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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News] '선별'은 '차별'의 핑계일 뿐

난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정의로운가(長文주의보)

by 박 스테파노

보트피플(boat people)을 아시나요? 1975년 베트남 공산화를 전후로 선박을 이용하여 비합법적으로 탈출한 베트남 난민들을 이르는 표현이었습니다. 이후 해로(海路)를 통하여 조국을 떠나는 난민을 지칭하는 말로 확대되었습니다.


월맹군의 공세로 사이공(호찌민) 함락과 함께 월남의 군인이나 월남 정권의 협력자와 그 가족들은 난민으로서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베트남 사회주의공화국 성립 후에도 난민의 해외유출이 계속되었는데, 이들이 보트나 어선으로 탈출하는 경우도 있어 ‘보트피플’이라는 이름이 생겼난 것입니다. 영화 제목과 같은 캄보디아의 크메르루즈의 학살 <킬링필드(1984)>와 인도차이나 반도 현대사의 중대 장면으로 기억됩니다.

보트피플, 킬링필드

이렇듯 '난민'은 저의 세대에서는 낯선 단어가 아닙니다. 아버지 세대의 한국전쟁과 월남전의 이야기를 구전으로 듣고 자랐기에 남의 이야기 같지 않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국어로 '난민(難民)'이라고 지칭되는 "곤경에 놓인 사람들"은 법적인 차이로 구분됩니다. 일반 사회에서 포괄적으로 ‘난민’이라 지칭하는 사람들(displaced people)과 국제법이 대상으로 하는 난민(refugee)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합니다.


국제법 상으로 난민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자신의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를 말합니다. 어원의 일반적 유래로 위그노(프랑스의 신교도)를 refugié(망명자)라 부른다고 하니, '난민'과 '망명민'을 구분하는 공론도 필요해 보입니다.



우크라이나는 괜찮고, 아프가니스탄은 안되고?


http://naver.me/5u5UQ6P1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대한민국도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경제력 상위 10위 이내에서 친러 성향인 중국과 인도를 빼면, 사실상 한국만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에 불참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사 본문 중-


지금 일어나는 전쟁에서 승자는 아무도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일반 국민과 시민들, 그리고 영문도 모른 채 명령에 따르는 일개 사병들은 분명 '피해자'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작이고 정치적인 평론은 전쟁이 종료되면 속시원히 하기로 합니다. 할 말은 많지만, 다수의 '확증적 인식'인 여론과 논쟁을 하기에는 늙었나 봅니다. 어찌 되었든 반전 주의자이고 평화 신봉자로서 곤경에 처한 이들에게 여력이 있다면 '인도적 차원'의 공조는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 제재 동참보다 오히려 직접적인 민간인 구호가 더 효과작이며 공여자나 수혜자나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마치 우크라이나가 '선한 우리 편'으로 암묵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정부의 차원에서 "국제사회의 일원"이라는 명목의 행동을 요구들 합니다. 비단 특정 정치세력이나 종교 교단의 주장만은 아닐 것입니다. 맥락 없이 '무조건'의 주장이 난무한 듯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일 주 전 금세 잊힌 '미얀마 사태'에 대해 쓴 글에도 이야기했지만, 우리들의 "국제사회"라는 기준은 이따금, 때로는, 아니 어쩌면 자주 "선별적"입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214/0001185156

울산 동구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피켓 시위가 한창입니다. 아프가니스탄 특별 기여자 자녀 28명이 언어나 문화에 대한 적응을 충분히 거치지 않았는데도,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입학을 통보했다며 반발하고 나선 겁니다. -기사 리포트 중-


아프가니스탄의 특별 기여자들은 '난민 지위'를 신청하고 대기 중입니다. 난민으로 인정되면 G-1 비자의 취득이 되어 주거의 불안이 해소되고, 난민 보호국에서는 보호와 원조의 의무를 대해야 하기에 돌아갈 곳이 없는 그들에게는 절대적인 희망이 됩니다. 난민 보호는 1951년 제네바에서 UN에 채택된 난민협약에 의해 국제적 효력을 가지고 있고 한국은 1991년 비준했습니다. 특히 대한민국은 2012년 아시아에서 최초로 독자적인 난민법을 제정한 국가입니다.

"맘 놓을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일지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특별 기여자들의 정착이 쉬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은 우크라이나와 닮은 구석이 많습니다. 냉전 시대부터 중앙아시아의 지리적ㆍ군사적 패권을 위해 러시아(구 소련)와 미국은 서로 뺐고 빼았기기를 반복하다가, 최근 미군의 사실상 패전 선언으로 친미주의자와 친미 국가에 조력한 사람들이 "제2의 보트피플"이 되어 버린 것이지요. 단지 다른 것이 있다면, 인종과 종교, 문화의 차이, 그리고 무시 무시한 선입견입니다.


