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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대국부심(大國負心)

더 이상 '낀 신세' 핑계는 안된다

by 박 스테파노

응원이 멈춘 전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돈바스를 침공하며 전쟁이 시작된 지 두 달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예상보다 잘 버티는 우크라이나 군인들과 연일 매체에 자신을 노출하는 대통령의 분전으로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초기만 해도 우크라이나의 정체성과 한국과의 외교 통상적인 이해 득실을 따지지도 않고 일방의 편을 들어 응원하기 바빴습니다. 그러나 두 달이 넘어가는 지금은 어떤가요? 외신 단신 처리가 늘어나고 경제 섹션에서 물가의 인상, 건설 원가의 증가, 경제 전망에 대한 핑곗거리로만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한국은 리더십 교체기가 되었고, 언론과 언론 흉내를 내는 스피커들은 모두 새 정부의 인선과 지방선거 공천 타령입니다. 스포츠 응원하듯 실시간 중계하던 이곳에서도 향후 전망, 앞으로의 변화, 한국의 대처에 대해서는 눈 씻고 찾아도 한 글자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 언론과 외교의 처참한 현주소입니다.

인도의 외교


외교는 실리이자 자부심


https://n.news.naver.com/article/586/0000037417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는 국가들은 침략전쟁에 대한 응징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무엇보다도 미국과의 관계를 우선시해 동참하고 있다. 대러 경제제재로 잃는 것이 적지 않은 한국 정부도 그런 경우다. 그런 상황에서 인도의 독자 행보는 가장 눈에 띈다.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미국·인도·일본·호주 4개국 협의체)의 회원국인 인도가 지금의 양분되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제재에 등을 돌리고 러시아와 소통하는 행보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억 인구 대국 인도가 러시아와 손잡는 듯한 이런 선택을 한 까닭에 인도의 정체성은 오해를 받고 있다. 과연 인도의 지금 행보는 어떤 의중에 따른 것일까. -기사 본문 중-


인도는 땅덩어리, 인구에 따른 시장 규모, 그리고 사차원의 세계관에서 오는 독특한 문화와 교육열이 최대 자원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석유 같은 지하, 천연자원이 나지 않습니다. 중국과 많이 닮아 있는 모습입니다. 다만 인도는 민주주의 공화국의 통치 형태와 자본주의에 입각한 사회 원리가 작동합니다.


인도의 외교적 원칙은 '대국부심'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례로 캐나다가 코로나19에 대한 우려 국가로 인도를 명확한 근거 없이 지정하자, 인도는 바로 캐나다인의 모든 비자를 취소, 발급 금지를 합니다. 이내 캐나다 정부의 사과와 굴복을 받아 내었지요.


외교, 통상 관계에서 우선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특정 국가에 대한 호불호가 아닙니다. 상대 국가의 크기와 영향력에 압도되어서도 안됩니다. 주권 국가와 세계적 입지에서 스스로 부여한 자존감과 이익의 손해 여부가 기준되어야 합니다. 그 상대가 미국이든 중국이든 그리고 러시아든 개의치 않아야 하는 것 입다. 극단적인 실리 추구와 자존감 우선의 대국부심이란 양면을 가진 것, 지금의 인도 외교를 다시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늘 대는 핑계 - 어쩔 수 없는 처지


이런 지적에 아는 척하기 쉬운 이들은 이야기하곤 합니다. 지금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가, 강대국에 둘러 싸인 낀 신세가, 미국의 우방으로 지켜온 안보가 그리 쉬운 판단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말합니다. 아직 우리는 그 정도 수준의 '강국'은 아니라며, '선진국' 팡파르를 은근슬쩍 뒤로 감추며 다시 '개도국'에 가까운 추격국이라 얼버무립니다.


그렇다면 개발도상국 지위의 저개발국, 중도 개발 국가, 제3세계의 나라들은 자본주의의 최대 강자이자 스스로 세계 패권 국가라 기준이 된다는 미국과 서방의 편에 서 있을까요? 그럴 리가요.


https://n.news.naver.com/article/001/0013116139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겨냥해 미국과 유럽 선진국이 경제 제재로 '포위망'을 쳤지만 개발도상국이 이에 동참하지 않으려 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서방의 대 러시아 제재에 미온적인 대표적인 진영은 브릭스(BRICS)다. 이 경제 블록엔 러시아를 비롯해 브라질,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신흥 5개국이 속했다. -기사 본문 중-


WSJ는 중국이 이번 전쟁으로 선택을 강요받는 개도국의 대변자로 역할한다고 해석. 일부 개도국이 중국과 경제적 관계를 이유로 러시아에 대한 비판과 제재에 거리를 둔다는 것.


중국과 국경에서 분쟁을 벌이는 인도는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중국과 더 밀접해지는 것을 경계. 인도는 무기의 절반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 인도 외무장관은 최근 우크라이나 문제를 두고 미국, 영국과 만났는데 비슷한 시기에 라브로프 장관과도 만나 러시아산 석유 구매 대금을 달러가 아닌 루블화로 지급하는 문제를 논의.


러시아 요구대로 루블화 결제가 진행되면 서방의 제재를 피할 수 있고, 인도는 최근 대폭 할인된 가격에 수백만 배럴의 러시아산 원유를 확보.


이번 전쟁을 유럽 문제로 보는 경향: 과거 미소 냉전 때 비동맹 운동 블록을 만들기도 했던 국가들은 강대국 싸움에 끼고 싶어 하지 않음. "냉전 때 남미 지역이 체스판으로 사용됐는데 그 결과가 끔찍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설명.


일부 개도국은 2003년 이라크 전쟁을 벌인 미국 역시 다른 나라의 주권을 침해한 역사가 있는 만큼 제재를 '이중 잣대'로 여김. 유엔 회원국 가운데 24개국이 7일 유엔총회에서 러시아를 인권이사회에서 퇴출하는 데 반대하고 58개국이나 기권한 것도 이런 이유.


남아공, 앙골라, 모잠비크 등 아프리카 국가는 소수 백인 지배 구조를 바꾸거나 독립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것도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이유.

세계 모두가 같은 생각이 아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대 러시아 경제 제재에 따른 부담은 오롯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와 한국, 일본, 호주와 같은 미국 동맹국이 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자존심도 이익도 챙길 수 없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외신 편파, 취약성에 대한 비판은 묻어 버립니다. 대한민국의 외교는 무능하고 언론은 오보 따위에 신경 쓰지 않는 두꺼운 민낯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이곳에 퍼다 나르는 미국, 서방 일변의 외신은 물론, 옐로 페이퍼ㆍ타블로이드 기사와 SNS 댓글을 수집하는 것이 지금 한국 언론의 외신 취재 역량이니까요.


신세타령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초연결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각성하고 탐구하는 저널리즘의 재도약이 필요한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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