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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스테파노 Jan 31. 2023

[세컷유감] 진짜 겨울은 아직 길모퉁이에 있다

삼성전자 어닝쇼크와 가스비의 함수

다들 걱정이 앞선다. 아니 뒤섰다고 해야 할까. 연일 가스비 폭등과 뒤따를 공공요금 인상에 살림살이는 더 퍽퍽해지고 있다. 누군가는 가난한 이들의 칭얼거림이고 스스로 아껴 쓰지 못한 조삼모사에 대한 대가라고 쉽게도 이야기한다. 그 말이 맞는 말이 되려면 정부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누구의 탓을 하지 말자는 것은 지난 정부니, 이번 정부니 정치공방만 벌이지 말자는 이야기이다. 이를 방치하고 대책이 미비한 정부를 두둔하라는 말이 아닌 것이다.


진짜 겨울이 온다 (사진=민중의 소리)


가스비는 가정의 살림만의 영역으로 끝나지 않는다. 영업용 가스비는 더 올랐다. 실질 58%가 인상되었다. 소비자 문가를 견인하고도 남는다. 정부는 얄팍하게 "산업용" 요금만 인하하여 물가 조정을 시도하지만, 그것이야 말로 멍청한 바보 구구단의 셈법이다. 공산품의 생산 단가를 줄이는 것이 물가를 억제할 수는 있지만, 소비자의 소비여력인 가계의 주머니는 텅 비었다. 소비여력이 침체되면 기업의 판매도 줄게 되고 기업은 만회를 위해 이런저런 핑계를 붙여 가격을 조정하는 "가격정책"을 들고 나올 것이 뻔하다.


겨울이어서 "고지서" 때문에 난리가 났다고 굳게 믿는 분들께 유감스러운 세 가지 장면으로 그 생각의 오류를 지적하고 싶다.



1. 삼성전자 2022 4분기 실적 발표-어닝 쇼크


https://n.news.naver.com/article/009/0005081267?sid=101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연결 기준 매출 70조 4646억 원, 영업이익 4조 3061억 원을 기록했다고 31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97% 감소했으나 연간 기준으로는 전년도에 이어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영업이익은 메모리 가격 하락 심화, 재고자산 평가손실 영향, MX의 스마트폰 판매 둔화로 68.95% 줄었다. 연간 실적은 매출 302조 2314억 원, 영업이익 43조 3766억 원이다. 직전 연도 대비 매출은 8.09%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5.99% 하락했다. -기사 본문 중-


지난달 삼성전자의 잠정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국내증시의 어닝시즌이 시작되었다. 특히 4분기 어닝시즌은 통상적으로 해가 바뀌기 전에 미루었던 회계상 숙제들이 더해 지기에 그 예측이 빗나가곤 한다. 예로 잠재적 손실을 실제로 회계상에 반영하는 ‘빅배스(대규모 손실 처리)’의 영향 탓에 쇼크가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더욱 커지기 마련이었다. 그 잠정 예측이 현실로 확인되는 것이 공식적인 "실적 발표"이다.


보통 기업의 장부는 1주일 정도 마감 유예를 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이나 지난번에도 설명한 "매출인식"의 방법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출하가 되는 순간 매출이 잡히는 것, 주문 계약이 곧 매출이 되는 것, 그리고 실제 돈이 수금되어야 매출로 인식하는 것 등 다양하다. 특히 삼성전자와 같은 B2B의 경우는 더 복잡하다. 그런 계수의 조정이 이루어지고 실적이 공식화되는데 보통 2주~4주가 걸린다. 특히 회계연도 마지막 분기의 경우 대규모 손실처리 등 장부를 터는 일이 추가되니 조금 더 걸린다.

