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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스테파노 Jan 26. 2023

삼성그룹엔 '삼성건설'이 없다.

[업(業)스토리 01] 건설산업은 억울하다?!

간설산업 (일러스트=iStock.com)


건설은 "등수 산업"(a.k.a 시공능력평가순위)


건설산업은 감으로 어림잡음보다 거시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다. 한국은행의 통계에 의하면, 건설산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2002년 7.6%에서 2021년 4.9%로 감소했다. 2022년도 하락세 국면은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2023년도 전망도 마찬가지로 축소 전망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산업은 도로, 항만, 산업시설, 주택 건설 등 광범위한 고정 자본을 형성한다. 실물 경제부문의 생산과정을 담당하는 국가 경제의 기간산업이다. 완성된 제품을 소비자가 선택하는 일반 제조업과는 달리 발주자로부터 최하부 생산조직까지 도급이라는 생산구조를 갖추고 있다. 기계화, 자동화 등 공업화에 의한 생산보다는 인력의존도가 높은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이런 이유로 다른 산업에 비해 생산과 고용 그리고 부가가치의 창출 측면에서 유발효과가 여전히 우위에 있다. 건설산업은 여전히 국가경제의 전략산업인 이유다.


보통 건설산업업은 "등수산업"이라고 한다. 1등부터 꼴등까지가 매년 공식적으로 성적 발표된다. 이것을 도급순위, 요즘말로 "시공능력평가순위"라고 하며, 매년 8월부터 다음 해 7월까지의 각종 지표를 평가하여 순위를 발표 공시한다. 이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명시된 국가 공인 지표로 각종 시공 입찰, 수주, 제안, 견적의 주된 참고자료가 된다.


평가기관은 국토교통부지만 모든 평가를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전문 기관에 위탁해 관리 평가한다.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가 그 위탁 기관이다. 주된 평가 항목은 다음과 같다.


1) 최근 3년간의 공사실적의 연평균액

2) 경영 및 재무상태

3) 기술능력

4) 신인도


이 평가 항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각 업체가 1건 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금액(시공능력평가액)으로 환산한 뒤 순위를 매기어 매년 공시하게 된다. 2022년 8월 시공능력평가순위는 아래와 같다. (링크는 건설전문 취업포털 worker.co.kr-http://www.worker.co.kr/link/2002R100.asp)

2022년 시공능력평가순위 (리스트=worker.co.kr)

시공평가순위의 상위 랭커들을 보다 보면 눈 익은 건설사들의 이름이 눈에 띈다. 거의 아파트 브랜드를 가진 업체들이기에 친숙하다 (디엘=대림). 이 중 부동의 1등에 눈길이 간다. 보통 통념으로 "현대"의 이름이 떠 오르지만, 십 수년 동안 부동의 1위는 "삼성물산"이다. 건설산업 등수의 1등이 무역회사의 이름인 '물산'이라니, 궁금함이 생길 법 하다.



이건희 회장의 결단을 이끌어  "구포 사고"


현대건설, 롯데건설, GS건설, 하물며 신세계건설은 있지만 삼성건설은 없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삼성그룹에 삼성건설이라는 법인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삼성그룹은 건설산업 시공평가순위 1위의 재벌 기업 집단인데 건설사가 없다. 삼성의 건설사는 "삼성물산"이라는 껍데기를 쓰고 있다. 상사부문, 소재부문(옛 제일모직)과 함께 삼성물산의 모자를 쓰고 있다. 다만 "삼성물산-건설부문"이라는 독립 부문으로 직원도 따로 채용하고, CEO도 따로 존재한다.


