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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스테파노 Feb 01. 2023

유통은 어디에서 어디까지일까?

유통산업

박하 님의 글을 보고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지적의 과도함"이었습니다. 우선 한국의 모든 유통구조에 대한 지적으로는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걸렸고, 또 주로 예로 드는 '식자재", 즉 '농수산물'의 유통이 전체 산업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해가 가는 부분은 산업을 이해하고 연구한 사람이 아닌 생산자와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드는 불만이고 문제 제기라는 생각입니다. 저도 산업에서 컨설팅을 하던 사람이지만 자연인으로는 소비자였으니까요.

늘 유통비는.과다해 보여 (시진=아주경제)


10여 년 전, 농협과 AT공사 등과 곡물, 농산물의 유통구조 합리화 진단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농수산물의 유통 단계가 다층적이고 다단계인지 처음 알았습니다. 보통 7~17단계의 유통과정을 통해 소비자의 밥상에 오르더군요. 배추, 무 같이 강원도 태백에서 저희 외사촌 형들이 농사를 지어 직거래하지 않으면 평균 십 수 명의 손을 거쳐 내 식탁의 저녁거리가 된다는 현황을 파악하고 "문제의식"을 최초의 가설로 세웠습니다.


그러나, "유통산업"의 생태계와 그 안에서 실타래처럼 얽힌 가치사슬을 보면서, 일반적인 생산자와 소비자의 입장에서만 고려하면 안 되는 산업이라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도 그 프로젝트를 하기 전에는 생협이나 지역 조합을 통한 직거래와 중간 물류만 농협이 개입하여 규모의 공공 물류를 서비스하는 가설로 "전략 계획 타당성"을 타진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제 가설을 깨버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유통산업의 "파편화"와 "보편성" 때문이었습니다.



"유통 산업" 정의와 분류는 무척 어렵다

우리가 생각하는 유통의 개념이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거래구조에서 결과물의 전달로 이어지는 과정의 이해와도 같다. 당연히 이윤을 남기는 입장을 알고, 그럼에도 유통업체에게 꼭 필요한 만큼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싶어 한다. 그렇게 유통망을 모른 척 인정해 오던 마음이 어째서 부정적으로 돌변하였는가. -박하 님의 글 중-


설명을 잘해 주신 것과 같이 "유통"이란 생산자, 혹은 제공자와 최종 소비자, 혹은 지불자 사이의 간격을 채워 주는 일입니다. 간격을 "좁히는 것"이 아니라 "채우는 일"이라는 것은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상거래가 간단할 때는 생산자와 최종 소비자가 직접 거래하게 됩니다. 이것이 "농수산물"과 같은 1차 산업의 생산물이 예시가 되기에 "모든 유통 산업"에 대한 착시와 오해가 붉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 "농수산(축산포함) 물의 유통 구조"에 대한 표면적인 비판이라면 수긍이 됩니다. 분명 "편리"와 교환가치가 성립하는 단계의 최적화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통의 물동을 차지하는 "공산품", 즉 제조업체의 생산품의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현대에서도 고가의 부가가치가 내재된 상품, 재화의 경우 직접 거래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자세히 살피면 선행된 제품, 부속, 재료 등을 유통하여 조립하거나 조합하여 판매됩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제조산업"의 생산물은 직접 판매가 불가능한 것이 사실입니다. "100% 수제 양장점"에서 양복 한 벌을 맞춘 들, 그것이 모두 재단사와 디자이너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생산품이 아닙니다. 옷감은 최소한 직물공장에서, 실은 면사 공장에서, 단추는 단추 공장에서 사 오게 되지요. 이 모든 과정이 "유통"이라는 경제활동으로 채워집니다.


복잡하다 너, <유통일반> (사진=이오북스)


유통의 진정한 가치는 이런 곳에 있습니다. 다양한 상품의 조합이 가능해지고, 보다 많은 판매자와 중간 생산자를 양산할 수 있습니다. 수요만 있다면 말이지요. 이 이야기를 반대로 뒤집어 본다면, 유통과정을 합리화의 미명 아래 축소하고 간소화한다면 그들의 일자리와 경제활동은 소실되고 마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한국의 "유통 산업 종사자"는 얼마나 될까요? 이것이 고무줄입니다. 이유는 "유통 산업"이라는 정의가 너무나도 유동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도, 소매 같은 판매상은 유통업입니다. 그 중간의 가공과 포장, 운송, 저장, 물류를 하는 중간 단계 업체도 유통업입니다. 그렇다면 롯데리아는 유통업일까요? 롯데리아는 롯데그룹의 주력사입니다. 매출이나 브랜드 평판면에서 주요하고 지배구조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롯데리아"는 글로벌 산업 분류에서 Retail store로 분류됩니다. 유통업체입니다. "서비스업"이라고 이야기들 하시지만 "서비스"는 "용역"을 제공하는 업태입니다. 모든 식당은 유통업입니다. 마트의 밀키트를 생각한다면 이해가 더 쉬워집니다. 우리가 접하는 "판매상인"들은 유통의 제일 끝단에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유통은 매우 중요한 산업의 영역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합니다. 눈에 보이는 경제활동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그러합니다.



한우의 유통과정에서 유통은 어디에서 어디까지?


우선 예로 들어주신 "한우 유통구조"에 대해 이야기를 해 봅니다.


