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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스테파노 Jun 17. 2022

[이야기 NEWS] 바람은 극복하는 게 아니다

대형 산불, 바람, 그리고 환경 안보

http://naver.me/FshTuqqj

열흘 동안 821대, 하루 평균 80대가 넘는 헬기가 투입됐지만, 산불은 2만여 헥타르를 태웠고 봄비가 내리고 나서야 꺼졌습니다. 앞으로 지구 온난화로 대형 산불이 더 자주, 더 크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진화헬기가 더 필요하고 초대형 헬기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기사 본문 중-


0.

지난 울진과 강릉 일대의 산불은 발화도 진화도 모두 인간의 몫이고 탓이었습니다. 3년 전 이맘때 속초에서 큰 산불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강풍으로 똑같은 상황이었으나, 천재일우로 다음 날 불길을 잡았습니다. 그때도 '헬기 부족'과 '산림화재감시, 진화인력 부족'이 대두되었습니다. 3년 동안 아무런 보완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이 드러난 것이지요. '안보'는 국방만의 문제가 아니지요. 재난, 기후, 식량 등 모두가 '안보 의제'가 되어야 합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52/0001275591

지금 즉시 출동하는 헬리콥터는 없습니다. 산불이 나면 산림청이라든지 우리 도청 헬기라든지 이런 것들이 연락을 해서 모아가지고 출동을 하는데 그게 시간이 빨라도 15분 정도가 걸리겠습니다. 어제처럼 변압기가 터지지 않았습니까. 그때 즉시, 그분이 즉시 119에 신고했는데 그 신고를 받고 즉시 출동하는 헬기가 하나 있어야겠다고 저희들이 늘 주장해왔는데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이번에 꼭 그게 됐으면 하는 그런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3년 전 강원도 도지사 인터뷰 중-


속초의 기적과 그리고, 또다시 울진-동해


1.

원래 영동지방은 건조한 계절에 바람이 세게 불면 산불이 잘 난다고 합니다. 수도권이나 도시 지역에서는 불이 익숙하지 않지만, 강원도 토박이라면 일 년에 한두 번은 겪는 독감처럼 경험한다고 합니다. 재난이라는 것이 모를 때는 무섭지만, 익숙해지면 느슨해져 무시하기 마련입니다.

불조심만이 능사가 된

2.

3년 전이나 이번이나 대처가 어려웠던 가장 큰 이유는 '바람'이었습니다. 산불이 시속 100km가 넘는 강풍을 타고 손쓸 틈 없이, 순식간에 퍼져 간 것이지요. 헬기는 늘 부족할 뿐이고, 소방차 물대포가 불 근처로 아예 뻗지를 못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화마는 바람을 타고 고개를 넘어 동쪽의 인가로, 도시로 향합니다. 대부분 영동지방은 산에 ㄷ자로 둘러싸인 마을, 도시로 형성됩니다. 맞은편은 동해바다입니다. 도망갈 곳 없이 갇힌 형국이 되는 것이지요.


3.

산불 진화는 본래 소방이 아닌 산림청에서 주관합니다. 물론 상황이 심각해지면 당연히 협조하겠지만, 일단은 그렇다고 합니다. 이 또한 이해가 쉬이 가지는 않습니다. 이번 산불과 3년 전 속초의 상황이 다른 점이 이 시간에 있습니다. 협조와 응대의 시간. 3년 전 산불은 아주 급박하게 돌아갔습니다. 산림청이 가진 헬기와 지역 내 소방자원으로 다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조기에 판단이 내려졌고, 어젯밤 이미 전국 가용자원 총동원이 지시된 것이지요. 조속한 협조 요청으로 경기, 서울, 인천, 충청, 심지어 경상도와 전라도의 소방차들이 고속도로를 내달려 진화현장에 투입되었습니다. 지역 화재 진화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원만을 남겨두고, 전국에서 900여 대의 소방차가 속초로 모여들었던 것이지요. 이번에는 늦은 감이 있었습니다. 정권 말기의 레임덕은 가장 아래의 민초들의 일상에 나타나기 마련이지요.


4.

2017년 개통된 서울-양양고속도로는 3년 전 진화 과정에서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됩니다. 이 도로는 서울과 속초를 200km 거리로 잇는, 터널과 교량의 연속으로 건설된, 개인적인 평가로 '고속도로'의 본질이 가장 두드러진 도로입니다. 속초와 고성은 각각 인구 8만과 2만 7천의 작은 도시인데, 여기에 900여 대의 소방차가 몰려들면 그 자체만으로 혼란이 빚어질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도로 인프라가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고속도로 휴게소 주차장은 소방본부가 되었고, 거의 고속도로에 준하게 잘 닦인 (심지어 이름도 아시안하이웨이로 명명된) 7번 국도는 고성-속초-양양-강릉을 원활하게 이어 주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도로 최적화가 중요하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지요. 세금의 위용입니다.


5.

