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불통의 차이는, 결국 "일머리"

집무실 이전

by 박 스테파노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해 말이 참 많습니다. 단편으로 보아 찬반의 논쟁이 끊임없습니다. 논란이라는 말이 더 들어맞는 이유는 '이전에 대한 명분과 실효'가 주된 이유인데,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친절한 설명이 없어 더욱 그러합니다. 그저 "국민께 돌려 드리고 소통의 원활함"만 이야기합니다. 명분이 있어 보이는데 시원하게 설명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문제가 여기에 있지요. 일을 참 못합니다. 처음부터 말이지요.

늘 이슈가 된 집터


청와대는 사실문제가 있긴 있지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처음 대두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승만, 윤보선의 초기 건국 시절을 뒤로하고서라도, 노무현ㆍ박근혜ㆍ문재인 정부에서 실무 검토가 이루어지고 공론화 직전까지 가기도 했습니다. 이전 타당성에 대한 이유는 '청와대'의 단점입니다.


비효율적인 공간 구성: 너무 큰 대통령 집무실, 마스터플랜 없이 확장한 부속 건물 등

접근성 결여: 백악관과 크렘린 마저 바로 앞에 지하철 역이 있을 정도로 국민과의 거리가 가까운데, 사실 청와대는 깊숙한 위치

최초 건립 명명시 국가적 철학이나 이상의 결여: 전통적인 명명의 철학 승계가 없음. 그냥 푸른 기와가 얹힌 집

본관은 전통 인척 하는 콘크리트 덩어리: 한국 최악의 건축물 7위, 전통양식에 규모와 공사 기간을 위해 콘크리트로 덮은 짝퉁 건물이라는 비판

너무 넖음: 암살과 도발에 걱정이 많던 독재 권력이 주변의 땅까지 부속 시설로 만들어 실제 행정동 보다 큰 연면적.

기거 관저와의 미분리: 살림 거소까지 깊숙한 곳에 있어 은밀한 비밀이 조장될 우려도 가득 (국정농단)

그리고 풍수지리: 이곳은 사당이나 무관들의 연습장, 그리고 "칠궁(조선시대 왕을 낳았으나 왕비가 되지 못한 후궁의 사당)"터이기에 음기와 한이 서려 있다는 주장


합리적인 이유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타당한 논리를 가질 수 있습니다. 세간에 마지막 "풍수지리"에 꽂혀 여러 추측들이 난무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한 나라의 수장의 집무실과 상징의 자리에 "풍수지리"는 고려되는 것이 꼭 나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전을 검토할 때 보수 언론은 여러 이유를 들며 비판했습니다. 바로 "풍수지리"도 들먹입니다.

(조선일보 기사)

http://m.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A&nNewsNumb=201808100024

우리나라처럼 역대 대통령이 빠짐없이 고난에 시달린 나라는 흔치 않다. 하야, 시해, 구속, 탄핵, 투신 등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개인에게 일어난 사건이 많았다. 청와대가 풍수지리학적으로 흉지(凶地)라는 설도 끊이지 않는다. 역대 대통령들이 불운을 맞거나 측근 비리가 터질 때마다 ‘청와대 터가 문제’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1990년대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가 청와대 흉지설을 주장한 후 청와대 터가 흉지냐 아니냐의 논쟁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기사 본문 중-


청와대 터는 고려시대 남경 천도의 궁터로 지목된 곳이기도 했습니다. 조선 건국 때도 후보지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정도전이 한양 궁터를 정하면서 보다 백성 곁으로 다가서자는 의미를 두어 경복궁터를 남쪽으로 정한 것이 경복궁터라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이렇듯, 국민과 국운을 위한 "풍수지리"라면 위해가 되지 않는 이상 잘못된 것은 아니지요. 다만, 그 풍속의 이유가 '개인의 복운'이라면 문제가 있는 것이지요. 한 사람의 영원한 권력이나, 넘치는 재물을 바라는 마음만으로 작동한 꼼수가 아닌지가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근거는 이미 이전 정권들이 내놓은 청와대 이전 타당성을 잘 정리하기만 했어도, 그것을 보다 친절하고 겸손하게 설명만 했어도 이해를 하는 사람이 더 늘지 않았을까요.