삼성전자 어닝쇼크 (사진=뉴스1)


이번 어닝 쇼크의 원인은 여러 가지 있겠으나, 반도체 시장의 호황으로 지속적인 ‘밀어내기’ 조절이 가능하다가 작년 4 분기에 제어 불능의 쇼크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4년 전과 똑같은 양상이다. 새로운 제너레이션(3 나노 공정 등)의 등장에 의한 박리다매의 밀어 내기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매출은 늘었는데 영업이익이 줄어든 이유가 설명된다. 이 지점에서 두 가지의 시사점을 본다. 하나는 분기실적의 분식으로 인한 투자자나 금융 사장에 대한 영향일 것이고, 작년 4분기에 밀어내기가 지속되지 못하다는 것은 금년 반도체 시장에 적신호가 올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 삼성전자 등 반도체, 특히 메모리 반도체의 경기가 침체될 예측은 작년부터 있었다. 그 원인 중 하나가 "가스비 폭등"이 거론되고 있었다. "가스비"가 갑자기 메모리 반도체 시장 부침에 툭하고 튀어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하니 살펴보면 좋을 듯하여 작년 보도를 들추어 본다.



2. 가스 대란 '나비효과', 삼성반도체 성수기 꺾다

https://m.mt.co.kr/renew/view.html?no=2022090115033626570&type=outlink&ref=https%3A%2F%2Fm.search.naver.com

전 세계 각국에서 전기요금 인상이 잇따르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올겨울 전기요금과 난방비 지출이 늘어나면서 연말 특수가 예년만 못할 것으로 예상되어서이다. 소비심리 위축은 물론, 그간 실적 버팀목 역할을 해온 서버 수요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사 본문 중-

난방비와 전기료는 "식비"와 함께 생활 필수 비용이 된 지 오래이다. 줄이는 데에도, 생존과 직결되기에, 한계가 있다. 유럽의 두 주요 국가인 독일과 프랑스 전력 가격은 나날이 기록을 경신했다. 6만 원이었던 전기료가 30만 원이 나온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미국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작년 7월 평균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15% 오르면서 전기료를 체납하는 가정까지 늘고 있다. 미국 저소득층 가정에 대한 에너지 지원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에너지 지원 관리자협회(NEADA)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약 2000만 가구가 전기료를 못 내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하는 국내 메모리반도체 업계에서는 난방비와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파급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난방비 지출 등 확대로 소비자 구매 여력이 급감할 수 있고, 올해 초부터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지속 심화하고 있어서 작년 하반기에는 계절적 성수기가 없다는 것이다. 계절적 성수기란 하반기가 상반기에 비해 기업활동이 성숙되고 실적 향상에 박차를 가하게 되는 분기별 관성을 말한다. 보통 B2B 비즈니스는 4분기 실적이 가장 높게 형성된다. 공공은 예산 소진을 하게 되고, 기업은 소위 "밀어내기"로 매출을 극대화하게 된다.


그간 메모리 업계 실적을 이끌어온 것은 "컴퓨팅 서버"의 수요이다. 개인용 PC나 스마트폰 구매만 체감하는 일반 소비자들과 달리 기업들의 서버 구매는 경기에 민감하다.

가장 수요가 많은 고객군 중 하나가 "데이터센터"이다. 그런데, 데이터센터 업계가 전기요금과 건설 비용 부담으로 계획했던 투자를 미루거나 축소하고 있다. 코로나19의 반사 횡재로 이득을 본 플랏폼 기업들의 서버 사용 수요가 2021년도에 급증하여 지난해 상반기에 그 특수가 소진된 바가 있다. 데이터센터 구축에는 x86 서버라는 가장 작은 단위의 서버가 대량으로 필요하다. 서버용 D램이 다량으로 쓰이는데, 다른 제품 대비 부가가치도 좋아서 캐시카우가 된다.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제공=삼성전자)


일찌감치 난방비와 전기료 폭탄을 경험한 유럽에서는, 작년부터 투자 축소 움직임이 확연하다. 영국 국영 전력회사 얼그리드는 최근 전력 공급 부족과 소비 심리 위축을 이유로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 유예 조치를 내렸다. 연쇄 작용으로 아일랜드에 각각 2개와 1개의 데이터센터를 지을 예정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데이터센터 설립을 계획했던 대부분의 기업이 계획을 철회하고 있다.


