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에 무심한 언론, 외교에 무지한 기자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1561
올해 초 기아차 소하리 공장에서 열린 이재명 후보 기자회견에서 김은중 조선일보 기자는 이 후보에게 “미·중 갈등 관련해서 실용주의 외교 이런 말씀 해주셨는데, 지금 미국 주도로 하는 공급망 재편 관련해 후보님께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협의체 쿼드나 아니면 통상 협의체 인도 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이런 거에 우리나라가 가입해야 한다고 보시는지. YES or NO로 말씀해주실 수 있는지 부탁드린다”라고 질문했다. 이어 “대통령이 되시면 바이든 대통령이나 시진핑 주석 중에 누구를 먼저 만나실 생각이신지?”도 물었다. -기사 요약-
https://m.khan.co.kr/politics/election/article/202112282056005#c2b
지난해 말 주한미상공회의소 간담회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는 “현 정부 들어 중국 편향 정책을 들고 미·중 간 중간자 역할을 한다고 했지만 결과는 나쁜 것으로 끝났다”며 “한국 국민, 특히 청년 대부분은 중국을 싫어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사람들, 중국 청년들 대부분이 한국을 싫어한다”며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기사 요약-
외교는 국가 대 국가 간의 대화와 계약입니다. '외교적 표현'이라는 상투적인 비유로 쉽게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극하지 말라'가 될 것입니다. 상대를 놀라게 하거나 당혹하게 해선 안되고, 경계심을 갖게 하거나 불편하게 해서도 안된다는 것입니다. 혹자는 용기와 무모를 혼동하여 조선일보 기자를 두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외교의 언어는 조심 또 조심해야 합니다. 국익과 국운이 걸린 일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나라를 대표해하는 말이라 한번 말을 내면 거둘 방법이 없습니다. 바로 ‘공식적인’ 일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솔직하고 정중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는 결렬됐다는 뜻으로 읽습니다. ‘유익한 회의였다’ 면 성과가 없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는 꽤 부드러운 표현처럼 들리지만, 사실 두고 보자라는 결과에 따라 강경한 노선을 취하겠다는 뜻이 됩니다. ‘입장을 신중히 재검토하겠다’는 중차대한 결정을 암시합니다. ‘자국 정부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은 극강의 선전포고 격이 됩니다. 이것이 '외교적 표현'인 것이지요.
이렇게 중엄한 의미를 다소 애매하고 부드러운 표현으로 하는 것은 최대한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강하기만 한 표현은 스스로 퇴로를 끊어 버리기 일쑤입니다. 이는 자칫 국제 사회에서 어리석은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가 인지되는 표현법으로 속 마음은 전달하면서, 언제나 퇴로와 대안을 유지하는 것이 외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교의 언어에 'Yes or No'라는 것이 없는 이유가 됩니다.
그러나, 위에 링크한 기사를 보면 한숨이 앞섭니다. 외교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하지 않았을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공개 발언은 적어도 외교적으로는 ‘참사’에 가깝습니다. 참사의 수습에는 또 다른 해명이나 사과, 유감의 국가적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한국의 정치인과 언론들은 이 '외교의 표현'에 미숙하거나 무지한 한계를 드러내곤 합니다. 기자의 개인 역량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으나, 어쩌면 긴 시간 동안 잘 못 길들여지고, 학습된 '국제사회'에 대한 인지 부족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 시작은 '국제 뉴스'라는 '외신'의 역사의 흐름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단파방송밀청사건'을 아시나요
http://encykorea.aks.ac.kr/Contents/Item/E0013684
태평양전쟁이 일어나자 총독부는 「외국 단파방송 청취 금지령」을 공포하고 그 단속을 강화했다. 그러나 경성방송국에 근무하던 성기석(成基錫)·이이덕(李二德) 등 한국인 기술 직원들은 1940년 무렵부터 국내 보도방송의 중계를 위한 동경의 단파방송을 수신하다가 중경 방송국에서 임시정부가 보내는 한국어 방송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신되는 ‘미국의 소리’를 몰래 듣기 시작하였다.
이 사건은 일제하의 방송이 일인 주도로 시작되었고 1930년대로 넘어오면서는 일본의 식민지 정책을 대변하고 침략의 도구로도 활용되었으나, 방송국에 종사하던 사람들은 민족의식을 지니고 있었으며 일제에 대한 저항정신이 살아있었음을 보여 준다.
