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로 보는 의문, 유강남 80억은 남는 장사인가?
야구라는 산업의 ROI
유강남 포수는 분명 "좋은 포수" (사진=엑스포츠뉴스)야구라는 산업의 ROI
1. FIP는 "수비수 능력"의 지표? 특히 포수라고?
FIP는 야수의 도움 없이 경기에 끼치는 투수의 지표인데, 투수가 제어할 수 있는 지표, 홈런, 볼넷, 몸에 맞는 공, 그리고 삼진으로만 측정한다. 이 개념의 시작은 "운에 의존하는 요소는 투수 개인의 능력이 아니다"에서 출발한다. 즉 투구가 손끝에서 떠나 타자의 방망이에 맞으면 홈런만 투수의 책임이 된다. 그럴 듯한데, 좀 이상하다.
안타는 전부 "운"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투수의 역량은 뜬 공, 땅볼 등의 타구 종류만 만들고, 그것이 안타가 된다는 것은 인플레이(소위 BABIP)이라고 하는 운, 땅볼이 수비 사이를 뚫고 나가는 운, 그리고 플라이볼이 수비를 피해서 떨어질 운은 투수의 몫이 아니라는 것이다. 진짜 그럴까? 개연성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일반화는 위험해 보인다.
K-FIP (사진=야구공작소)롯데의 투수들이 FIP가 ERA보다 좋다는 것은, 제구가 좋거나 홈런을 덜 맞는데, 운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사실 FIP는 수비 무관이라는 말 때문에 오해가 있을 수 있다. 수비수가 못해서 일수도 있지만, 수비수 입장에서도 "운"의 영역이 된다. 시프트에 의해서 안타가 되고, 타구 속도 때문에 땅볼이 안타가 된다. 구위가 약해 코너 루상 위의 라인을 타는 안타는 장타가 된다. 투포수의 도루 허용으로 점수를 준다. 투수의 책임이 아니라면, 같은 논리로 수비수 책임이 아니다.
'DIPS'는 'Defense Independent Pitching Statistics (수비 무관 투구 기록)'의 약자로 FIP 의 모개념이다. 여기에서 "수비 무관"의 도돌이표에 갇히는지도 모른다. FIP라는 용어가 쓰이는 이유는, 아마도 Fielding Independent라는 의미의 정확한 표현은 "필드의 상황과 무관한"이 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특히 이 결과는 "운"을 배제한 순수 능력치를 말한다. 운이란 필드 안에 떨어지는 모든 타구의 운명이다. 이 지표가 수비능력이라고? 특히 포수와 관여된다고? 억지 주장으로 보이는 이유다. FIP는 수비수의 "실책"과 관련된 지표가 아니라 "피안타"와 관련한 지표이니까. (아래 링크 참조)
https://m.blog.naver.com/chinadrum/222436547768
2. 유강남은 80억의 가치를 할까?
제시된 지표에서 동의가 되는 것은 "프레이밍 지표"정도이다. 그것은 굳이 수치가 아니더라도 게임을 유심히 관찰하면 동감 가능할 것이다. 유강남의 프레이밍은 '정성껏' 끌어올린다. LG의 투수들이 커브 궤적의 주 무기를 많이 쓰는데, 이들의 성적은 유강남의 프레이밍 덕도 크다고 느껴진다. 최근 삼성 이적한 김재성도 유강남의 프레이밍에 영향을 많이 받은 듯 보인다. (덮밥들과 확연히 비교)
그리고 도루저지율은 투수의 책임이 더 크다. LG의 투수 중 팝타임이나 견제 능력이 탁월한 선수는 눈에 띄지 않는다. 캘리 정도. 정우영은 자동문을 자처하고 있으니 이것이 전부 포수의 능력이라는 평가는 무리가 있다. 삼성 포수들이 이 지표가 좋은 이유는 완벽한 팝타임, 견제를 가진 주전들이 많기 때문이니까. 뷰캐넌, 수아레즈, 원태인, 백정현, 그리고 오승환. 도루 저지는 투수 놀음이다.
마지막 WAR이다. 세이버 매트릭스의 대표선수 "승리 기여도"인데, 이 지표는 사실 전제가 한정적이다. 승리에 대한 기여를 승리를 한 구성원들에게 배분하는 것이니까. 당연히 승수가 좋지 않은 팀의 선수들은 지표가 월등하기 어렵다. "펠릭스 스코어" 같은 스폰서 WAR에 추신수 같은 선수가 Top 10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 같은 착시를 주기 때문이다.