3년 전이나 지금이나, 소방관들은 몸에 밴 사명감 하나로 밤새 달려왔고, 화마를 직면한 주유소를 마지막 보루 삼아 온몸으로 지켜냈습니다. 초대형 폭탄이 될 뻔 한 LPG충전소를 구해냈고, 병원의 환자들을 후송했습니다. 앰뷸런스가 부족했지만, 배달대행 오토바이 기사님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환자 후송 및 시민 대피를 도왔습니다. 대부분의 주민, 시민들은 매뉴얼대로 대피소로 피신하며 혼란을 최소화했습니다. 역시 군장병이 투입되었고, 군 헬기가 기민하게 투입 조치됩니다. 안보의 영역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안보의 최전선이 아닐까

6.

대힌민국의 진화는 비가 해주고, 제설작업은 햇빛이 해 준다는 시쳇말이 있습니다. 하늘이 도와야 큰 불을 잡는다는 것이 드론과 정보전을 하는 21세기 경제 대국의 재난 방비의 본모습입니다. 단 3년 전 속초 산불은 단시간 내 화재 진화의 가닥을 잡으면서 피해면적은 과거 대형 산불에 비해 크게 작은 수준으로 선방할 수 있었습니다. 1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불의의 사고가 있었지만 더 확대되지 않고 속초시를 지킬 수 있었지요. 그러나 올해 울진-동해의 산불은 일주일 넘게 타다가 봄비가 해결해 주었습니다.

http://naver.me/54JClrHC

오는 3월부턴 진료시스템 구축, 조직구성, 의료장비 도입 등 전문적인 업무를 체계적으로 수행할 ‘개원준비단’을 운영할 예정이다. 4월에는 병원 건축설계를 마치고 9월부터 건축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2024년 준공이 목표다. -기사 본문 중-


7.

아직 숙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소방관은 여전히 돈도, 승진도, 명예도 아닌, 오직 사명감만으로 본인을 던져 기적을 만들어야 하는 존재로 남아 있습니다. 소방전문병원 건립이 추진되고 있지만 아직 3 년은 더 걸린다고 합니다. 국가직 전환은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있다가 후속 입법 없는 반의 반 쪽으로 남아 있습니다.

http://naver.me/xXPHLFaB

홍 위원장은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된 뒤에도 사실상의 예산과 인사권은 여전히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이 갖고 있어 인력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유가족이나 환자가 업무상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현행 공상 제도 또한 문제가 많다”고 했다. -기사 본문 중-


단순한 공무원의 처우개선의 문제인 것으로 인지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눈앞에서 동료를 잃고, 몸을 다치고,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려도 소방관은 제대로 치유받을 곳도 없습니다. 군인, 경찰과 다를 바 없이 국민의 '안전보장'을 책임지는 분들인데 말이지요. 적어도 형평성에 대한 시각과 예우가 필요합니다.


8.

강원도 고성부터 울진까지 7번 국도 라인은 외가 친지들의 고장입니다. 어릴 적부터 아끼고 좋아하던 동해안의 풍경은 화마로 할퀴어졌습니다. 하루아침에 집을 잃고 생활의 터전을 상실한 사람들이 많다습니다. 정부가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하고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하는 등 움직임에 나섰지만, 그것이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올여름 전에 동해를 찾을 것입니다. 관광객이 되어 그들의 일상을 채워 주는 것이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라 생각이 됩니다. 7번 국도를 오른쪽에 끼고 울지에서 동해, 삼척으로 망상과 옥계 해변을 지나 정동진과 강릉으로, 그리고 항구마다 이야기가 있는 속초 고성으로 다녀올까 합니다.


9.

‘바람’이 문제입니다

미세먼지든 거대 산불이든 바람이 문제입니다. 언제부터 한반도에 강풍이 불어 댔는지 고심이 생각을 더듬어 봅니다. 기압과 바람은 지구 기후변화에서 기인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국가 어젠다에 기후변화에 대한 것은 사라졌습니다. 환경은 진보의 극단 의재라고 치부됩니다. 이유는 돈이 되지 않고 부담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러합니다. ESG경영에서 환경을 주장하는 이들도 온통 ‘에너지’ 타령입니다. 왜? 원전이나 재생 등 에너지 관련한 어젠다는 ‘돈’이 되니까요.

http://naver.me/5Ud48By6

지난 4일 발생한 강원도 대형 산불은 '태풍처럼 강한' 바람이 실어 날랐다. 이런 가운데 강원도 대형 산불 당시 강풍 수준을 보여주는 장면이 포착됐다. -2019.4.5 기사 본문 중-


10.

그러나, 기후의 변화가 황사와 산불을 키위 낸 것은 분명합니다. '환경'을 넘어 '안보'의 문제가 됩니다. 문재인 정부 구조 변경의 기묘한 촉진제는 '물관리법'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 기억하는 사람이 드뭅니다. 물 부족 국가 위기를 이야기하며 시도한 입법이 정부 조직법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런데, 어느 언론도 '물관리' 이야기는 더 이상하지 않습니다.

바람은 다스려야

하늘의 ‘바람’이든 사람 마음속의 ‘바람’이든 다스려야 합니다. 그래서, ‘바람’이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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