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조정인가, 갈등 조장인가
뉴스 issue, News 있슈(20)
: 카카오택시가 골라 태울까, 서울시가 골라 까는 것일까
-PROLOGUE-
몇 주 전 짧은 거리의 목적지까지 택시를 호출했습니다. 짐도 제법 되었고, 날도 차가워 걷기엔 멀고 차 타기엔 가깝고, 대중교통이 단축이 되지 않는 경로라 고민 없이 호출했습니다. 그러나, 호출 응답한 택시가 두 차례 취소하였습니다. 그러다 겨우 잡은 택시 기사님에게 감사하다고 절로 인사가 나왔습니다. 그러자, 기사님께서 도로 감사를 돌려주셨습니다. 길고 짧은 거리 상관없이 빈차가 아닌 것이 감사하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자동배차'를 진행하면, "목적지를 모른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호출 취소에 따른 자체 평점과 배차 시스템에 반영된다 말하십니다.
그렇게 끄덕이며, 나름 신경들 쓰는구나 하고 묻어 두었던 일화가 어제 각 방송국 뉴스 꼭지마다 나오는 뉴스 때문에 떠 올랐습니다. 매체 가릴 것 없이 나오는 뉴스의 출처는 '서울시',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산하 시정연구기관 '서울연구소'였습니다. 그래서, 살펴보아야겠다 생각이 들었지요.
택시 면허ㆍ운영 주무 관리는 하지만, 택시에 대한 직접적 정책 수립이 불가능한 서울시가 왜, 지금, 하필 '카카오 택시'일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책상머리 연구소', '무늬만 연구소'인 서울시 산하 기관이 무엇을 알아내었을까?
http://naver.me/GazbfwnS
-요약(News briefing)-
코로나19가 우리 삶에 가져온 불편 가운데 하나, 바로 '택시 대란'입니다. 식당과 카페의 영업시간이 끝나자마자 일제히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그 틈에서 잽싸게 택시를 잡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빚어낸 뜻밖의 곤혹스러운 순간이죠. (중략) 서울시는 카카오택시 앱이 기사들에게 승객의 목적지를 제공하면서, 기사들이 승객을 골라 태우고 있는 정황이 확인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기사 본문 발췌-
-주목할 단어(Key word)-
* 미스터리 쇼퍼
: 수수께끼 손님(서비스나 품질 등에 대한 정보를 캐려고 상점 등에 손님을 가장하여 가거나 전화를 거는 사람). 가게에 매장에 들러서 손님으로 위장해, 특정 매장의 청결 상태나 손님을 대하는 접객 태도를 감시하는 일. 일반적으로 아르바이트의 하위 종류로 취급되나, 전문 미스터리 쇼퍼나 이를 대행하는 시장 조사기관이 존재.
* 서울연구원
: 서울의 도시 문제를 전문적으로 조사 분석하고, 시정 주요 당면과제에 대한 연구 및 학술활동을 수행하여 서울 시정 발전에 기여할 목적으로 설립된 서울특별시청 산하의 재단법인.
* 카카오 크루
: ‘카카오T 블루’를 운영하는 법인택시회사의 정규직 기사. 카카오 모빌리티의 자회사인 ‘KM솔루션’과 가맹계약을 맺고. 카카오T 블루는 자동배차 시스템을 제공하는 카카오T만의 택시 서비스. 카카오T는 크루가 되면 사납금제가 아닌 전액관리제에 따른 월급제로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고 홍보.
-그런데(Issue finding)-
코로나19로 승객이 줄고 급기야 택시 업계를 떠나는 기사들까지 나오면서, 지난 연말엔 '택시 대란'이라고 부를 만큼 택시 잡기가 정말 힘들었음.
특히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땐, 택시 플랫폼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는 '카카오택시' 앱에서 택시가 잘 안 잡힌다는 지적이 계속.
서울시는 카카오택시가 실제로 승객을 골라 태우는지 확인하기 위한 첫 실태조사를 벌임.
이른바 '미스터리 쇼퍼'가 일반 승객인 것처럼 카카오택시를 직접 불러서 탑승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달 동안 총 841대를 호출해본 것.
안기정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 연구실 연구위원도 "단거리 호출 실패율이 장거리보다 높은 것은 승객 골라 태우기를 의심할 수 있다"라고 지적.
-뒷담화(Back briefing)-
서울시는 또 최근 택시업계에서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카카오택시의 자사 가맹택시(카카오 T 블루) '콜 몰아주기'에 대한 실태조사도 진행.
