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이가 여니에게
오랜만에 제법 길을 걸었더니 엄지발가락 밑에 작은 물집이 굵게 잡혔습니다. 걷고 오래 서있을 때마다 묵직하고 날카로운 통증은 간만에 참기 어렵습니다.
지금 삶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날카롭게 할퀴고,
묵직하게 내리누르고 있는 지경인데,
티눈 만한 발가락 물집의 통증이
모든 것을 잊게 만듭니다.
사람이란 게 참 그래요.
추석입니다.
달은 누가 무어라 해도 책임을 다하여,
자신을 채우고 비우고,
어김없이 틀림없이,
그렇게 절기를 우리에게 줍니다.
변명할 이유도 다른 기준을 세울 필요도 없지요.
나쁜 것은 그냥 나쁜 것이고,
좋은 것은 그저 좋은 것입니다.
구차한 변명은 나중에 하기로 합니다.
좋은 쉼표들 되세요.
-곰탱이 남편의 어여쁜 아내와 나누는 아침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