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의 진정한 의미, 그리고 투표율
1.
대한민국에 3대 선거가 있지요.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총선, 그리고 지방단체장 및 의회 선거. 그중 정치적인 작용의 순서를 꼽으라면 대선 > 총선 > 지선이라고들 하지요.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593043?cds=news_edit
(한심한 언론의 정치의식)
2.
지방선거는 '정치적 지지'와는 사뭇 결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정론을 포기한 수준의 미디어, 언론이나 여의도 정가에서는 지방선거를 억지로 '중앙정치'와 결부시키기 바쁩니다. 승리니 패배니, 대승이니 참패니, 정권 안정이니 심판이니 하면서 말이지요. 하지만, 지방선거는 중앙 권력으로부터의 '자립'이 그 기본 철학입니다. 중앙정치와 떼어 놓으려는 근대 역사의 산물인 것이지요. 그래서 언론과 정치인들은 참 우려스럽습니다.
3.
지방자치는 미국. 캐나다로 대표되는 '주민자치', 즉 상향식 자치와 독일, 영국의 '단체 자치'라고 하는 중앙 정부로부터의 권한 위임의 형태로 나뉩니다. 전자는 흔히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하고, 지방단체와 의회가 중앙정부에 의존하지 않는 힘을 가집니다. 후자는 보통 분권의 개념으로 예산이나 행정행위를 중앙에 의존 제한받곤 합니다. 한국은 후자에서 출발하여 주민투표나 주민소환 등을 도입하며 주민자치의 요소도 도입되고 있습니다.
4.
한국에서의 지방자치 역사는 일제 강점기의 독립운동과 함께합니다. 특히 3.1 운동 직후에 일본은 한국인들의 정서를 달래기 위해 도평의회, 부협의회, 면협의회 같은 제도를 도입하고, 물론 제한적 참여와 일부 권한이 친일세력에게 제도적 정당성만 부여하게 되었지만, 시작은 시작이니까요. 그리고 독립운동이 거세지는 1920년대를 거쳐 1930년에 협의회를 의결기구로 전환했지만, 결과적으로 친일 조력자들의 정식 명찰만 달아 주게 되었지요. 그러다가 해방을 맞이하고 건국이 되고 친미 독재와 군부 독재를 거듭하며 지방분권은 무늬만 있는 제도가 되었지요.
5.
1987년 항쟁으로 개헌 헌법에 지방자치를 명기하였으나 군부 쿠데타 정권의 후신들은 꼼짝하지 않다가 1990년 김대중 당시 평민당 총재의 단식투쟁을 하여 1991년 지방의회 선거, 1995년 단체장 선거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지방자치'의 역사와 의미는 생각보다 깊고 굴곡져 있습니다. 단지 27년이 된 정치 제도가 아닌 것이지요. 제국주의와 독재의 험한 정치 지형에서 정당성을 상실한 중앙의 폭거에 항쟁한 민주주의 완성의 소중한 결실이 됩니다. 그래서 더욱 '중앙정치'와 싱크로 하는 의견은 참 불편합니다.
6.
어제 8번째 지방선거가 마우리 되었습니다. 국민이 정부의 안정을 기원한다, 자중지란의 민주당을 심판한 것이다, 진보정치의 몰락이다 하면서 저마다 중앙정치와 결부된 평들만 쏟아 냅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특정 정당들의 승부가 아닌 '투표율'에 있습니다. "50.9%"의 투표율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자칫 유권자의 과반이 투표하지 않는 사상초유의 일이 일어날 뻔했습니다. 만약 과반이 참여하지 않았다면 누구의 당선이라도 정당성을 부여하기 어럽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이번 지방선거가 의미는 '모든 정치에 대한 경고와 국민의 외면'이라고 읽혀지는 이유입니다.
7.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가장 큰 벌은 가장 저질스러운 사람들에게 지배받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의 신봉자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낮은 투표율을 보면서 마음이 달리 먹어집니다.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4~5년 지배받더라도 이 정치권에 보내는 엄중한 민심의 경고일지도 모르니까요. 특히 누가 나와도 특정 정당의 조끼만 입으면 당선되는 광주의 투표율 37.7%가 주는 무게를 민주당뿐 아니라 여의도 정치 무리배들은 잘 들어야 합니다. 투표율이 과반이 안되거나 30% 밑으로 떨어지면 정치권 전체를 탄핵하는 반대급부의 국민투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어 보이는 오늘입니다.
8.
광역 단체장들 외의 기초 단체장들의 면면을 보니, 대선 기간 중 방송 출연이 잦았던 정치 '떨거지'들이 다수 당선되었습니다. 그 지역 주민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드립니다. 그들은 지역 현안이나 주민자치 관심 없을 것입니다. 다음 총선을 위한 발판 마련이 목적일 테니까요. 그들은 지방선거를 '중앙정치의 부속물'로만 보는 정치세력들이니까요. 그동안 누군가 일구어 온 주민자치, 풀뿌리 의사 결정, 사람 우선 행정은 사라질 것입니다. 이제 10년 전으로 후퇴할 것입니다. 거의 장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서울은요.
9.
한국의 지방자치제는 파란만장하고 치열한 굴곡의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노력이 지방자치의 실현과 정착을 위해 들었지요. 중앙정치, 행정의 눈치만 보던 지방행정이 주민들을 위한 서비스, 책임 구현으로 탈바꿈했고, 지방의회와 딘체장의 상호 견제로 부정부패가 많이 줄어들었으며, 어떤 형식이더라도 일당 독재의 가능성이 거의 사라지고 풀뿌리 정치의 가능성도 열렸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육을 중앙정치에서 분리하는 교육자치가 가능해졌습니다. 이렇듯 지방자치제는 한국 민주주의를 위해 반드시 지키고 잘 발전시켜야 할 중요한 필수 요건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지방자치를 중앙 정치의 부속물 정도로 보는 이들은 지방자치 선거를 우습게 생각하겠지만 말입니다.
10.
정치'꾼'들은 자신들의 영역에 민감한 세렝게티의 미물들과 닮아 있습니다. 으르렁 대거나 무리의 수로 세력을 과시하며 자신들의 영역으로 다른 종이나 무리를 들이지 않지요. 정치가 반민주적인 지난 시대에서는 폭압과 물리적 힘으로 그리 하였지만, 민의가 성숙해지고 시대가 변항면서 정치꾼들은 다른 방법을 간구합니다. 바로 스스로 냄새 고약하고 추레하고 저열함을 대 놓고 드러 냄으로서 주변에 오지도 못하게 하는 것이지요. 똥물에 진주를 숨기고 가져가려면 똥 묻는다 으름장을 놓는 것이지요. 민도가 성숙되고 민생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그것이 더 유효해집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그깟 똥 한 번 묻히고 닦으면 그만 아닐까요. 서로가 서로에게 주는 엄중한 경고를 가슴에 새기고 진정한 아래로부터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시작되는 원년으로 삼을 기회로 만들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