일반택시는 카카오에 가맹 수수료를 내지 않지만 가맹택시는 매출의 3.3%를 수수료로 내다보니, 카카오택시가 가맹택시에 승객 호출을 몰아주는 게 아니냐는 의혹.
http://naver.me/Gd6apAHR
택시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현실은 다르다. 일단 자동배차는 기사들에겐 ‘강제 배차’다. 근처 2~7km에 있는 손님이 자동 배정되는 시스템인데, 목적지도 알 수 없다. 콜 거절 버튼도 없다. 이와 함께 카카오T 크루에게 ‘콜 몰아주기’가 일어나고 있다는 의혹까지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카카오T 크루 입장에선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다. 스트레스다. -기사 본문 중 /
문제는 '밤 시간'호출이 장거리든 단거리든 종합하면 50%도 안 되는 응답률. 이는 배차 시스템의 문제가 아님.
사실 문제의 근원은 서울시 스스로가 실토 "서울시는 배차 방식을 개선하고, 호출 성공률이 가장 낮아 택시 잡기가 어려운 ‘평일 밤 시간대’의 경우 택시 공급 확대를 위해 부제 해제, 전기 택시 보급 확대 등을 검토하기로."
"택시잡기" 문제는 택시 공급과 노동환경의 개선 미진에 따른 운전기사의 부족이라는 '구조적'문제가 실체.
'대중교통'으로 편입되지 않아 서울시도 교통정책업무 주무 부처가 아닌 '산하연구소'를 통해 문제제기. 문제 해결 의지보다, 중앙 정부의 택시정책, 플랫폼 공유 기업 정책에 대한 비판 목적이 강해 보임.
-한줄평(Ste's Critique)-
'갈등 조정은 행정, 정치 등 1 섹터의 제1 책무"
(feat. 어느 지자체장님의 지론)
-사족평(epilogue)-
서울연구원은 '공공의 위용'을 볼 수 있는 신의 직장입니다. 서초구 양재동 고속도로 진입 램프 한켠 그린벨트 안에 자리 잡은 연구소는 외부에서 눈에 띄지도 않습니다. 그런 기관이 강남땅에 있는 것은 '국가 정보원'과 함께 "유이"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곳은 외부의 모습과 똑 같이 내부의 공기도 참 평화롭습니다. 급할 것 없고, 바쁠 것 없는 조직의 분위기로 만나는 사람들 자마다 친절하고, 부드럽고, 온화합니다. 히지만, 이것만 가지고 일을 도모하다간 큰코다치기 일쑤가 됩니다. "신규"아이템은 부드러운 답변으로 모두 까이기 십상이기 때문이지요.
이런 서울연구원이 아주 묘한 연구를 발표합니다. "미스터리 쇼퍼를 이용한 카카오택시의 운영 실태"라는 것이지요. 연구의 결과는 뻔합니다. 택시 호출 시 장거리, 단거리에 따라 수락 여부가 상이하고, 카카오 모빌리티 계약 운행지에게 호출 배당이 더 간다는 것이지요. 택시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반응이 "이런 나쁜 플랫폼 공룡"이나, "택시 기사들은 이기적"이라는 것으로 형성되길 바라는 '의도 가득한'연구입니다. 그러나, 이 연구가 타당하고, 정확한 결론이라는 연구의 본연의 자질을 갖추었을까요?
1. 연구의 방향, 목적의 타당성
택시 운행은 '공공 운수'가 아닙니다. 다시 말해서, 기차ㆍ항만ㆍ지하철ㆍ시내버스 등과 같이 "공익"이 담보되지 않습니다. 택시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시장 경제"입니다. 공공으로 지정하자는 주장은 끊임없지만, 재정 투입 여력과 이미 자리 잡은 사업자의 보호라는 장벽은 넘기가 힘들기만 합니다. 여기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서울연구원이 수집한 데이터를 가공 없이 공개하거나, 수치 정확성과 의미에 대해서만 논하는 것은 맞지만, 민간사업의 영역에서의 '영업 행태'를 비판하는 목적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고의적 비판자'로서의 문제 제기가 목적이었다면, "정책의 결함, 보완, 대안"을 함께 제시해야 합니다.
