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기NEWS]
이젠 폐지된 장수 프로그램 <가족 오락관>에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는 인기 코너가 있었습니다. 각자 시끄러운 음악이 나오는 헤드폰을 쓰고 제일 먼저 주어진 단어를 연이어 입모양을 보고 릴레이로 전달하는 게임이었습니다.
게임의 요체와 핵심은 ‘확증편향’과 ‘왜곡’에 있습니다. 상대가 말하는 입모양만으로 단어를 유추하기 위해 입모양을 유심히 관찰하지만, 결국 단어의 결정은 자신이 가진 ‘나만의 사전’에서 꺼내기 십상이 됩니다. 청상과부 - 정상가수 - 청산가리 - 성냥개비가 되어 버리는 어이없는 변질과 왜곡에 참가자는 물론 시청자들은 배꼽을 잡고 웃게 됩니다.
이 오류와 왜곡의 시작은 ‘난 알아’라는 편향에서 시작합니다. 첫음절에 확신이 있을 때 더욱 그러합니다. 이런 것이 어디 TV 속 게임뿐일까요? 우리의 일상에서도 다반사입니다.
상대방의 이야기 중 내가 아는 대목이 나오거나, 나의 확신과 부합하는 단어가 튀어나오면, 그 순간부터 경청 따위는 책장 속의 책 제목일 뿐입니다. 자신 인지로 확증하는 순간 머릿속엔 이미 자신만의 연산 작용으로 결론 및 정산 완료되는 것입니다. 나머지 이야기는 필요 없게 됩니다. 더 중요하고 반전의 이야기가 뒤에 있더라도 말이지요.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135193?cds=news_edit
대통령이나 당선인은 주무 장관이나 책임자에게 엄중하게 현안에 대해 확고한 처리를 주문합니다. 그러면 장관은 각 차관에게, 차관은 실, 국장들에게 실국장은 과장들에게 과장은 각 팀장들에게 팀장은 각 파트 담당관에게 담당관은 실무 주무관들에게... 위계 체계에 따라 전달에 전달합니다. 그럼 중요 사안의 처리의 주문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각자의 이해관계와 관심사, 이해의 정도에 따라 의제는 재설정될 수도 있고 뉘앙스도 변이 될 것이며, 어쩌면 진위가 포장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기사 본문 중-
이런 의사소통 체계에선 청산 과부가 성냥개비로 둔갑하는 경우는 허다할 것입니다. 최근 숫자 나열만 가득한 4차 산업 혁신방안이 그러하였고, 미세먼지 대책으로 초대형 공기청정기가 등장한 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온통 메타버스에 NFT, 막아서도 모자랄 가상화폐 양성화. 하향식 의사전달이 이러한데 상향식 민원과 VoC는 어떠할지... 이런 연유로 한 조직의 ‘장’인 리더의 insight와 핵심 역량은 무엇보다 중요해집니다. 국가기관에선 장관이 그런 자리입니다.
정권은 시민들의 명령을 받아 창출된 권력입니다. 그 명령은 ‘바꿈’입니다. 온갖 폐단과 불합리와 부조리를 바꾸라는 시대의 명령인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바뀐 것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공무 전의 의식 구조를 그대로 두고선 적폐 청산이니 혁신이니 아무것도 이루어질 수 없을 것입니다. 국회의 구성이야 정권의 의지로 혁신하기 어려울지라도 정부기관의 체계를 자리 중심이 아닌 태스크와 프로젝트 중심의 조직으로의 개편은 필수 불가결한 일인데도 말입니다. 그러기에도 모자랄 시간에 부동산 쇼핑하듯 집무실 답사라니요.
화장실 들고 날 때가 다르고, 자리에 가면 본전 생각이 넘쳐 ‘공공의 위용’을 누리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일지라도, 이 정권의 정점이 그래선 안됩니다. 대통령 당선인 개인이나 '핵심 관계자', 혹은 '법사와 거사'등 측근 정치세력들의 노력으로 일군 결과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명령을 다시 새겨 볼 시간이 아직 남았습니다. 그런데, 아주 조금 남았고, 시간은 서두르지 않는 듯 지나치기 마련입니다.
지지자들이 구시렁댑니다. 지켜보자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그런데 말입니다. 그 자리는 처음부터 잘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그게 선출된 권력의 최소 자격입니다. 선거는 아마추어나 신인을 등용시키는 오디션이 아니라, 경험과 능력이 검증된 경력직 최고 관리자-Experienced Executive Officer를 뽑는 국민의 "명령"이니까요.
사족)
윤 당선인은 날짜가 참 중요한 듯. 5월 10일이라 콕 집어 말해서 혹시나 하고 찾아 봄. 역시나 "손 없는 날"
그리고, 청와대 돌려 달라고 한 적이 없음. "음기"가 강한 땅은 국민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