서 지금까지 현존, 조선 역시 한 번 쓰고 필요가 없어진 공문서를 물에 씻어 말린 뒤 재활용하는 것이 일상.
이슬람 문화권으로의 전파된 후, 793년 즈음에는 바그다드에 공식적인 제지 공장이 만들어졌고 이것이 약 900년대에 들어서 이집트로 유입된 후 1100년대에는 유럽까지 전파됨.
영어 Paper는 파피루스에서 유래했으나 (인도-유럽어에서도 비슷한 이름) 종이가 파피루스와 비슷하게 생겨서 그런 것뿐이니 별 상관은 없음.(서양놈들이란)
종이도 가공에 따라서는 금속 못지않게 강력해질 수도 있음; 조선시대에 실제로 지갑(紙甲)이라 하여 질긴 한지를 여러 장 겹쳐서 만든 방어구가 존재.
전투기도 종이 섬유를 도입해서 사용; 외장은 타이타늄이나 알루미늄, 철 등을 사용하지만, 내장재로 압착 종이 섬유를 사용하여 방어력을 높임. (중량이 가벼워야 할 필요가 없는 민항 비행기에는 종이 섬유를 안 씀; 화재의 이유)
용법에 따라 충분히 강해질 수도 있음은 실생활에서도 흔히 쓰임: 일본의 자부심"골판지". 종이호랑이라는 표현도 경우에 따라 달라질 수도.
2020년대의 아마존, 쿠팡 등의 대형 전자상거래 회사의 성장과 코로나의 유행 때문에 종이 수요는 더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해서 제지업체의 매출과 주가를 수직 상승시키고 있음; 택배업에 쓰이는 '종이상자'의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 플라스틱 해양오염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대체소재로써 각광 받음.
종이의 수요는 미래에도 여전할 것이라고 전망: 기록 매체로서의 종이에 크게 집착하고 있으며, 종이상자 등 기록매체 이외의 기능으로서의 수요도 폭발적. (미래에도 계속 경제 대국으로 군림할 중국, 인도, 미국 3개 국가가 전 세계 종이 수요의 80%를 지탱하고 있다는 점에서, 종이의 수요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은 아직은 이름.)
종이의 원료가 되는 펄프는 파손된 목재나 줄기들이 종이의 원료가 되어, 종이를 위해서 나무를 베는 일은 적을 것: 전문 연구 기관에 따르면 벌목된 나무의 13% 정도만이 종이 생산에 사용.
또한 종이는 재활용률이 매우 높고, 게다가 종이회사들은 원료 공급뿐만 아니라 이미지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식목에 나서고 있음. 따라서 종이가 산림을 훼손한다는 비난의 주 대상이 되는 건 억울한 측면이 있음.
특히 산림훼손의 경우 FAO 보고서(http://www.fao.org/3/ca8642en/CA8642EN.pdf)에 따르면 40%가 목초지 등을 위한 대규모 농장 개발, 33%는 연료 및 화전용, 나머지는 도시개발 및 공공사업에 따른 것으로 종이 생산과 산림의 감소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 또한 나무 사용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종이나, 펄프 만드는데 드는 것이 아니라, 건축물이나 가구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것.
물론 그렇다고 종이가 나무를 소비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님; 오해를 풀고자 관련 업계에서는 이미지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특히 얼마 전에는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종이 기계를 가동한 6월 16일을 종이의 날로 지정.
-한줄평(Ste's Critique)-
"종이호랑이라고 우습게 보지 말자. 손이라도 베일 수 있다. 베인 상처 중 제일 아프다." (feat. Ste)
-사족평(epilogue)-
대한민국의 종이 생산량은 세계 5위 수준이며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해외로 수출.
재활용률은 90% 수준으로 세계 1위이며 이는 10장의 종이를 생산하면 약 9장을 재활용한다는 의미.
대한민국의 종이 재활용률이 높은 요인을 꼽자면, 종이의 원료인 펄프를 대부분 수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로 제지업체들이 일찍부터 재활용을 위해 노력해 왔고, 쓰레기 분리배출 정착, 아파트라는 집단 주택 위주의 주거 여건으로 종이 회수가 용이한 면이 있기 때문.
다만, 이렇게 회수된 상당량이 국내에서 재활용되지 않고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데, 자원빈국인 대한민국 입장에선 심각한 문제.
상당량이 신문사에서 갓 찍혀 나온 포장도 안 뜯은 따끈따끈한 신문이라는 것은 비밀 아닌 비밀.
디지털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종이"의 사멸을 초래하기는 어려움. 보존성, 접근성, 호환성, 내구성, 그리고 보안성까지 디지털이 따라잡지 못함. 이유가 궁금하면 일단 아래 포스팅 참조. (그리고 통신의 대량 전송은 "유선"을 쓰고 있고, 그 전선은 "구리"가 아니라 "광섬유", 종이의 친척)
https://alook.so/posts/BatZo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