스탈린의 7 자매가 생각나는 용산 국방부


여담 같은 이야기지만 국방부 건물을 볼 때마다 러시아 철권통치 시절의 상징인 "스탈린의 7 자매"가 생각납니다. 러시아 각처에 복ㆍ붙한 것 같은 7개의 웅장한 건물들이 있는데, 이 건물들의 양식을 '스탈린식 고딕", "스탈린의 마천루"라고 부릅니다.


http://naver.me/F4rdP5w4

러시아 모스크바에는 이른바 '스탈린의 7 자매'가 있다. 말 그대로 친인척 관계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거의 쌍둥이를 방불케 하는 7개 고층 건물을 일컫는 말이다. 스탈린이 모스크바 시가지의 상당 부분을 '스탈린식 고딕' 양식으로 재건하려는 생각에서 만든 대표적인 마천루들이다. 모두 시내 중심가에 세워져 모스크바 어디에 있더라도 그중 하나가 눈에 들어오게끔 건축됐다고 한다. -기사 본문 중-


러시아 정부 청사 맞은편에 있는 우크라이나 호텔, 코펠니체스카야 거리에 있는 강변 아파트, 쿠드린스카야 광장의 아파트, 2009년 힐튼호텔이란 이름으로 재개장한 레닌그라드 호텔, 러시아 외무부 본부 건물, 붉은 문 광장에 있는 행정부 건물, 그리고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건물이 바로 그 '7 자매' 건물들입니다.


특히 모스크바 국립대학 본관의 건물은 1988년까지 유럽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고 합니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그렇게 높고 거대한 건물을 완공하는 데 걸린 기일이 불과 4년 (1949-1953)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교환학생 기숙사가 이 건물에 있어 엮인 이야기들을 듣곤 했습니다. 가장 가슴 아팠던 대목은 이 학교를 짓기 위해 죄수들과 독일군 전쟁의 포로들의 노동력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영하 30도의 혹독한 겨울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4년을 하루같이 하루 종일 노동을 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패전국, 나치라는 낙인이 그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누빈 솜옷 하나로 버틴 죄수들의 그야말로 뼈 빠지는 노동력으로 최고의, 최상의 상아탑이 얻어진 것이지요.


그런 기시감이 드는 것은 너무 나간 이야기일까요? 소통과 내려놓겠다는 이전 장소가 요새같이 웅장한 외부와 차단된 건물이라니 말이지요.



"일머리"가 소통과 불통을 만든다


https://news.v.daum.net/v/20220316051200228?x_trkm=t


대통령 집무실이 이곳으로 옮겨 올 경우 대통령 경호처,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1 경비단, 경찰 101·202 경비단 등 경비부대와 지원부대 등도 이전이 불가피하다. 북악산에 있는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 또한 재배치해야 할 수도 있다. 패트리엇은 포대와 가까이 있는 주요 시설만을 방어할 수 있는 체계이기 때문이다. -기사 본문 중-


대통령 집무실 용산 국방부 이전을 쉽게 생각하면 안 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안보"입니다. 역설적으로 '구중궁궐'이 된 청와대와 인근은 오랜 시간 켜켜이 쌓아 온 요새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궁정동, 청운동의 일반 가옥 같이 생긴 각종 부속 건물, 경비여단ㆍ경호부대, 각종 통신 시설과 방공호 그리고 뒷산의 방공포와 패트리어트 미사일까지 말이지요.


단순 건물을 구축하는 비용은 수백억에 그칠 수 있지만, 이 모든 레거시들이 이전하고 재 구축하기까지 누군가의 주장처럼 조 단위의 편익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시설과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까지의 "안정화 기간"을 고려하면 1~5년까지의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합니다. 즉흥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적어도 한 정권 이전에 고려되어 차기에 수행할 롱텀 과제가 분명하니까요.


역시 문제는 명분, 비용 보다, "일머리"에 있는 것 같습니다. 보수 정치인들이 항상 주장하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운동권보다 유능하다"라는 능력론이지요. 그런데, 아직도 유효한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토론부터 핵관 까지, 유능은 어디에 두고 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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