-출처: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단파방송밀청사건(短波放送密聽事件))-
위의 사료에 나오는 성기석은 어릴 적부터 손재주가 좋았다고 합니다. 1937년 스물두 살 젊은 나이에 경성방송국 기술부에 들어간 뒤 회로도를 구해다가 집에서 단파 수신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참고적으로 '단파'는 전리층에서 반사돼 지구로 돌아와 아주 먼 곳까지 방송 전파를 보낼 수 있습니다.
수신기 주파수를 이리저리 맞추던 중 우연히 한국어로 나오는 방송을 듣고 놀라게 됩니다. 당시 충칭(중경)의 충칭 방송에서 내보낸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우리말 방송이 잡힌 것이지요. 독립군의 활약,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의 전투 패황을 독립운동가들이 자신의 목소리로 알린 것이지요. 그는 기술부의 동료에게 이 놀라운 경험을 전했고, 방송국에 있던 단파 수신기로 임정의 방송뿐 아니라 미국의 소리(VOA) 한국어 방송까지 청취하게 됩니다.
이내 곧 아나운서들과 편성원 등 방송국의 한국인 동료들 사이에 이 소식들이 퍼져나갔습니다. 이후 방송을 이용한 조직적인 독립운동이 발생하게 됩니다. 편성 PD 양재현, 방송작가 송남헌, 동아일보 기자 출신 홍익범 등에 의해 이 해외의 반가운 소식들이 김병로, 송진우, 여운형, 허헌, 한설야 등 좌와 우의 지도자들에게로 전달되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1942년 말 '단파방송밀청사건'이라는 항일 투쟁의 또 다른 모습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일제는 해외의 뉴스가 한국인들 사이에서 유통된 다는 사실을 첩보해서 단파방송 청취를 알게 됩니다. 일경은 3백여 명을 체포해 그중 75명에게 유죄판결을 내렸습니다. 수신된 뉴스를 독립운동가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던 동아일보 기자 출신 홍익범은 모진 고문을 당한 끝에도 입을 열지 않았고, 결국 감옥에서 숨지기도 하였습니다. 제국주의 일본에게 있어 식민지의 해외 뉴스는 본질적으로 '불령(不逞)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어논의 검열은 일상적으로 이뤄져 신문들은 납활자를 뒤집어 벽돌 신문을 만들거나, 시간이 급하면 삭제된 기사를 비운 채로 발행하곤 했던 것입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6/0000112657
더욱 과거로 가면 '벽돌 신문'이란 독특한 유물이 있는데 그 자체로 언론탄압의 증거다. 일제가 언론을 검열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기사를 삭제하도록 했는데 이때 신문사는 해당 기사란을 다른 기사로 채워 넣어야 한다. 기사 대신 활자를 뒤집어 인쇄하면 지면에는 글자가 아니라 검은 사각형이 나란히 인쇄된다. 이 모양이 벽돌처럼 생겨서 '벽돌 신문'으로 불렸다. 벽돌 신문은 권력이 기사를 검열하고 있다는 사실과 일제가 기사를 검열한 정도와 양을 보여준다. -기사 본문 중-
21세기의 다른 의미에서 '불령지도(不逞之徒)', 외신 뉴스
*불령지도(不逞之徒): 나라에 대하여 불평불만을 품고 구속받지 않으려고 하며 제멋대로 행동하는 무리. 불량배
해방을 맞이하고 광복이 왔지만, 국제뉴스는 여전히 제대로 취하기 어려운 것으로 남았습니다. 전쟁 이후 시작된 군사정권 역시 국제뉴스를 몹시도 싫어했습니다. 이유야 뻔하게도 집권의 정당성이 취약했지 때문이었습니다. 일제의 제국주의의 이유와 닮아 있는 것이지요.
이런 이유로 가장 암혹했던 현대사의 시간이었던 1979~80년의 외신이 전한 한국기사는 한국의 도서관 아카이브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국회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어디에서도 말이지요. 외신은 물론 국내 신문의 사정도 일제강점기 때와 구분하기 어려웠습니다. 검열의 빅브라더의 눈매는 매우 사나웠고, 정보기관원은 신문사에 상주하며 지면에 칼을 대었습니다.
https://m.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1811010600075#c2b
박정희 유신체제가 무너진 10·26과 신군부 반란인 12·12, 5·18 민주화운동 등을 다룬 기사는 수록된 쪽의 전체나 일부가 찢겨나가거나, 문장들이 검게 칠해져 있다(사진). 전두환 신군부, 제5공화국 언론 검열의 생생한 증거가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스란히 남은 것이다. -기사 본문 중-
국제뉴스의 빈자리를 대신 채운 것은 ‘해외토픽’이었습니다. 해외 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들이 올린 믿기 어려운 얘기들이 ‘해외 토픽’이란 이름으로 지면에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극장의 '대한 늬우스', 안방의 '땡전 뉴스', 그리고 지면의 '해외 토픽'이라는 3 대장들은 암울한 언론 환경의 대표적인 것들이었습니다.