박하 님 예시 그림

위의 그림만 본다면 도매가격에서 소매가격으로 가는 동안 "유통업체"에서 무시 무시한 도적질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는 유통과정의 곡해로 보입니다. 주장을  위한 과장으로 보입니다. 앞선 박하 님의 "유통"에 대한 정의와도 배치됩니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과정이 모두 유통이 되는데, 소매 영역만 "유통업체"라고 왜곡이 되어 있습니다. 이를 다시 살펴봅시다. 한우는 다음과 같이 생각보다 복잡한 유통구조를 가집니다.


한우의 유통단계 (출처=축산유통연구)


출하, 도매, 소매 단계가 모두 유통의 영역입니다. 이들이 옥상옥을 지어 부러 다단계를 형성하는 것도 아닙니다. 모두가 앞서 말한 "경제적 편익"이 도모되기에 중간의 부가가치를 용납하게 되는 것이지요. 가장 큰 이득은 시장으로의 진입, 흔히 경영에서 GTM(Go To Market) 전략적 이득이 생깁니다. 보다 크고 다양한 시장에 최소 비용으로 진입하는 이득입니다. 이것이 유통의 부가가치입니다. 그렇다면 한우의 유통만 유독 독점적 판매자가 이득을 착취하는 것일까요?


출처=이데일리

앞선 어느 한우 유통업자의 이야기는 하소연을 강조하기 위한 과장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유통에 대한 정확한 이하가 없기 때문에 오해가 깊어집니다. 박하 님 말씀대로 500원에 출하한 사과가 2,000원이 되어 제사상에 오르는 것을 보면, 500원짜리를 1,500원이나 중간에서 가로챈 것 같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유통구조를 줄이거나 생략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마진이 주니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행복할까요? 아마 시장 진입과 접근이 어려워 판로가 줄어 생산자는 가격을 올리거나 손해를 볼 것이고, 소비자는 다양한 생산물을 쉽게 소비하지 못하니 기회비용이 커질 것입니다. 그 경우가 배보다 배꼽이 커진 것입니다.


또 이미 수십 년~수백 년 동안 구축된 공급망, 유통망, 그리고 그위의 가치 사슬은 무너지게 될 것입니다. 그들은 부가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기에 존재하고 있던 것입니다. 그들 종사자와 경제 인구들은 일자리를 잃겠지요. 쿠팡을 예시로 드시는데, 쿠팡의 유통구조는 기존 유통업체들 보다 한 단계 이상이 추가된 상태입니다. 다만 "손해 보고라도 판다"라는 기조가 착시를 불러일으킨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쿠팡과 배민, 카카오 마저 "유통"의 심장인 오프라인 물류 인프라 구축과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지요. 오히려 신선 물류는 공급이 과잉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https://now.rememberapp.co.kr/2022/07/10/19777/

코로나19 이후 신선식품 카테고리 온라인화에 대한 기대에 힘입어 ‘저온(냉장/냉동) 물류센터’가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장에서 맞닥뜨린 실수요는 공급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최근 수도권에 입지 한 복합물류센터 중에 ‘저온시설’ 임차가 이뤄지지 않아 투자를 검토하는 입장에서 걱정된다는 게 독자가 전한 입장이었습니다. -기사 본문 중-



유통은 보편적인 "파는 행위" 종합


유통 단계를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하는 이유는 그 벨류체인 안에서 모두가 "역할"이 있기 때문입니다. 눈먼 돈을 착취하거나 통행료를 받는 것이 유통업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B2B 인프라인 설비 자산(컴퓨터 서버, 장치 설비 등) 유통구조에도 중간 업체들이 끼어듭니다. 그 경우 벤더에서 사용자까지 무한 삽입이 되면 부가가치가 늘어나 쉽게 소득을 올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회계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가치가 되는 직접 공여, 용역이나 기타 기술 자문, 또는 부품이나 기타 서비스가 포함되지 않으면 부정, 분식 회계로 판정 납니다. 그리고 소비자가 과다 지출이 안되게 경쟁을 붙입니다. 유통과정이 시장 합리화되는 과정입니다.


맞춤 양복점에서 50만 원의 정장의 재료 원가는 얼마일까요? 50% 이하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과다한 마진 착취라고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테일러의 디자인, 재단 용역비가 들어가니까요. 그것이 유통에서의 부가가치이고 마진이 됩니다. 기성 양복은 어떤가요? 그 마진이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농수산물의 유통과정의 마진에는 왜 그리 예민할까요? 아마도 생산 출하 상태의 외형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달되어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우의 경우를 보아도 아시겠지만 수많은 과정을 거치게 되고 그것들은 정당한 가치를 부가하여 마진을 취득하는 것입니다.


유통은 중요하다 (사진=매일경제)


유통은 이와 같이 생산자와 소비자의 사이를 채우는 일입니다. 그저 거치거나 통과하는 단계가 아닙니다. 되도록 최종소비자가 원하는 원형 그대로 채워주는 일입니다. 굳이 그 단계를 줄이거나 좁힐 이유는 없습니다. 시장에서 납득이 가능한 부가가치와 기회비용의 절감을 얻었다면 거래가 성사되는 것입니다.


유통업은 생각보다 "빡빡한 업태"입니다. 실제 순익이 많이. 나지 않습니다. 더욱이 정보 과잉의 시대에 가격은 뻔히 노출되기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 유통을 하는 이유는 "돈의 흐름"이 좋기 때문입니다. 상품과 생산물이 흘러가는 대로 돈이 돕니다. 그 이유로 대기업들이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산업 중 하나입니다. 어느 누구도 "유통 산업의 몰락"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그것이 "유통상"들의 마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보다 독점화되는 이합집산의 중간 물류의 독점 같은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이는 기회가 되면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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