시공능력평가순위 1위 (사진=머니투데이)


처음부터 삼성건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삼성은 다른 기업들의 중동 특수를 목도하면서 비교적 뒤늦게 건설산업에 뛰어든다. 1977년 통일건설과 신진개발을 인수해 삼성종합건설을 출범시켰다. 이런저런 실적으로 도급 순위를 높여 가던 중, 삼성종합건설은 1993년 3월 28일 부산 구포 노반 시설 붕괴로 일어난 열차 사고를 내게 되었다. 이로 인해 사장이 구속되고 법인 영업 정지 6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1993년 3월 28일, 삼성건설은 부산 구포역 인근 경부선 철로 아래서 한국전력의 고압전력 케이블 매설을 위한 발파 작업을 진행했다. 발파 작업의 충격으로 철도 선로를 받치고 있던 노반이 길이 30m, 폭 23m, 깊이 9m만큼 매몰되어 버렸다. 기차선로는 커다란 구덩이 위에 레일만 걸쳐져 있는 상태가 되고 만 것이었다. 그때까지 아무도 그 위험성을 가늠하지 못했다.


그날 오후 5시 30분쯤 서울발 부산행 무궁화 열차가 구포역 전방 700m 지점에 있는 매몰 현장을 지나갔다. 규정 속도인 시속 85㎞로 달렸다. 100m 전방에서 노반이 침하돼 있는 것을 육안으로 발견한 열차 기관사가 비상 제동을 했지만 기관차와 발전차, 객차 2량이 웅덩이에 빠지고 객차 1량은 탈선하고 말았다. 이 사고로 승무원과 승객 78명이 숨졌고, 중상자가 54명, 경상자가 144명이 발생했다.


구포 탈선 사고 (사진=mimint.co.kr)

대한민국 1990년대에 벌아진 후진적 안전사고가 벌어진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분노했고, 삼성그룹 총수 이건희 회장 또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사법당국의 수사는 물론이고, 삼성그룹 또한 자체적 감사를 대대적으로 벌였다.


당시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를 앞세워 세계 최초 64M 디램 완전 동작 시제품 개발(1992년), 세계 최초 256M 디램 개발(1994년) 등을 통해 세계 1등, 1류 기업을 꿈꾸고 현실화하고 있었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이건희 회장의 혁신 일성이 이때 나온 것이었다. 기업문화 또한 정교하고 선진제도로 관리되는 '첨단 기업 삼성‘으로 변모하고 있던 중이었다.


삼성건설의 후진적 안전사고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되었을 것이다. 삼성그룹의 자체 감사는 당시 사고에 대한 문책은 물론, 건설업이라는 업종 자체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게 되었다. 이건희 회장이 "건설"이라는 이름을 자신의 그룹에서 지우고 싶은 일이 되어 버렸다.


이에 삼성종합건설은 이 사고에 대한 인식을 만회하기 위해 7월 삼성건설로 사명을 변경했다. 그러나, '삼성건설'의 이름은 오래가지 못했다. 1996년 1월 상사를 주력으로 하는 삼성물산에 흡수·합병돼 삼성물산 건설부문으로 법인명을 잃은 채 사업을 영위하게 되었다. 삼성물산은 상사 조직과 건설 간의 시너지 효과가 합병 이유라고 밝혔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구포 사고 전과를 가리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 정설로 자리 잡았다.


반전은 거듭되었다. IMF가 찾아오고 건설기업들이 줄줄이 도산을 면치 못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성공적인 구조조정으로 오히려 사세를 확장하게 되었다. 김대중 정부는 IMF 조기졸업을 위해 건설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둥 "건설경기 부양책"을 적극 펼치게 되었고 그 혜택은 삼성의 몫이 되었다. 삼성물산은 '래미안'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하며 아파트 시장을 독식하기 시작했다. 2004년에는 시공능력 1위에 올라서게 되었다. 그간 40년 동안 1등은 "현대건설"의 몫이었으나, 현대 그룹의 부침으로 역전을 시킨 것이었다.


삼성물산 내부에서는 "삼성물산은 건설사업부가 먹여 살린다, 건설 부문을 분리하면 주가가 2배는 오를 것이다"라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었다. 삼성그룹 안에 건설 관련사가 삼성물산이 유일한 것은 아니다. (삼성그룹 건설 관련사가 4개: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에버랜드- 모두 자체 아파트 브랜드가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홈페이지 (secc.co.kr)


