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숙 언론의 미숙련 보도

미숙련 노동자(unskilled labor)

by 박 스테파노

관련 기사와 유사한 논조는 복ㆍ붙의 형태로 양산되었습니다. 딴지일보의 기사가 현장 경험자의 "미시적, 각론의 관점"이라면, 보다 구조적인 문제, 즉 "거시적, 총론의 관점"의 시각도 필요해 보입니다. 아직 어느 언론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더군요.

'외국인이 타설하는 1군 브랜드 아파트 만족하시나요?' (머니투데이)
'[단독] 미숙련 외국인들이 타설 속도전… 붕괴 직후 잠적' (국민일보)
'검증 안된 외국인 인부 8명이 '묻지마 타설'...사고 후 종적 감춰'(세계일보)
'광주 아파트 붕괴, 반장부터 말단까지 모두 외국인 노동자 '중국인''(디스패치)


"미숙련 노동자"는 정확한 분류의 근거가 있을까부터, 궁금해집니다. 사전적인 뜻은 "단순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로 총칭하고 있습니다. 영어도 unskilled labor로, "기술이 없는"이라기보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되는"으로 해석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 사고의 원인을 콕 집어 "숙련"의 유무로 들었기에 보다 깊은 이해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엉성한 언론 덕에 공부는 늘 진행 중입니다.


숙련 노동자는 일반적으로 도제제도(徒弟制度)에서 배출됩니다. 생산기술, 기계 문명의 발달에 따라 숙련 노동자는 미숙련 노동자로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기 시작했을 겁니다. (산업혁명기 이후 미숙련 노동자, 특히 여자와 소년 노동자가 급격히 증가) 그럼에도 불구 동 시간적으로 중공업 중심 산업의 규모의 확대가 되지만, 그에 따른 기계 기술이 따라오지 못하자 숙련 노동자의 수도 또한 증가하지요. 그래서 노동자 계급의 중심은 숙련 노동자에 의하여 형성되어 갔습니다.


이후 기계기술의 고도화로 노동자는 단순히 기계를 관리, 유지, 보수하게 됩니다. 수년에서 십 년 넘게 두고 형성되었던 숙련 노동자를 반년 내외의 훈련기간을 거친 반숙련 노동자로 대체하게 됩니다. 기계 제생산의 발달로 미숙련 노동자가 하고 있던 단순작업까지도 기계화됩니다. 이는 반숙련 노동자의 급격한 증대와 숙련 ·미숙련 노동자의 감소라고 하는 사실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숙련 노동자라 하더라도 이제 더 이상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것이 아니고, 특정의 기업이나 분야에서만 통용되는 것이 됩니다. 이러한 숙련공은 기업 내에서 장기간의 경험과 실적을 가진 사람들의 총칭이 됩니다. 소위 "장인" 혹은 "장이"가 됩니다.


따라서 숙련 노동자와 미숙련 노동자의 구별은 주로 기업 내에서의 경험 연수의 차에 따르는 양적인 것일 뿐, 노동의 질적 차이에 의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모든 것이 측정되지 않은 "감"으로 말입니다. 한국 제조업에서 고도화나 자동화가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가, 이런 "장이"들의 "감"을 수치 계량화하기 어려웠던 것도 있습니다. '적당히'와 '알맞게'라는 것은 "장이"들의 job security 수완이 되었지요. 한식 레시피의 "한 꼬집" 같은 것이지요.


현재 한국의 미숙련공의 수는 유럽과 미국 등 제조 선진국과 같이 감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은 스마트ㆍ자동화의 진전이 더디고, 또한 경영 마인드와 역량의 미비로 저임금의 인력을 사용하는 것만이 유일한 원가절감의 방법이라고 때문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건설업 ·광업은 물론 현대 설비를 가진 대기업에서도 생각보다 규모 있는 미숙련 노동자가 취역하고 있습니다. 물론 미숙련 노동자의 일은 각종 숙련공의 보조적 작업 ·운반 ·잡역 등 육체적인 단순노동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들은 경험 연수를 쌓게 됨으로써 숙련 노동자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건설산업은 다른 상황입니다. 상용(常傭) 노무자로서 장기근속하지 않고 일용(日傭) 노무자로서 일시적으로 취업하기 때문에 숙련 노무자가 되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미숙련 노동자는 대기업의 상용노동자에 비하여 임금 등 기타 노동조건이 나쁘며 생활도 불안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청장년은 취업을 기피하고, 역설적으로 "구인난"이 발생합니다. 한국의 건설 현장 노동자 중 30대 이하의 비중은 4%대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고령화 일본도 10%)

강아지 손이라도 필요한 "구인난"

건설산업에 집중해 보면, 한국의 건설산업은 음과 양의 측면이 두드러집니다. 제4차 산업혁명이니 디지털 대전환이니 하는 변혁의 물결이 전 산업을 휩쓸고 신기술을 기반으로 생산성 향상의 성과들이 연일 쏟아지는 이 시간에도 건설산업의 혁신의 시계는 너무나도 더디게만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산성 지체의 원인으로 고령화, 미숙련 인력 증가 등 건설 인력의 품질 저하 측면도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건설산업의 보수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건설 과정이 인적 요인에 좌우되거나 현장의 불확실성에 따라 생산성과 품질이 큰 차이를 보이곤 합니다. 원가 구성이 자재비와 인건비라는 단순 구성이 대부분인데, 이의 관리와 투입, 측정이 불투명한 이유에 크게 기인합니다.