이 지표가 사실 이 선수의 연봉 대비 가치를 산정하기 위한 세이버의 중추가 되기도 하는데, 사실 절대적인 능력치나 기량을 참고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일단 발표 주체들의 계수 조정으로 그 지표 기준이 다르고, 승자독식의 방식이 반영될 수밖에 없어 선수 가치에 대입하기가 꺼려지는 것이다.
롯데에서 높은 WAR이 안 나온 이유는 팀 성적이 안 좋아서이다. 유강남이 플러스 3~4 승의 WAR이 보태어진다고 하는데, 유강남은 2등 팀에 있었다. 만약 롯데가 6789라는 비밀번호의 성적을 계속 거둔다면, 유강남이 올해와 똑같은 개인 성적을 낸다면, 그의 WAR은 얼마가 될까? 당연히 지금보다 낮아질 것이다. 아무리 보정 계수가 있다 해도 이 지수의 출발이 "승리"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의미 있는 구석은 있다. WAR에 따른 상대적 비교로 몸값을 견줄 수 있다. WAR 0.0이었던 포수가 있다고 치자. 그를 WAR 2.0포수로 대체하면서 40억을 쓴다. 2승의 효과(달랑 2승 아니고 효과)로 40억을 지출한 것이다. 그렇다면 WAR 2.0 포수가 있었는데, EAR 4.0 포수로 갈아 치운다고 보자. 똑 같이 추가 2승의 효과를 보는 것인데 40억만 주면 가능하가? 아니다. 시장 공급 수요의 법칙을 보더라도 더 쓸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이 지표가 의미없다는 쪽은 절대 구단은 아니다 (사진=데일리안)그렇다면 유강남의 80억은 남는 장사인가? 절대 비교는 어렵다. 비슷한 WAR은 같은 팀이었던 채은성 (2.98) 정도인데 유사한 규모의 계약인데 6년 계약(90억)이다. 유강남이 비싸다. 작년 엘지로 넘어온 박해민도 비슷한데 4년 60억이다. 유강남이 비싸다.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FIP를 이야기 들었다면 실패한 분석이다. 차라리 정성적인 호소가 더 잘 들어온다. 특히 블로킹과 프레이밍의 나비효과, 그리고 공격이 1인분이 되는 간만의 "1인분 역할 가능 포수".
https://alook.so/posts/92t7Ya6
세상은 '효율'과 '효능'의 시대로 접어든 지 오래입니다. 그 기준에 벗어나면 대중은 외면하거나 거부하기 마련이지요. '그깟 공놀이' 없어도 세상은 즐길 거리 천지입니다. 고액 연봉 선수는 수십 억을 받고 신인이나 2군 선수는 최저 임금을 겨우 받는 가장 자본주의적인 스포츠에서 제일 확실한 '데이터 야구'란, 이 선수의 플레이 가치를 연봉으로 나누어 보는 것입니다. 25억 선수와 5천만 원 선수의 안타 하나의 가치가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됩니다. 그 돈은 오롯이 팬들의 입장, 중계 시청, 광고주의 상품 구매, 그리고 세금에서 나옵니다. 야구 종사자들에게 '직업인 교육'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본문 중-
저는 "그깟 공 놀음" 참 좋아한다. 그러나, FA 계약을 보면 답답함이 밀려온다. 분명 모든 계약이 오버 페이로 보이기 때문이다. '데이터 적용'이란 사칙연산의 산술적 통계에 대한 의사결정이 아니라, 단위 수치부터 그 총합, 외적 변수까지 고려하는 '가치 판단'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 야구계는 데이터에 "문맹"을 자처하는 듯싶어 보인다.
2021 KBO구단별 경영실작 (사진=서울신문)온갖 이유가 있겠지만, 산업으로서 존립이 야구의 지속 가능을 하게 만든다. 흑자 구단도 재무제표를 뜯어보면 엄격한 기준에서 '분식'의 위험도가 높다. 연결 제표 대상과의 내부거래가 대 부분인데 교묘히 계정만 우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FIP나 WAR이라는 숫자가 중요할까? 차라리 선수의 영입이 티켓팅 파워를 재고하고 광고 수익이 기대된다는 분석을 더했더라면 어땠을까? 추신수가 좋은 예가 된다. 올해 27억이나 내년 17억은 그래도 많지만.
ROI(Return Of Investment) 분석은 경영의 핵심이 된다. 프로야구는 여가 이전에 산업이다. 야구의 ROI가 단기간의 성적이나 우승, 가을야구로 덮어지면 곤란해진다. 야구단이나 종사자나 이런 산업으로서의 정당성을 더 확보하는 활동이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