건설업은 대형공사를 수주하면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까지 돈이 돌게 된다. 잘하면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도 있다. 사이클을 타긴 하지만 '간헐작 황금알 낳는 거위'로 불리기도 한다. 그리고 재무, 회계 관리가 실질적으로 느슨할 수밖에 없는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기업들이 사세 확장이나 외형을 부풀리기 위하 "건설 산업"을 떠 올리는 이유가 된다.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건설업에 뛰어는 이유는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바로 자본 투자 효율과 부가가치가 타 산업보다 높다. 그리고 누적 업력은 다시 수주우위를 주는 철저한 승자 우위의 시장이 건설 산업이다. 그 업태에서 "경쟁 DNA"를 유지하게 된다. 또한 수주금액과 트랜젝션 당 매출, 이익이 상당 규모이다. 적어도 몇 백억이 오간다. 현금이 도는 시장이고, 규모가 크기에 "부수 이익"의 활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암묵적으로 느슨한 장부가 비상자금을 비축하기에 용이해진다. 강자가 더 강해지는 산업이 건설 산업이다.



건설산업의 이해: 사업의 분류부터


산업을 안다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사뭇 다르다. 그저 아는 것에서 그치면 오해를 부르기 십상이다. 특히 흔해 보이고 익숙한 산업일수록 그러한 경향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건설산업인데, 흔히 "주택시장"과 섞이면서 개념이 더 모호해졌다. 기본적이고 간단한 이해부터 짚어 본다.


건설산업은 다양한 기준에 따라 분류된다. 가장 대표적인 기준은 "발주처"와 "공정 종류"에 따른 분류이다. 발주처 기준으로 건설 사업은 크게 "민간 분야"와 "공공 분야"로 나뉜다. 공공 발주는 정부, 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사업이다. 기본 수익성이 낮은 대신 수익을 미수 위험에 대한 리스크가 낮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 민간 발주는 미수에 대한 리스크가 항시 있는데, 대신 기대수익률은 높다. 공정 종류에 따라서는 크게 주택(단독주택, 아파트 등), 토목(도로, 철도, 교량 등), 건축(업무공간, 상업공간, 의료시설 등), 플랜트(오일, 가스처리, 정유 및 석유화학 시설 등)로 나뉜다.

 

공정 종류 중, "토목 및 인프라 사업"은 공공 발주의 비중이 크다. SOC 등 기간 시설 구축이 포함되어 있다. 국내 건설사 매출의 약 30~40%를 차지하고 있다. 규모가 큰 프로젝트가 많고, 한국 건설사의 경우, 글로벌 시공 경쟁 우위에서 비교적 우위에 있다. 공공 발주 계약에는 크게 다섯 가지 방식이 있다.

 

•최저가 낙찰제:

주로 300억 원 이상의 공사에 적용. 이름 그대로 가장 낮은 가격을 입찰하는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 공사 비용 절감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부실시공에 대한 우려도 존재. 최근에는 비용절감 근거를 제시하는 등 안정성 담보가 강화되는 추세.


•적격 심사제:

적격 심사제란 공사비 외에 기술능력 및 시공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 일정 심사를 통과하는 기업만 입찰에 참가하거나 선정(RFP 발송). 안정성과 품질을 높일 수 있음. 발주사의 평가 능력이 있어야 진행이 가능.


• 턴키 T/K (Turn-key, 일괄 수주 계약):

열쇠를 맡긴다는 의미. 발주처가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시공 완성물을 인도. 사전에 설계서를 제출하고, 시공 및 완성까지 모든 과정을 시공사가 책임지는 계약 방식. 책임 시공의 끝판왕.


• BTL (고정 수익률 계약):

BTL은 Build, Transfer, Lease이라는 뜻. 민간 자본으로 건설하고 발주처에 리스 방식으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방식. 예를 들어 민간 자본으로 학교 및 군시설 등을 시공한 후 국가에 소유권을 이전하는 방식. 다년간 공사비와 국고채를 포함한 일정 수익을 획득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 기부 채납을 하는 방식도 있음.  대구 시립 미술관, 울산 하수관거 등.


• BTO (변동 수익률 계약):

BTO는 Build, Transfer, Operate이라는 뜻으로, 민간 자본으로 건설하여 발주처에 소유권을 이전하는 대신 일정 기간 운영권을 획득하는 방식. 예를 들어 민간 자본으로 도로, 철도 등을 시공한 이후 10년간 통행료를 받아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 대표적인 것이 우면산 민자 터널,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야구 경기장.