건설 자재비라는 것은 누수의 확률이 존재하기에 "정확"과는 거리가 멉니다. 철근도 "샵 드로잉(shop drawing)"이라고 해서, 현장에서 필요 불만큼 재단하고 성형해서 사용하는데, 숙련도에 따라 개선도 있지만, 거꾸로 악용되기도 합니다. 자갈이나 모래 골재는 어떤가요? 보통 적재량*차량 대수로 투입 원가를 계측하는데, "한차"의 기준이 어디까지 인지 모호합니다. 인건비도 마찬가지입니다. 목수, 대모도, 시다 등의 숙련ㆍ기능별 인건비 테이블은 있지만, 실제 기능 인력이 얼마나 투입되는지 계수되기는 참 어렵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됩니다. 하청, 하도급, 재발주로 가면서 더욱 파악이 어려워지지요. 여기에서 모든 사달이 발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횡령, 배임, 분식회계, 그리고 중대 재해 까지, 이 불투명한 산업환경에서 시작이 됩니다.

"구조"의 문제

외국인 노동자들이 숙련도가 낮아서 발생한 사고라고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환경이 낯설고, 훈련이 덜 되었으며, 처음 마주한 스케일에 주눅도 들어 "실수"라는 휴먼 에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법적으로 자격과 경험이 있는 숙련공을 작업 리더로 지정하게 되어 있고, 그 기준에 따라 비용과 지출이 결의되는 것이지요. 아무리 조악한 현장이라도, 수천 세대를 시공하는 대형 건설사는 공사관리시스템(CIMS)을 운영하게 되어 있습니다. 일일 현황, 진척도, 작업 보고, 그리고 인건비 정산을 위한 인력 계획까지 전산화되어 있습니다. 시스템이 후져도 최소 주간보고는 처리하고 있습니다. 등급별 인원이 충당되지 않으면, 비용 집행은 물론 공사 진행까지 멈추게 되어 있습니다. 만약, 콘크리트 타설ㆍ양생 작업에 그들의 실수가 있었다면, 감독 책임지는 기능 숙련공의 문제이고, 숙련공 없이 진행했다면, 배임까지 가는 업무 위반이 됩니다.


그렇다면 기사 보도의 방향이 "미숙련"이 아닌 "외국인"에게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그러한 이유라면 너무나도 위험한 선동ㆍ조장ㆍ공갈이 되기 때문입니다. 호주나 캐나다, 그리고 일부 아랍 산유국처럼, 자국민 인구가 부족한 국가에서는 "숙련 노동자"의 이민과 영주를 장려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비숙련" 노동 인력이 오히려 대거 유입이 되자 당혹하며 수습을 하곤 했습니다. EU 국가나 브렉시트 이후의 영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속사정은 시장에서 요구하는 인력은 저임금, 해고 유연한 비숙련 외국인인데, 정책은 반대이기에 이들을 인정하기에도, 보호하기에도, 관리하기에도 한계를 갖게 된 것입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민이나 다민족 구성에 경직된 사회문화와는 반대로 힘들고, 고되지만 임금이 작은 일을 청년세대들이 기피하면서, 시장은 비숙련 외국인을 찾게 된 것입니다. 청년은 구직난, 강도 높은 노동시장은 구인난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숙련도의 문제가 재해의 시발이 되었다고 해도 그들이 "외국인"이기에 더 눈총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문제를 다른 방향, 그것도 인종과 국적의 이슈로 덮어 버리는 "만행"을 역사 속에 많은 반면교사가 있습니다. 관동 대지진 학살, 유대인 홀로코스트, 코소보 분쟁, 그리고 소말리아 까지, "다름"을 이유삼아 대량 학살의 참사를 정당화한 야만의 역사가 있습니다. 작금의 "외국인 탓"도 이런 의미에서 위험한 일이 됩니다. 정론이라 우기는 언론의 미성숙한 단면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의 생각과 태도 모두 반성할 때

사족)

건설현장의 비숙련 증대를 해소하기 위한 게임 체인저로 OSC(Off-Site Construction)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OSC는 공사 현장 작업을 최소화하고 대부분의 생산 과정을 외부에서 제조하여 현장으로 운송, 설치하는 방법론입니다. 현장의 불확실성으로 야기되는 비효율성을 최소화하고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으며, 건설을 제조업 화 함으로써 제조업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혁신 기술을 건설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업계 일각에선 OSC가 건설 게임 체인저를 넘어 주택시장 게임 체인저, 나아가 내년 3월 대선의 게임 체인저가 될 잠재력까지 점치고 있습니다.
OSC는 새로운 개념이기보다는 오래전부터 건설생산방식에서 Pre-assembly, Pre-fabrication 건설방법으로 발전해 왔지만 사용자들의 인식 부족이나 여러 품질 관련 문제로 인해 아직 시장에서 완전히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건설 선진국의 활발한 시도와 달리 국내 OSC 활용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습니다. 경제적 타당성이 확보된 PC(Precadt Concrete) 공법과 달리 모듈러 건축은 높은 공사비와 부정적 인식에 발목이 잡혔는데, 이와 관련한 정부와 공공의 적극적 역할이 절실해 보입니다.
놀라셨어요?
한국의 시공 능력은 과대 포장되어 있습니다. 미국ㆍ독일ㆍ일본ㆍ싱가포르 등 특급 시공 국가 대비 70%의 역량이라는 것이 비밀 아닌 비밀이 되어 있습니다. 한국의 해외 수주 사례의 비결은 모두 "최저가"에 기인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최근 중대 재해 문제뿐 아니라, 주택의 신속한 공급을 위해서도 "공사 기술의 고도화"가 시급합니다. 한국의 건설 산업은 어느 산업보다 고도화, 선진화를 통해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선 국면에 온통 "디지털 플랫폼" 타령이니 안타깝습니다. 답은 제조-건설에 있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