특정 종교가 지배적이지 않은 대한민국은 '친 기독교' 문화가 있습니다. 기독교 종교인이 다수이기도 하고, 절대 우방이라 믿는 기독교 국가 미국의 영향이 큽니다. 그래서 종교에 대한 이해가 미국이라는 굴절경을 통해 왜곡되는 경향도 큽니다. 예를 들어 예수를 부정하고 사기꾼으로 이야기하는 '유대교'의 나라 이스라엘은 친숙하고, 예수를 위대한 예언자로 인정하는 무슬림들은 적대시합니다. 무지가 용기를 부르곤 합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정교회'에서 파생된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나라입니다. 비잔틴 문화를 수용해 이슬람교와도 가까운 그리스도 교파가 됩니다.



"제주 예멘 난민 사태"는 아직 진행 중

http://naver.me/FEJSY3mW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주도 난민 수용 거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약 18만 명이 서명했는데, 지난 16일 게시판에서 돌연 사라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원 글에 부적절한 표현이 있어 삭제했다"라고 말했다. 이 글에는 '이슬람 사람들은 여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애 낳는 도구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인데 성범죄는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라는 내용이 있다. '국민청원 요건'에 따르면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내용, 허위 사실이 포함된 청원은 관리자가 삭제할 수 있다. -기사 본문 중-


2021년 12월 기준 UNHCR에 등록된 전 세계의 난민 수는 2,683만 3,650명이었으며, 유럽(721만 명; 터키 포함), 동아프리카(465만 명), 지역에 많은 난민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난민이 등록된 국가는 터키(366만 명)이고, 콜롬비아(245만 명), 독일(152만 명), 우간다(144만 명)가 뒤를 이었습니다. 한국의 경우 3,498명의 난민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실제 난민 신청자 수는 크게 늘었습니다. 2012년 1143명에서 2020년엔 9942명으로 약 7.7배 늘었습니다. 법무부 난민과 관계자는 "예멘, 시리아 등 중동 지역 분쟁은 늘어나는데 유럽에선 난민 심사가 강화되는 추세이다 보니 아시아로 흘러드는 경향도 있다"라고 전해 집니다. 그리고 2012 제정된 "난민법"이 해외 유랑 중인 난민들 사이에서도 긍정의 시그널이 된 측면이 있습니다.

제주 난민 사태

몇 해 전 제주도에 몰려온 예메 난민들로 인해 "제주 난민 사태"라는 말까지 돌았습니다. 대규모로 난민이 발생한 상황에서는 인도적인 이유로 가급적 난민들을 받아줘야 한다는 사람과, 별다른 이득 없이 혼란만 일으킬 것이라는 이유로 가급적 받아서는 안된다는 사람들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19세기 말 이민자의 나라 미국에서 조차도 아일랜드 출신 이민자들을 박대한 것처럼 텃세야 있기 마련이겠지요. 특히 난민이 자신의 이익에 반한다고 생각되는 경우 반대가 더욱 격렬해지기 마련입니다. 난민들을 아예 침략자로 규정하는 여론은 이러한 배경 하에서 발생합니다. 그리고, 표면적인 이유는 지리적으로 먼 나라, 종교ㆍ문화가 다른 나라, 인접국가에서 수용 가능을 들곤 합니다.


예멘이라는 나라는 문화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또 지리적으로 볼 때 먼 나라 아닙니까? 그리고 우리 난민이라 할 때 상당히 상황이 긴박하고 굉장히 어렵고 해서 최장 단거리에 가까운 곳에서 난민을 신청하는 게 주로 상례인데 거기에서 여기까지 올 때에 비행기표를 구입해서 말레이시아를 경유해서 들어옵니다. 그래서 봐서 난민 심사하는 과정에서 거의 6개월 내지 1년 걸리는데 심사 과정에서 난민 수용률이 굉장히 낮습니다. -(제주 난민대책 도민연대 자문위원) 라디오 인터뷰 중-


한국은 사실상 난민 지위 획득이 매우 어려운 나라


http://naver.me/FJFfPFzV

이란 출신 김민혁군의 아버지 A 씨가 낸 소송에서 A 씨의 난민 지위를 인정하라고 판결했습니다. A 씨는 2010년 7월 김 군을 데리고 단기 상용 비자로 입국한 뒤 2016년 난민 인정 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사연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알려지면서 지지를 얻었고 아들 김 군은 2018년 난민으로 인정됐습니다. 그런데 뒤이어 2019년 A 씨가 낸 난민 인정 신청은 거부됐습니다. 이란으로 돌아가면 박해를 받을 것이라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였습니다. -기사 본문 중-


세계에서 난민 선정이 가장 까다로운 나라는 대한민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과 같은 동북아 국가들로, 거의 망명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은 최근 난민 신청자 1,388명 중 3명, 일본은 난민 신청자 5,500여 명 중 겨우 11명 심사 통과했습니다. 중국에는 유엔에 등록된 난민 795명이 체류하고 있으나 이들이 아직 중국 정부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중국 땅에 정착한 시리아 난민은 고작 9명에 불과하다고 전해 집니다. 이는 민족ㆍ국가에 대한 문화와 개념의 특수성에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확실하게 국제사회에서 난민 지위가 인정되는 경우는 받아들이자는 여론이 높습니다. 미얀마나 중국 등지에서 정치적 박해를 피해 온 난민, 혹은 이슬람 국가 출신이라도 기독교로 개종한 뒤 살해 위협을 받는 사람은 확실하게 증명이 가능하면 보통 받아들여집니다. 이슬람의 경우 재개종이 허용되지 않고, 개종 즉시 공식적으로 사형(수단 공화국) 혹은 징역형(이란 이슬람 공화국)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위의 김민혁군의 아버지는 천주교로 개종까지 했기에 최종 법원의 판단이 바꾸게 되었습니다.