복잡하니 참고만 (사진=everything i care about티스토리)


"건축 및 주택 사업"은 국내 건설사 매출의 약 60~70%를 차지하고 있는 분야이다. 오피스텔, 주상복합, 상업공간 등의 여러 건축 중에서 주택의 비중이 큰 편이다. 시장이 부침은 있지만 꾸준히 회전이 된다. 특히 "공급이 주택 가격에 대한 유일한 수단"이라고 천명하는 보수 정권들이 늘 부흥을 이끈다. 그래서 의외로 글로벌 경쟁력이 기술 수준에서 뒤처지고 있다. 주택의 사업 방식에는 자체 사업, 도급 사업, 재건축, 재개발이 있다.

 

• 자체 사업:

건설업체가 직접 자금을 투입해서 토지를 매입하고 건설하여 분양하는 방식. 건설사가 모든 프로세스에 관할. 미분양에 대한 리스크가 있지만 기대수익률이 높다는 장점. 1960~1990년대의 주택 호황기의 수단


•도급 사업:

건설사가 아닌 시행사가 토지를 매입하고, 건설사는 시행사와의 계약을 통해 공사비를 받는 방식. 정해진 공사비를 받기 때문에 수익성은 한계가 있음. 분양이 미달되어도 수익을 받을 수 있다는 안정성.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분양이 활발해지면 자체 사업이, 반대의 경우는 도급 사업이 늘어 남.


•재건축:

조합이 토지를 소유하고, 시공사는 시공권을 입찰받아 시공. 기반 시설을 제외한 건물만 건설. 민간 주도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 "XX아파트 재건축"이 이에 해당.


•재개발:

재건축과 마찬가지로 조합이 토지를 소유하지만, 재건축과 달리 지자체에서 구역을 지정. 구역 내에 조합원 구성이 다양함. 지대 소유자, 주택 소유자, 상가 권리자 등. 건물은 물론 기반 시설도 포함. 보통 공공 주도.



건설산업의 특징: 수주산업의 수익 구조


보통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경우, 판매와 동시에 발생한 소득이 매출이 된다. 그리고 발생한 매출에서 소요된 원가를 빼면 이익을 산출할 수 있다. 하지만 건설산업은 제조업이나 다른 산업과 다른 수익 인식 구조를 가지고 있다. "수주 산업"이란 큰 규모의 계약을 따 내는 사업의 총체를 말한다. 수주 규모가 비용은 물론 완성물 인도까지 제법 시간이 소요된다. 대표적인 산업이 건설, 조선, 그리고 IT서비스 산업이 해당된다.

수주산업 매출 인식 (자료=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수주 산업의 경우 재무상 관리를 두 가지 지표로 한다. TCV(Total Contract Value)라는 '총계약고'가 있고, 하나는 실제 돈이 들어오는 Completed Revenue라는 '기성 매출'이 있다. 기업의 예상 매출은 먼저 결정되고, 원가는 프로젝트가 진행됨에 따라 변동된다. 이렇게 수주 산업은 다른 산업과 매출과 원가를 계산하는 방식이 다르다. 이것이 건설산업의 Finanacial Risk가 발생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한때는 수주 금액을 매출로 우기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다가 "기성 매출"이라는 것이 도입되었다. 기성이란 PoC(Percwntage of Complete)라는 의미로 "공사 진척도, 공정률" 정도로 이해하면 쉽다. 아주 단순히 도식화하자면 100일 동안 도로를 닦는 공사에 30일이 지난 시점은 총공사비의 30%를, 50일이 지난 시점은 50%가 매출로 인식되는 것이다. 이 기성에 맞춰 하도급을 준 업체들에게 비용을 집행하게 되어 원가 비용도 현실화되는 것이다.