난방비와 전기료의 급등은 다시 소비의 긴축을 부르고 있다. 코로나 때에 횡재 격의 전성기를 맞이한 플랫폼들의 비즈니스가 위축되고 있다. 배달 플랫폼만 보아도 확연히 느껴진다. 이는 또 다른 오프라인 소비의 긴축까지 이어진다. 이에 따른 기업들은 투자 계획을 축소하게 된다. 가장 쉬운 것이 증설과 고도화를 미루거나 철회하는 것이다. 당장 하지 않아도 영향이 적은 투자는 멈추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기업의 IT인프라, 특히 서버의 영역이 된다.


작년 상반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재고가 30% 넘게 늘어났다. 2021년의 호황의 지속을 섣불리 예측해서 원활한 공급을 위해 재고를 의도적으로 늘려놓은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수요 부진은 단순 매출 감소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반도체 시장은 원유나 곡물과 같이 선행 시장이다. 재고가 는 것 자체로 가격은 급감하게 된다. 재고 소진이 늦어진다면 가격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를 점한다거나 신제품 생산과 판매에서 경쟁사에 뒤처질 수 있는 등 리스크가 발생한다. 그래서 작년 4분기에 그 재고들을 "밀어내기"로 소진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로 삼성전자의 매출이 사상 최대를 찍었지만, 이익은 반토막이 난 것이다. 진짜 겨울이 올지도 모른다.



3. 진짜 겨울은 아직일지도 모른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14/0004961260?sid=101

연초부터 난방비 폭탄으로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상하수도와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예고돼 있어 서민 경제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1·4분기 동결됐던 가스요금이 2·4분기에는 다시 오를 것으로 보여 체감물가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기사 본문 중-

올해 1분기에는 가스요금이 동결되었다. 고지서를 든 사람들은 어리둥절할 것이지만, 작년 4,5,7,10월에 요금을 42.3%나 올린 것이 사용량이 급증하는 동절기에 체감이 된 것이다. 2분기에는 난방 사용이 급감하니 고지서 폭탄은 면할 것이라는 생각에 가스비를 인상하는 듯하다. 실제 난방비는 체감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데에 있다.


공공요금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이제부터이다. 교통비, 전기료 등 더 많은 종류의 공공요금이, 더 큰 폭으로 인상 예고됐기 때문이다. 물가의 한 축인 공공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 체감 정도는 지표 이상이다. 누군가는 오를 것이 오른 것이고, 아껴 쓰지 않아서라고 이야기한다. 맞는 부분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기·가스는 최근과 같은 한파 상황에서 절약에도 한계가 있다. 교통비는 어떠한가? 습관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은 배부른 자의 혀 차기가 된다.


그래픽=아시아경제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이 질문에는 "정부"의 역할이 답을 주어야 한다. 이 시국에 예상 밖의 횡재를 내는 주체들이 있다. 적자 투성이의 공사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금융사들은 어떠한가? 플랏폼 공룡들은? 그들에게서 적극적인 "사회적 기금 조성"을 유도해야 한다. 세금이든 자발적 사회 공헌이든 말이다. 국민의 2%도 안 되는 종부세에 대해서는 난리가 난 듯 경종을 울리며 "공습경보"를 울렸다. 전 국민의 난방비, 전기료 아우성이 그저 칭얼거림이라 치부될 것인가는 시민의식의 성숙도의 문제일 뿐이다.


그리고 진짜 겨울은 아직 체감할 수 없는 "국가 거시 경제"에서 올 확률이 높다. 기업들이 힘들다는 흰소리는 스스로의 긴축을 예고하는 추임새가 된다. 4분기의 빅 배스 조정에도 삼성전자는 "반등 여력 없음"을 공표한 셈이다. 이 겨울을 어떻게 마주하는가가 진짜 실력이 될 터인데, "정치"만 가득한 위정자들과 언론의 웅성거림이 참 불편하고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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