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 사회는 제어 혁명의 산물-"제어"에 대한 관리가 중요.
"CCTV는 늘여야 할까요"는 토론의 주제로 아쉬운 점이 있다. 물론 뛰어난 사람들은 그 속에 감추어진 속 뜻을 찾아내겠지만, 유튜브에서 CCTV를 보는 시대라는 의제적 논점을 본다면, 지금의 CCTV에 대한 운영, 이용에 대한 "관리적 측면"을 이야기해 보는 것이 마땅치 않을까 싶다. 단위면적 당 밀도나 카메라의 개수, 그와 연관된 범죄 검거율은 사실 결과적 지표에 불과하다. 만인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그 안에 담긴 "정보"의 유출과 악이용, 오용에 대한 걱정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놓치기 쉬운 CCTV의 이모저모를 이야기한 후 토론에 대한 의견을 결론지을까 한다. (상당 부문 팩트는 "나무위키"의 내용을 가져왔다)
1.
발제된 기사에도 있지만 CCTV는 Closed-circuit Television의 줄임말이다. 그대로 번역해서 "폐쇄회로 텔레비전"이다. 우리의 예상과 같은 "카메라"라는 이야기는 없다. "텔레비전"이란 전파를 통하여 영상을 송출, 전달하는 기술을 총칭한다. 반대말은 'Open-circuit Television', 곧 '개방회로 텔레비전'이다. 우리가 말하는 보통 TV를 말한다.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주는 TV를 뜻한다.
2.
"폐쇄회로 TV-CCTV"는 특정목적을 위하여 특정인들에게 제공되는 영상 전달장치라는 뜻이다. 이러한 목적에 따라 CCTV는 유무선으로 밖과 연결되지 않아서 '폐쇄회로 TV'로 불리는 것이다. CCTV를 구성하는 요소는 카메라와 영상을 녹화해 줄 DVR(Digital video recorder)로 구성된다. DVR은 영상을 녹화하는 장비로 "세월호 참사" 당시 주요한 증거가 되기도 했다. 사실 카메라보다 이 장비가 핵심이고 더 비싸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편의점 탕비실에서 형사들이 종업원에게 부탁해 보는 그 장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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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부분의 감시 카메라는 IP 시스템을 통해 인터넷망에 연결되어 있다. 사실상 폐쇄회로가 아니고 개방회로다. 실제로 비밀번호 변경 등 보안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감시 카메라 화면이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유출되는 사례로 사건과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저 감시 카메라라고 부르는 것이 추세이다. 서베일런스 카메라(Surveillance Camera)라고 한다. 시장 자료 등 영문자료를 찾을 때는 이 용어로 찾아야 더 적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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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 카메라"라는 단어를 한국에서 범용 사용을 주저하는 이유는 단지 용어의 고착성 때문은 아니다. 의미 범위가 당연 확장된다. 차량용 블랙박스, 스마트홈 시스템, 그리고 감시를 목적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시스템까지 총괄되며 이에 대한 규제는 파편화되어 있다. 그리고 현재의 CCTV 통계에는 이런 것들이 빠져 있다. 사실상 사생활 노출의 가장 위험한 존재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https://alook.so/posts/DjtakBy
지난해 전국 곳곳 아파트 단지의 거실 벽면에 설치된 월패드 카메라가 해킹돼 관련 영상이 무더기로 유출되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월패드는 출입문, 전등, 난방 등 집 안의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모니터 화면으로, 아파트 거실을 볼 수 있는 카메라가 달려있지요. 흔히 "스마트홈 시스템"이라는 용어로 분양, 시행의 마케팅 포인트가 되기도 했습니다.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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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러 문제의 해법으로 CCTV가 거론되고 있다. 최근 불법 대리수술 논란이 불거진 병원 수술실에 대해서도 CCTV 설치를 의무화해 해결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는 CCTV와 연계해 민간공사장의 모든 현장상황을 한눈에 스마트폰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공사장정보화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렇게 되면 스마트폰으로 근로자의 작업 보호구 착용 여부, 위험구역 출입여부, 안전수칙 준수 등 공사장 현황을 언제든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CCTV는 보육시설 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앞서 지난 2015년 9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어린이집 내부에 CCTV를 설치하는 게 의무화됐다. 지난 2019년에는 아동 학대가 의심될 경우 부모들이 과도한 비용을 치르지 않고 CCTV를 열람할 수 있게 해주는 개정안이 추가로 통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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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CCTV 설치가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사업장 내 설치된 CCTV로 노동자들을 감시하고 괴롭히는 사례가 알려져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수년 전 "롯데 자이언츠" 야구단의 숙소 내 CCTV촬영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또한 모든 CCTV는 촬영 대상자의 개인정보에 준하는 영상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법적한계에 부딪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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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으로 설치할 수 있는 CCTV는 개인정보 보호법에 근거하며, 이에 근거하지 않은 설치는 불법이다. 법에서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는 곳도 있다. 