69년 해외토픽 베스트 10 (조선일보 1969.12.21)
한날 결혼한 형제가 신방 바꿔 들어 첫밤
23세의 아가씨가 손녀를 봐 할머니 되고
남편이 너무 사랑해준다고 이혼소송도
잉글랜드 여자 축구팀과 스코틀랜드 여자 축구팀은 런던에서 친선경기를 가졌고
등등
놀라운 사실은 2022년, 오늘날의 '국제 뉴스', 즉 '외신'의 모습이 그 '해외 토픽'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일본의 제국주의도, 군사독재도 오래전에 사라진 대한민국에서 국제 뉴스의 모습은 어떨까요. 우리는 외신을 어디에서 취하고 접하게 되나요. 인터넷 초연결 사회라 직접 선택하고 읽고 보게 될까요. 그럴리가요.
<데일리메일>이라고 들어 보셨는지요. 데일리메일(www.dailymail.co.uk)은 지난해 한국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해외 매체라고 합니다. 매일 평균 다섯 건의 데일리메일 인용기사가 한국의 매체 어딘가에 올랐다니 놀랍기도 합니다. AP, 로이터 등의 뉴스 소스 생산 통신사도 아닌 곳이 어떤 곳인가 궁금도 합니다. 그런데, 홈페이지라도 들어가면 '후방 주의'가 필수적이 됩니다. 표지에 헐벗은 여인의 사진이 자주 올라오는, 영국의 대표적인 타블로이드, 즉 옐로 페이퍼이기 때문입니다. 데일리메일로 검색을 해보면 바로 정체가 가늠됩니다. 단 후방 주의.
설마 대한민국의 정론지라고 자부하는 언론들이 이 매체를 소스로 할까 싶다면 오산입니다. 오늘이라도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으로 검색해 보면 깜짝 놀라게 됩니다. 그중 일부 따옵니다.
* 조선일보
英데일리메일 "브렉시트 신경 쓰지 말자, 누구 다리가 더 예쁜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29/2017032902243.html
'거부할 수 없는 기회였다' 전직 플레이보이 모델, 왜 란제리 찢고 심판 유니폼 입었나
https://www.chosun.com/sports/sports_photo/2022/02/08/LNEUSUQM2C67HN6LCQE5RRZ56Y/
“분위기가 중요하니까”… 원숭이 짝짓기 도우려 가수 부른 英동물원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topic/2022/02/12/N6CW76CVBNGTHCUCNALPLJQ2DY/
*중앙일보
스테이크 한 조각 때문에…美뷔페서 40명 뒤엉켜 난투극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45040
"코로나 무서워요" 이 스트레스로 대머리 된 8살 여아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11965
*동아일보
“사랑해” 여친 신장 떼줘 살려놨더니…총각파티서 바람난 남친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20125/111430613/1
키스하는 커플 건드렸다가 반격에 기억상실…法 “정당방위”
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210429/106677191/2
최근의 우려는 이런 자극적인 기사야 헤드라인으로 독자가 스스로 걸러 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기사들이 뒤 섞여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요즘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외신발이 부쩍 <데일리메일>이 많아진 것입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437/0000295941
현지시간 14일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TV인 '러시아-1'에는 포로가 된 에이든 애슬린(28)의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매체는 인터뷰 예고편을 통해 에이든을 나치의 편에 싸운 용병으로 소개했습니다. -JTBC-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실질 영향을 미치는 뉴스일 경우입니다. 안보, 경제, 그리고 코로나 이야기처럼 말이지요. 이런 기사를 살펴보면 우려가 짙어집니다.
