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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아침 생각] 진정한 연은 여행길에서

웅이가 여니에게

by 박 스테파노

삶이라는 게 여행길이라면

인연이라는 것은 여행 떠나기 전 미리 지도에 그려 본 선처럼 만나지는 않는 듯합니다.


오히려 진솔한 연은

길 위에 이따금 보이는 작은 꽃 그리고 늘어진 나무 그늘,

불현듯 눈에 들어온 돌멩이 한주먹처럼

점점이 놓여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릴 적 번호 따라 점선 이어 그림 만들듯 살아온 길을 뒤돌아 보면 그 점들이 서로 이어져 내 길이 되는 것은 아닐까요.


애써 잡아 둔 것은 인연이 아니라 집착일 뿐이고,

그저 지나칠 수 있었던 작은 발견이

우연 같은 연이 될지도.


내게 비움과 휴식을 준 것은

그간 내가 잡아둔 인연도 절친도 가족도 아닌,

멀리 떨어져 있던 오랜 친구와 왕래 없던 동기

그리고 길 위의 점처럼 마주한 만남들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여행길은 여행이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저 남들에게 보여 주려는 트레드밀 위의 제자리걸음이었을지도 모르지요.


이제 길 위에 한걸음 내딛는 그런 날 for my good life.

길, 여행길


-곰탱이 남편의 어여쁜 아내와 나누는 아침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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