 

수주 직후는 매출이 일어날 일이 없고, 억지 기입하면 분식회계가 될 위험이 많다. 그렇다고 수년 걸리는 사업에 비용만 상계하면 기업의 재무구조는 악화되고 만다. 그래서 기성 비율로 매출을 인식하는데, 이는 사실 실제 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기성 지급"으로 지출된 비용을 추산하여 역산으로 매출을 잡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에서는 이것이 뜨거운 감자가 된다. 그라서 "인도기준 회계처리"와 "진행률기준 회계처리"에 대한 논의가 현재 진행형이다.

건설 회계 기준 (자료="건설업개롣" 블로그)


IT산업의 경우 계약서에 명시한 원청의 지급 기준으로 인식한다. 아파트의 계약금, 중도금, 검수금의 개념이나 실제 공정률을 실측하여 반영한다. 아직 건축은 기성 지급 역산으로 추정 매출을 삼는다. 이는 국제 수주 경쟁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한국 건설기업의 신용도가 낮아지는 일이 되었다. 이 재무적, 호계적 한계는 건설이 "비리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얻는 빌미가 되었다.


건설업은 수주산업이고 경기에 후행하는 산업이다. 이런 이유로 전반적인 산업구조, 산업활동의 변동 및 경제성장의 추세 등 "외변적 요소"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더욱이 정부의 금융정책과 건설 관련 규제 등은 건설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요인이 된다. 최근 건설업체 급증에 따라 업체당 평균수주액이 격감하고 있다. 이전 나름 블루 오션이었던 공공부문의 턴키시장이 투명화되어, 중견업체의 참여가 많아져서 업체 간 수주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건설산업의 특징: 산업의 특수성


건설산업을 이야기할 때 흔히 "특수하다"라고 한다. 특수하지 않은 산업이 있을까. 그 자체가 이슈라기보다 "특수성"이라는 말이 의도하는 바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건설분쟁을 다룬 전문서적인 건설분쟁관계법(윤재윤, 2011년)을 보면 그 특성을 추려 볼 수 있다. 독특한 특성으로 건설은 분쟁을 유발하기 쉬운데, 그 건설업의 특징을 5가지 정도로 정리한다. (아래는 건설경제연구소 참조: http://www.ceri21.co.kr/base/column/column.php?com_board_basic=read_form&com_board_idx=35)

 

1. 주문생산성

건설업은 생산계획수립이 곤란할 뿐 아니라 구조물, 시공생산물의 내용에 따라 공사비가 변하기 때문에 표준원가설정이 어렵다. 공사의 수익성은 입찰이라는 가격결정과정에서의 경쟁절차를 거쳐 결정되므로 입찰경쟁력과 수주능력이 주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2. 이동성과 옥외성

건설업은 일반 제조업과 같이 생산장소가 일정하지 않고 주문에 따라 생산장소가 이전한다. 따라서 기계와 노동력의 지속적 이용이 어렵게 되어 경영의 집중관리가 곤란하다. 또한 건설작업의 대부분이 옥외에서 이루어지므로 자연현상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고 타산업에 비하여 재해사고가 많아서 재해보상비, 안전관리비 등의 부담이 가중된다.

 

3. 생산의 하도급 의존성

건설업은 기업 내의 모든 생산수단을 항시 보유하고 있지 않아서 경영외부에서 필요에 따라 하도급업자에게 의존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대개 직능별 하도급업자에게 하도급을 주고 원도급인은 하도급 부분의 조립과 관리능력을 기반으로 하여 기업활동만 담당하게 된다. 그러나 하도급업자의 영세성, 과당경쟁으로 인한 품질저하 등이 건설업 자체의 발전에 장애요소로 작용할 때가 많다.

 

4. 생산의 장기성

대개 공사기간이 장기여서 그동안 자재, 노임의 변동으로 공사원가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 또한 공기가 공사이행의 관리가 어려워지고, 설계변경이나 사정변경이 생길 경우가 많아서 공기단축에 의한 원가절감이 매우 중요해진다.

 

5. 종합적 산업

건설업은 생산활동에 있어서 철강, 시멘트, 목재, 석재 등 다른 공업생산물의 공급을 받아 그것을 가공·조립하는 산업으로서 토목, 건축, 전기 등의 다수 공정의 종합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원재료비가 공사비에 차지하는 비율이 커서 건축공사의 경우 60 내지 70%가 원재료비에 해당한다.