태권도 前챔피언, AZ 맞은 후 다리 절단… “붓더니 다리 폭발”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1/05/09/VWUPYOTJ5BFN7CVNYEWYSEKZCQ/
전 태권도 챔피언이 백신을 맞은 뒤 다리가 폭발을 했다는 내용입니다. <데일리스타>, <데일리메일> 등을 인용했습니다. <데일리스타> 역시 타블로이드, 옐로페이퍼입니다. 그런데 문제의 근본은 데일리스타나 데일리메일이 직접 취재한 내용이 아니라는 데에서부터입니다. 영국의 스탬퍼드라는 지방의 스탬퍼드머큐리(https://www.stamfordmercury.co.uk)라는 지방지를 인용한 것입니다. 스탬퍼드는 런던과 맨체스터 사이의 작은 면쯤 되는 곳입니다.
스탬퍼드머큐리를 찾아가 원래 글을 보면 내용이 결이 다르게 보입니다. 우리 동네에 사는 전 태권도 선수가 당뇨병을 앓고 있다가 백신을 맞은 뒤 당뇨가 악화돼 다리를 절단하게 됐으니 이 사람을 돕자는 취지의 구호 캠페인 기사가 원본입니다. 기사가 나간 뒤 몇백만 원을 모금해 전달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데일리스타>와 <데일리메일>이라는 선정적인 매체를 거쳐 윤색되고 뻥 튀겨집니다. 어떤 연유인지 이 뻥 튀겨진 기사는 지구 반대편쯤 있는 한국에 있는 <조선일보>를 거치더니 ‘폭발사고’로 둔갑을 하게 된 것이지요. 창피합니다.
방송사 중 가끔 뜻밖의 일을 하는 SBS가 팩트 검증을 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소위 '인육 케밥 사건'에 대한 외신 보도를 심층 탐사한 것이지요. 2021년 6월 한국경제, 중앙일보, 매일경제, 머니투데이 등 최소한 12개 언론사가 크게 보도했던 내용에 대한 현지 검증 취재였습니다. 당연하게도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https://factchecker.or.kr/fc_subjects/100
한국 언론이 인용한 현지 인터넷 매체는 Kasatintin, Ridimis, Opera News 세 곳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이 매체를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인육 케밥 사건’을 제외하고는 단 한 건도 국내 언론이 이들 매체를 인용한 적 없다. 더구나 이들 매체가 해당 사건을 보도한 때는 3개월 전이기도 하다. 한국 언론을 거치면서 사안이 더욱 자극적으로 변하기도 했다. 가나 현지 매체 원문 기사에는 인육 케밥을 판 범인의 계좌에 ‘7800만’에 달하는 돈이 있었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현지 매체 기사에는 ‘단위’가 쓰여 있지 않다. 한국 언론들은 이를 가나 화폐단위에 적용해 번역했고, 그 결과 150억 원에 달한다고 번역해 비상식적인 숫자를 만들어냈다. -기사 본문 중-
SBS가 대사관 취재를 한 이후 오보 가능성이 제기되자 12개 언론 가운데 3개 언론(SBS, MBN, 세계일보)이 기사를 삭제했고 9개 언론은 여전히 방치하고 있습니다. 오보를 낸 언론 가운데 오보 경위를 설명하는 입장을 내거나 사과한 곳은 놀랍게도 한 곳도 없었습니다.
더 웃픈 현실은 아프리카 인육 오보·가짜 뉴스 처음 아니라는 것이지요. 2015년 BBC와 영국 데일리메일(또 나옴) 등은 나이지리아 동남부 지역 아남브라에 있는 한 호텔 식당에서 인육을 손님에게 판매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국내 언론사들은 이를 인용해 “ 사람고기 팔다 걸린 호텔 식당 '충격', 주민은 오히려 '그럴 줄..'”(스포츠경향) “사람 머리 발견 경찰 습격으로 발각된 인육 레스토랑” 등 기사를 썼습니다. 위키트리 기사는 페이스북에서 4만 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을 정도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연하게도 이 기사는 오보였습니다. BBC는 “보도된 나이지리아 레스토링 관련 기사는 실수였으며 사과드린다. 이는 허위사실이었으며 BBC의 적절한 확인 절차 없이 보도된 것”이라는 입장을 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스포츠경향, 아시아투데이 등은 해당 기사를 지우지 않고 있답니다.