난민과 경제

난민의 수용은 단지 "인도적" 목적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30년간 서유럽 15개국을 대상으로 난민과 이민자의 유입이 경제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수학적 모델링을 발표한 연구가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난민을 받아들였을 때 2년 내에 실업률이 떨어지고 국가의 1인당 GDP가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인도적' 선의가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준 것입니다. 저출생 시대의 흥부의 박씨가 된 경우입니다.



"선별"이 "차별"이 되는 법


보수 정치 진영은 "선별"을 참 좋아합니다. 아이들 밥상도 선별, 코로나 극복도 선별, 청년 대책도 선별을 주장합니다. 안철수 씨는 '평등(equality)'과 '형평(equity)'이라며, 철 지난 그림을 들고 나와 선별을 강조합니다. 20년쯤 더 된 유행을 자신 있게 인용합니다. 그렇듯, "선별"에는 무조건 '의도'가 내포되기 마련입니다. 의도가 내포된 소신은 편견이 됩니다.

수 많은 개념

평등하고 형평 하다는 것의 전제는 주어진 기본적인 조건이 같을 때 가능합니다. 그 조건을 기본 동일하게 해 주는 것은 '누구 하나를 위한'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일 때 가능합니다. 일종의 사회적인 '유니버설 디자인'이 필요한 것이지요. 키 작은 사람이나 키 큰 사람이나, 남자나 여자나, 무슬림이나 크리스천이나 모두 동일한 혜택과 효능을 얻을 수 있는 작용을 '거버넌스'라고 하고, 그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조직과 시스템을 '거버먼트', 즉 '정부'라고 이야기합니다.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일반 국민들이 더 이상 변견과 선입견으로 가득한 오만하고, 무지한 대중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가 지도자와 정부의 인사이트(식견)의 역량은 중요합니다.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본질도 모르면서 한국에서 '반유대인 법' 운운하는 일각도 있습니다. 하루에 네 번씩 기도 올리고 검소와 근면이 신앙인 사람들을 테러리스트의 민족이고 잠재적 범죄자라 손가락질합니다. 미국의 제재조치에 유일하게 참여하지 않은 친미국가 이스라엘이 지적하는 부분이 '유대인들의 경제 기반-러시아'라는 이유도 있지만, 우크라이나 특수부대의 '나치 성향'때문이라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스킨헤드 나치 신봉자를 돌격대 봉직 군인으로 기용하는 대통령은 세계 평화의 수용자가 되었습니다. (이 부분은 전쟁 종료 후에 자세히)

https://m.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203171820001?fbclid=IwAR3Jx590FLHxYF7gz8uo-NlcGA3cN0gDTU-dRVvwPWytYp-WxoDtOUgyOE8#c2b

아조프 연대의 초기 구성원들은 신나치주의와 깊게 연관돼 있다. 아조프 연대의 전신인 ‘패트리엇 오브 우크라이나’와 ‘사회국가회의(SNA)’는 신나치주의와 외국인 혐오를 내세우는 이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들은 이민자와 본인들의 견해에 반대하는 이들을 폭행했으며, SNA는 우크라이나 내 소수집단에 대한 무장공격도 자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단체의 지도자이자 아조프 연대의 창립자인 안드리 빌레츠키는 지난 2010년 “우크라이나에겐 최후의 십자군 원정을 통해 유대인 등 열등한 인종들에 맞서 백인들을 이끌어야 할 목표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2015년 당시 아조프 연대 대변인이었던 안드리 디아첸코는 아조프의 신병 중 10~20%가 나치주의자라고 밝혔다. 이들은 연대 전체가 나치 이념을 믿는 것이 아니라며 부인하기도 했지만, 부대원들의 제복이나 몸에는 하켄크로이츠나 ‘검은 태양’ 휘장 등 나치의 상징물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기사 본문 중-


제가 '정보'를 기반으로 글을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잘난 척을 위한 '알쓸신잡'이 아닌, '꼭 알아야 하는' 세상의 구석진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구석이 누군가에게는 눈에 거슬림이 될 수 있지만, 다른 절박한 이에게는 온 세상이 될 수도 있는 법이니까요.


뜬금 노래 한 곡)

Pink Floyd의 <Darkside of the Moon> 중 "Time"

https://youtu.be/x2gv_gwB64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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