 

건설산업의 특수성의 주요 골자는 ‘건설산업 분야는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주택시장과 등치 하거나, 수요와 공급이 아름답게 교차하는 시장이 없다. 그래서 방치하면 큰일이 날 수 있다. 자유 경쟁은 입찰의 수주 가격을 낮추게 된다. 하청구조가 심화되고 양극화가 심화된다. 시장 경쟁력은 가격이 담보하니 부실공사나 안전사고의 위협이 발생한다. 이 모두가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반면, 건설산업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진정한 의미는 각종 특혜요구로 활용되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 되기도 한다. 건설산업의 위기가 곧 국가경제의 위기인 것처럼 국민들을 세뇌시켜 왔다. 이러한 논리를 통해 건설산업에 대한 경쟁배제, 가격경쟁보다는 적정한 공사비 및 이윤 제공, 지속적인 건설일감 제공 및 건설산업 위축시키는 각종 규제 철폐 등을 요구하는 지렛대로 삼기도 한다.

건설업, 제조업 차이 (사진=건설업.보건 관리자 실무교재, 보건복지부)

 

 

건설은 죄가 없다


흔히 한국의 기득권을 폄훼적으로 비유할 때 '토건세력'이라는 말을 흔히 한다. 말의 유래에 대해서는 의견이 있지만 '토목건축'이라는 건설 사업을 바탕으로 갖은 수단을 동원하여 이익을 취하는 패거리를 지칭하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MB시절 4대강 사업이 그 비판의 중심에 있듯이, 토목건축의 기득은 과거 독재정권, 보수정권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최근 그들의 반격으로 화천대유 대장동 사건이라는 프레임으로 너나 할 것 없이 위정자들의 아픈 구석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IMF, 외환위기 같은 엄중한 국가 경제 위기는 물론 각종 경제 지표에 구름이 낄 때마다 건설산업은 늘 좋지 않은 시선을 받곤 하게 되었다. 왜 그럴까?

건설산업 이미지 (사진=한국경제 2020.12)


전체 취업자 가운데 건설업 종사자는 지난 10여 년간 7.0~7.7%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0년 건설산업의 총자본투자효율은 21.0%(2018년 26.9%)로 자동차 산업의 15.6%(2018년 16.9%) 보다 크게 높고, 반도체 산업의 21.2%(2018년 28.6%)와 대등한 수준이다. 부가가치율을 비교해 보면, 2020년 자동차 산업의 19.7%와 반도체 산업의 33.0%에 비해 건설산업은 35.2%로 더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 이전 시기에는 대체로 반도체 산업의 부가가치율이 건설산업보다 높았었다.


단순한 통계지표로 산업 전체를 진단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건설산업 생산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졌지만, 투자의 효율성과 부가가치 생산 기반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건설산업은 "저부가가치의 사양산업"이라는 프레임은 억울한 일이다. 그것은 사실 정치적, 사회적 환경의 선동적 편견과 오해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프레임은 쉽게 벗어 내기 어려운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 스스로 자성하고 개혁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아 크다.


우선 수주산업이라는 특수성에 대한 칭얼거림이다. 건설산업만이 수주산업이 아니며, 조선, 항공우주, IT 산업 역시 수주산업이다. 그러나 그들의 칭얼거림은 듣기 어렵다. 보호해달라고 아우성치지도 않는다. 건설산업이 특수하므로 국가가 나서서 수주물량을 확보해주어야 하고, 건설업체들의 지속적인 이윤 역시 보장해줘야 한다는 희한한 논리가 보수언론을 통해 만연해 있다.