자연공원(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19조의 2), 도시철도(도시철도법 제41조), 사격장(사격 및 사격장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 어린이집 · 유치원(영유아보육법 제15조의 4), 초등학교(어린이보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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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특정 다수의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한 공공장소의 경우 안전 등의 이유로 CCTV를 설치할 수 있으나, 다음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CCTV에 촬영되는 모든 사람에게 동의를 받은 경우는 합법이다. 다만 CCTV가 설치된 곳을 왕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사실상 동의받기가 불가능하므로 보통은 사업장처럼 공공장소가 아니면서 드나드는 사람이 뻔한 경우에 해당된다. 공공장소의 경우 보통 잘 보이는 장소에 설치된 CCTV 가동 안내판으로 동의를 구하는 것을 대신한다. 안내판을 본 사람들은 암묵적으로 CCTV에 촬영되는 것에 동의한 것으로 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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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직장 내에 중요한 시설이나 위험물 관리를 위해, 혹은 기밀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직원들(혹은 노조)에게 동의받은 후 설치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악덕 사업주의 경우 별 거 없는 단순한 사무실에 대 놓고 CCTV를 설치하며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그래도 동의만 받았다면 법적인 문제는 없다. 국가기관이 감찰을 위해 기관 내의 CCTV를 사용하는 것 또한 합법이다. 이 경우는 사기업과는 달리 근태감시라는 이유가 없더라도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게 법원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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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는 그 어떠한 종류를 막론하고 녹음 기능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타인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및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중국은 합법이라 녹음이 되는 CCTV가 대세이다. 누군가 CCTV를 들고 와서 대화를 들려준다느니 뭐니 하면 신고하면 간단하다. 사기업에서 직원들 감시하기 위해 CCTV로 직원들을 감시하면서도 녹음만큼은 하지 않는 게 이 때문이다. 불법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노동을 포섭하면서 자동 벨트의 일괄 생산의 포디즘(Fordism)적 사회는 "훈육의 시대"였다. 그 훈육이 통하던 시절이 지나고 포스트포디즘, 즉 새로운 물결의 2,3차 산업 혁명은 "통제의 시대"로 전환된다. 좋은 말로 타이르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규제와 훈칙의 통제가 작동하는 사회가 시작되었다. 자본은 지식과 정보의 독점을 통해 개개인의 일상으로 침습하는 전 사회적인 통제를 가능하게 하는 체제를 만든다. 정보화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감시와 통제의 기술은 발전을 거듭하게 되었다.
미국의 정보사회학자 제임스 베니거는 정보화 사회가 도래한 원인으로 "제어 혁명(control rwvolution)"을 이유로 든다. 제어는 특정한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대상물과 그 환경을 잘 통제 관리한다는 뜻이다. 이는 균형 복원일 수도, 균형의 파괴일 수도 있는 보수와 진보의 양가적 개념이 된다. 근대 사회는 "규율"로 인간을 통제하고 지배했다. 미셸 푸코가 말한 "규율 사회"이다. 감옥, 학교, 군대 등 규율을 통해 사회를 지배한다는 뜻이다.
현대 정보화 시대에서는 규율이 아닌 정보와 지식을 지배함으로써 지배하는 사회가 되었다. "인지자본주의"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오는데, 지식 사회에서 상품은 "지식, 정보"이다. 이 상품은 흔히 "디지털"로 전환되는데 이 상품은 그 자체로의 교환가치를 지니지 않는다. 다시 말해 교환이 성립하는 순간 가치가 발현되는 것이다. 이 지점이 디지털 시대의 고민이 된다. 계속 감시하고 통제하지 않으면 디지털 지식은 가치를 상실하게 되니 잘 제어하는 기술과 제도를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눈에 보이는 CCTV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CCTV에 대한 반감은 "드러남"에 대한 두려움이다. 자유는 일탈이 없다면 성립하지 않는다는 극단적 주장처럼, 나의 모든 것이 드러나는 순간 극심한 공포에 빠져 들게 된다. 그래서 부지불식 간의 "노출"에 우려를 하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CCTV를 포함한 영상기록저장장치들의 증가일지도 모른다. 감시의 눈이 우리를 범죄로부터 예방하고 사후 처리에 도움을 줄지도 모르지만, 그 눈들에 내 모습과 일상이 담긴다는 것을 반길 수는 없는 일이다.
데이터 거버넌스를 이야기하면서 "어디까지가 개인정보 인가?"라는 문답을 수없이 주고받았다. 결론은 "인식 가능한 모든 것"이다. 케빈 스페이시의 6단계 인간 관계론보다 더 심한 곳이 디지털 세상이다. 4~5단계의 유추면 모든 데이터에 인식표를 달 수 있는 세상이다. 당신이 검색하는 검색창과 자주 가는 홈쇼핑 사이트의 빈도만 추적해도 개인을 바로 식별할 수 있다. 진짜 "전자 눈", "빅브라더"는 CCTV가 아닐지도 모른다. 당신이 흘리고 다니는 모든 데이터가 당신을 감시하는 눈의 표적이 된다. 특히 "알고리즘"에 주의하자.
CCTV가 많은가 적은가의 문답은 우문우답만 형성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저 포착 촬영하는 카메라에 꽂히면 안 된다. 그것이 저장되는 경로, 관제하고 통제하는 곳의 책임과 보안성을 더 유의하고 따져야 한다. 이미 우리의 일상이 트래킹 되는 데이터들은 차고도 넘친다. 보다 데이터 유통과 전달 과정 중의 철저한 보안 규준의 완비가 더 실효성이 있다. 완벽한 암호화라던지 촘촘한 접근 제어 같은 이미 상용화된 기술로 충분하다. 단 비정형 데이터- 영상ㆍ사진ㆍ그래프ㆍ의료영상정보ㆍ설계도 등의 "정보보호"에 대한 규준과 입법이 더 필요하다.
카메라의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그 데이터를 관리하는가의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