‘가짜 뉴스’나 ‘오보’는 사실을 그럴듯하게 꾸며 내는 '핍진성'을 지닙니다. 잘된 사실주의적 문학 작품인 것이지요. 그와 동시에 ‘사람의 편견’을 이용하여 '뉴스'로 둔갑시킵니다. 아프리카에서 인육을 버젓이 판매한다는 식의 가짜 뉴스·오보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일이 반복되는 이유가 그 특정 지역에 대한 '편견'에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기자들과 언론인들의 '단정적 추론'이 불편하고 위험하게 느껴집니다. 짬 낸 시간의 독서에서 취한 밑줄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들의 댓글들이 '뉴스'로 둔갑되기 때문입니다. '불령한 무리배, 불령지도'는 취재 검증 노력 없고, 언어, 역사, 외교의 이해 역량이 없는 지금의 '기자들'일지도 모릅니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언론
'눈 가리고 아웅 한다'라는 흔한 표현이 있습니다. 얕은 수로 남을 속이려 하거나, 또는 다 알면서도 짐짓 모르는 척하는 때도 쓰이는 말이지요. 이 말은 '까꿍놀이'에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어린아이를 상대로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가 치우면서 "아옹!(또는 까꿍)"하는 놀이인 아옹 놀이에서 파생된 속담입니다.
대한민국을 선진국이라 부르기에 아직 망설여 지곤 합니다. 외형은 그럴 듯 하지만 내적인 것들이 허한 신도시 개발 지역의 갑작스러운 졸부의 느낌이랄까. 그래서 '추격국'이라는 말에 더 귀가 기울여지는지도 모릅니다. 빠른 속도로 따라 잡기 바쁘다 보면 놓치고 가는 것이 있기 마련이지요. 엄청난 속도로 선진국의 외형을 이루어 냈지만, 그 만큼 '다음에'라는 핑계로 건너뛰고 미루어 둔 것들이 많습니다. 미루어 둔 것인지 내버려 둔 것인지 아리송해 질만큼 건너뛴 시간이 제법 되었지요.
외신 그리고 외교에 대한 무감각과 무지는 그런 것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세계는 점점 타이트하게 연결되어 가고 있습니다. 인터넷이라는 용어가 옛날 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우리는 세계 구석구석의 일들을 다 알아갈 수 있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문제는 기술의 한계는 없어졌지만 뉴스와 진실을 전달하는 통로는 여전히 '언론'이라는 독과점에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른바 '경로의 독점'이 됩니다.
'식량안보'의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를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빵공장'이라고 불릴 만큼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식량 기근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BBC 같은 매체의 '식량 위기'에 편승해 우크라이나를 동조하는 것은 그들 자국의 이익과 직결되기 따문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어떨까요. 한국의 '농업'의 측면에서만 본다면, 우크라이나 보다 러시아에 더 신경이 쓰입니다. 왜냐하면 비료 생산의 핵심 성분인 탄산칼륨과 인산염도 러시아에서 대규모로 생산되기 때문입니다. 곡물 기업들의 식량 생산에 필요한 핵심 비료성분의 1/4이 러시아산입니다. 우리나라는 자급의 경작에서 러시아와 중국산 비료가 필요하고, 곡물의 수급에서는 비료의 가격과 공급이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이것이 국익이라면, 우크라이나보다 러시아와의 전면 대척을 유의해야 하는 이유가 됩니다.
국방력 선진국이라 합니다. 전 세계 6위라고 하는데, 우리 주변엔 중국과 일본, 러시아가 있고, 위에는 북한이 있습니다. 동북아에서 4위, 북한 빼면 꼴등이 됩니다. 이것이 현실의 객관적 지표입니다. 우리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이고, 그 첫 번째, 두 번째는 중국, 미국입니다. 이들은 지금 지구 상 최대의 라이벌이고 숙원의 관계입니다. '외교'가 경제, 국방만큼 중요한 '안보 의제'라는 것은 자명합니다.
그러나, 언론은 어떤가요. 이곳 얼룩소에서 퍼다 나르는 외신들은 어떠한가요. '언론'의 밥을 먹었던 사람들이라는 것을 경계하는 이유입니다. 거리낌 없이 일방의 편향을 가지는 외신의 편식과 외교의 무지는 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니까요.
국제 사회의 동향은 필요한 체크 포인트가 됩니다. 그래서 '외신', '국제 뉴스'의 취득은 '외교'의 기반이 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경로의 독점'으로 늘 눈가림을 당하고 까꿍을 강요당하는지도 모릅니다. 수습 때부터 '해외토픽'으로만 국제사회와 외신의 맥락을 배운 사람들의 능력치일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그 둘의 의기투합으로 만든 호랑이 곶감 같은 불필요한 경로 통행세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의 언론 소비자들은 더 나은 외신을 접할 자격이 있습니다. 이 나라의 언론이 '재앙'인 이유는 안타깝지만 점점 늘어만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