현행 법령상 외국업체의 국내 공공건설공사 수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완벽한 보호 산업 중 하나이다. 통신과 전력 같은 배탁적 보호를 해 준다. 국외 업체가 사업을 하려면 규제의 관문이 어마어마하다. 먼저 국내에서 다양한 건설업종(전문, 종합, 감리, 각종 면허)을 등록하여야 한다. 우수한 인력과 재무구조가 충분하더라도 해당 법인이 관련 시공실적이나 시공여유분이 없다면 결코 수주할 수 없다(시공능력평가에 의한 입찰제한). WTO협정으로 국내 건설시장이 개방된 직후인 1996년 국내에 진출했던 5개 글로벌 건설기업 가운데 2개가 남았다. (일본의 후지타와 중국의 중국건축고분유한공사 2개사)


https://m.dnews.co.kr/m_home/view.jsp?idxno=200910071849105290820

글로벌 건설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떠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우리 건설시장을 지켜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국내 건설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고 철수한 것이니 국내 건설업체들의 능력을 다시 보아야 하는 것일까. 결코 이것은 아닐 것이다. 강남의 귤이 강북에서 탱자가 됐듯이 우리나라의 건설업 토양이 글로벌 건설기업이 뿌리를 내리기 힘든 현실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의 건설업 환경이 국제화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기사 본문 중-


또한 건설생산에 대한 재정투자가 늘어난다고 하여 경기진작이나 고용창출효과가 높아졌다고 판단할 직접 증거가 없다. 오히려 사업집행과정에서 담합 등으로 예산낭비가 지속되었다. 다단계 하도급 생산구조로 인하여 최초 낙찰자인 원도급업체만 초과 이득을 독점하게 된다. 실제 소비자인 건설노동자들에게 재정투자 효과가 미치지 못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조선업 보다 심각한 노동시장의 이중화와 하도급 구조의 양극화를 지니고 있다. 이 노동자들의 노조 조직률은 3%도 안된다.


경제적 논리로 ‘교환가치’(매매가격)보다 ‘사용가치(편익, 소유 자산 가치)’를 높이는 것이 실속 있는 소비 활동이다. 그러나 건설산업의 완성 인도물은 "교환가치"가 중심에 서 있다. 대부분의 시설물은 발주자(소비자)와 생산자가 미리 계약한 거래금액(‘교환가치’)으로 건설이 이뤄진다. 건설의 결과인 시설물을 활용해 얼마나 큰 편익을 얻을 것인가(‘사용가치’)는 ‘교환가치’와 상관이 없어 보인다. 욕망이 작용하는 주택 시장의 영향이고, 시설물 자체가 감가상각 이상의 가치를 보유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래드마크 등).


건설산업이 일자리 창출과 사회간접자본 공급을 통해 국민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자화자찬과 협박은 그만해야 한다. 건설산업도 첨단 빅테크 산업들처럼 세상과 일상을 바꾸는 ‘사용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인도 교환가치를 능가하는 편익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용가치’에 대한 기대 심리가 높아지면 공급자가 협상력 우위를 가질 수 있다. 이로 인해 당연히 ‘교환가치(매매 가격)’도 상승한다. 이런 것이 선순환 경제의 효과가 되는 것이다.


건설산업의 가치 재고는 내부에서 시작해야 한다. 스스로 혁신하지 않으면 프레임에 영원히 갇히게 된다. 씌워진 것은 선동적 오류의 산물일지라도 말이다. 한번 각인된 프레임은 좀처럼 벗겨지지 않고 세뇌되기 마련이다. 건설산업은 몇몇 유망한 제조업보다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또한 지속가능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지근거리에서 늘 바라본 건설산업의 진짜 모습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활동이었다. 스스로 증명할 때이다.


한국의 건설사들 (사진=케이머그)

건설업의 이야기는 하고 싶은 것이 더 있다. EPC 같은 플랜트 산업의 중요성을 가늠할 건설산업 생태계, 한국 건설의 역사, 그리고 산업 전망은 다른 "업스토리"로 소개할까 한다.



* 참고:

팬앤드마이크 - https://www.pennmike.com/news/articleView.html?idxno=51058

호박너구리 블로그- https://blog.pumpkin-raccoon.com/105

건설경제연구소 - http://www.ceri21.co.kr/base/column/column.php?com_board_basic=read_form&com_board_idx=35

벨루가 40도 블로그 -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SglSo%2FbtqMMhHVxMr%2F6dkqKkgli8jyZ0BPUwo1kK%2Fimg.jpg

대한전문건설신문 - http://www.koscaj.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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