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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스테파노 Aug 28. 2016

Let me say Goodbye

아재의 일상 #5

감정선에 매달려 꽤 오랜 기간 쓰는 글이고 보는 영화던 질퍽대기만 하였습니다.

한참 써 내려갔던 노트북이 그만 버벅거리더니 시스템이 종료되었습니다. 이제 그만 

정신 차리라는 회초리인가 하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언가 상상하고 예상하고 기대한 일들과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섭섭하리 만큼 덤덤하게 줄 것 주고받을 것 받아 돌아 서고 말았던 것입니다.

사람들의 낯선 인사는 한가한 내일 덕에 벅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집에 돌아와서 혼자 남게 되는 게 문제였습니다.


익숙한 가구와 집기들은 처분하고, 번쩍이거나 희번득하 녀석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팽팽 잘 돌아가는 속도에, 놀라운 성능에 '헉' 소리 나오고,, 가볍게 돌아선 걸음만큼 가벼워진 시스템이 번쩍거렸지만 왠지 모르게 짠했습니다.

습관처럼 열어보던 채팅도 온 데 간데없고, 

핸드폰 배경화면이며 대기화면을 가득 채운 사진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오래간만에 나 혼자 힘으로 인터넷에서 옷을 사고 처음으로 멤버십 카드도 신청하고, 쿠폰도 보았습니다.

시간 맞추어 보내 주던 알람 문자도 하물며 들어오던 스팸마저 오늘따라 조용했습니다.

내일이면 오롯한 나로 살아가야 하는데.. 해방의 기쁨보다, 안락한 구속이 아쉬운 것이 이상했습니다.

그렇다 많은 것을 두고 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익숙한 출근길을, 숭늉보다 자주 마신 손수 갈아 만든 커피를, 

로또 같이 기다리던 이른 퇴근을, 설사도 멎게 하던 요상한 기운의 화장실을, 

먹지 않아도 배부른 요정 식단 같은 소소한 밥상을, 

어제는 싸우고 혼내더라도 오늘은 뜨겁게 안아주던 강아지들의 얼굴들을, 

나 홀로 잠못이루던 출장길의 기나긴 밤을.... 그리고...

내 부질없던 욕심을.


내 지친 모습으로 그 전부를 쫓을 수 없듯.. 너무 아쉬워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래도, 나 그곳에서 얻은 것들이 더 많으니..


그곳에 있을 때 뜨거운 사랑을 하였고, 나를 온전히 이해하는 친구도 얻었으며, 

내 생애 첫 추락에서 다시 비상을 꿈꾸었고, 무너진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처음으로 조건 없는 헌신을 받았고,, 첫사랑의 의미를 깨달았으며, 잘난 자만심을 꺾고 처음으로 누군가를 친구로서 진심으로 존경하는 마음을 얻었습니다.

무엇보다 젊고 엉성하던 지난날의 미완의 객기를 다듬어 만든 기억을 남겨 왔으니,, 

분명 남는 인생의 장사였습니다.


언젠가 훗날, 그곳에서 함께 했던 진솔했던 인연과의 자신 있는 만남이 기다리고 있겠지요.

그것이 내가 잘 놀고, 잘 쉬고, 잘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될 것입니다.

안녕 나의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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