2. 연구의 방법론의 적확한가
우선 실험 기간이 지난해 10, 11월 두 달 간이라고 합니다. 10~11월의 특정 의미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일상'의 고찰로 받아들이면 넘어갈 수는 있습니다. 해당 건수는 841건입니다. 많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간으로 분석해 보면 달라집니다. 하루에 25건 정도로 추산됩니다. '연구'라는 이름으로 충분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연구원도 "보고서"로 표명하고, 연구 공개는 아직 하지 않은 듯합니다. 제 개인적 의견은 2주 간으로 좁히더라도, 일간 100건 이상의 표본이 더 정확한 인사이트를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스터리 쇼퍼'방식은 "시장조사"의 방법이지, '연구'의 방법론은 아닙니다. 카카오가 주장하는 AI알고리즘(개인적으로 배차 최적화 시스템으로 보이는데, AI라고 우기니까)의 프로세스 개진도, 우선순위 정책 설계 등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이상 모든 것은 '상상의 나래'가 됩니다. 연구원도 "단정할 수 없는 추론"이라고 이야기합니다.
https://alook.so/posts/J5t5kE
문제는 누가 할 것인가입니다. 국가나 지자체 정부? 민간 시장? 제3섹터라는 시민단체? 스타트업? 가장 좋은 것은 국가가 기반을 조성하고 민간 스타트업이나 연구자들이 적정 용역을 통해 충분히 결과물을 내고 업계에도 좋은 작용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기대는 안됩니다. 비관적이기까지 합니다.
1) 데이터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미디어의 무지
2) 스타트업을 "이것저것 비즈니스 모델 피봇팅 하다 대박 내는 일"로 이해하는 창업자와 정부
이 두 가지의 근본 문제 때문입니다. 그럼 이 두 가지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얼룩소 본문 중-
수도권 지역의 출퇴근 시간과 심야 시간 택시 수요가 택시 공급을 초과하는 것은 코로나가 변곡점은 아닙니다. 날씨 상황이나 행사가 있을 때도 택시 수요는 늘지만 공급은 오히려 감소하는 것은 업계의 "당연현상"이었습니다
지난해 12월에 "택시 대란"에 대해 얼룩소에서 논의한 덕이 있습니다. 이미 그때 아주 평범한 시민들도 '택시의 문제'는 구조적으로 수요-공급의 법칙이 무너진 이유라고 공감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가 몰라서 이런 결과로 갈등을 부추길까요?
오세훈 시장과 오랜 악연인, 다음-카카오와의 관계도 의심스럽지만, '플랫폼 기업'에 대한 중앙 정부의 정책이 "몰아주기"임을 강조합니다. 편입되지 않은 일반 택시 업주, 개인택시들에게 갈등의 구실이 됩니다. 반대로 시민들은 모든 '택시 잡기'의 문제가 '카카오'와 기사들의 '골라 태우기'라고 도발하는 것입니다.
물론, 카카오의 배차 기준은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플랫폼 사업자가 '가맹 수수료'를 부담하는 가맹자에게 베네핏을 주는 것이 '잘못'은 아닙니다. 민간의 영역이니까요. 역대로 소프트 웨어 알고리즘과 코드 키를 까라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합니다. 저는 미국계 소프트워어 암호화, 접근제어 국내 시장 진입 컨설팅과 서업을 진행했습니다. 그 때 '정보기관 인증'이라는 것이 있읍니다. CC인증이라고도 하는데, '마스터 키'의 망실시 국내에서 키를 재발급하라는 조건이 있습니다. 이것은 실제 '코드 키'를 까라는 것입니다. 결국 해당 솔루션은 기술 점수가 낮은 국산들만 공공에 납품됩니다. 이것이 몇몇 국내 소프트웨어의 성공 요인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요. 세계 어디에도 보안 솔루션은 내부 알고리즘과 보안키는 창업주, 대주주가 요구해도 공여하지 않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입니다. ( 이부분 특정 했다가 해당 업체의 항의를 받아 '권리침해'라고 '숨김'되었습니다. 얼룩소 운영자님, 판단의 기준이 힘들면.쌍방의 소명을 듣고 '처리'하시거나, 자체 법률 판단하시지요. 악용의 우려가 있습니다. 이런 일방작인 행태도 "권리 침해"라는 것을 인지하시고, 보다 '운영'에 정밀한 적용 부탁드립니다. 이번 건은 이 공간에 대한 애정으로 제가 한 발 물러 섭니다.)
이런 이유들로 서울시는 갈등을 조정하지 않고, 조장한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입니다. 대한민국의 공공과 행정의 연구, 혁신 정도는 솔직히 매우 후진적입니다. 민간과 '협치'를 고려하지 않고 민낯이 드러날까 에둘러 노이즈를 내는 행정 세력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