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의 일상 #7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이 낯설어 보여 힘겨운 나이'
오 년 전 어떤 날,
어느 선배가 마흔이라는 나이에 대한 말 귀퉁이를 서랍 속 일기에서 찾았습니다.
그 힘겨운 나이 마흔이 훌쩍 지나 쉬흔을 바라보는 절반의 지점에 다다랐습니다.
내 나이 스물에
힘겨워 보이던 무게감들이 버거워 서른을 기대하고 살았나 봅니다.
이십 대의 낭만도 패기도 없이 숙제하듯이 시간을 흘러 보내며,
그저 시간이 빈 곳을 채워 주리라 막연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내 나이 서른에
가벼운 어깨를 기대하고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었지만,
내 어깨는 가벼워 지기보다 더욱 무거워지고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었다 생각이 들고 철든 척해야 하는 생각에
쉽게 돌아 설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막연한 책임감이 구체적인 사실로 채워지고 있었습니다.
나는 마흔이라는 나이를 막연함을 넘어 간절히 바라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 나이 마흔이 되니
아직도 난,
'삶'이라는 거대한 자연의 섭리에 '인생'이라 감히 줄 그어 그래프 그려보고,
그것도 모자라 부여 잡지도 못할 시간과 생각들을 조각조각 쪼개어 '생활'이라고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래선 안 되겠구나 싶었고, 맘이 그랬고, 몸이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나에게 솔직하고 시간에게 공손하고 오늘에게 감사해하는 그런 사람이고 싶었습니다.
마흔을 뒤로하고 쉰 살로 가는 절반의 길에 서서
내 지난 스물과 서른과 마흔과 다시 마주해 봅니다.
이젠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까 생각해 봅니다.
사랑할 만큼 사랑했으니 다시는 사랑하지 않으리라 허튼 결심도 해보다가
그래도 가벼워진 인생길에 맘껏 사랑하다 가리다 다짐을 바꾸어 보기도 합니다.
쥘 만큼 쥐어 보았고 잃을 만큼 잃어 보았으니 내일을 위한 꿈을 꾸지 않아도 된다 생각하다가
그래도 작은 희망 하나 뒷주머니에 담아 가야 홀로 가는 길 팍팍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보고 싶은 사람, 미운 사람, 그리고 용서받아야 할 사람, 용서해야 할 사람을 떠올리다 보니
이들을 어느 인생길에 만나 매듭을 지어야 할지 그대로 두고 가야 할지 좀처럼 마음이 서지 않습니다.
좀처럼 결정하기 힘든 이 곳 마흔과 쉰 사이.
스무 살 때 바라던 서른이, 서른 살 때 바라던 마흔이 바라던 대로 지나가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서른을 바라고 마흔을 바랐는데, 이제 마흔을 지나 쉰으로 가는 중간 길에서 생각해 봅니다.
내 나이 쉰 하고 하나 일 때 나는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