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이가 여니에게
오 헨리의 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에 나오는 가난한 부부의 마음을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머리카락 없는 머리핀, 시계 없는 시계줄은 아니지만, 우리 부부의 생일에 선물이 사라진 지 제법 되었습니다.
즉석식품 코너의 미역국, 편의점 슈크림 빵에 흉내도 내 보았지만, 역시 진심이 담긴 편지 한 통이 더 큰 위안과 울림을 주는 모양입니다.
아직 가난한 이 가을에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에 카드를 씁니다. 아내는 그런 맘을 헤아리고 SNS에 내 맘을 달래 주는 이야기를 올립니다.
백수를 넘기지 않는다면,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게 남았을 것입니다. 그날 동안 돌아오는 생일에 더 그럴싸한 케이크에 불 켜고, 더 그럴싸한 식사를 하며 당신과 오늘을 이야기하고 싶군요. 그것이 우리에겐 값진 선물이 되겠지요. 잘 이겨내고 버틴 날들의 회상이 될 테니까요.
여보, 당신
내가 당신보다 조금만 더 사랑하겠습니다.
생일 축하해요.
- 곰탱이 남편의 어여쁜 아내와 나누는 아침 생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