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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스테파노 Feb 14. 2023

'행동주의 펀드'는 속이 시커먼 '흑기사'일지도

SM엔터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

'행동주의 펀드'가 연일 시끄럽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대형 이슈 SM의 경영권 찬탈에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먼트가 이수만 총괄의 반기를 든 현재 경영진과 손 잡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입니다. 그리고, 마치 구습과 구세대의 욕심 많은 스쿠루지를 쫓아내는 정의구현의 주체인 것처럼 자본시장에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많은 인사이트가 있습니다. 특히 '행동주의 펀드=백시가'라는 식의 자기만족형의 해석이지요. 자본시장이 건전하게 돌아가길 원한다면 기본부터 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헤지 펀드 (만평=동아일보)


'행동주의 펀드'는 한국에 넘어와서 글자 하나를 빼고 이야기들을 합니다. 원래의 명칭을 보면 '행동주의 헤지펀드 (activist hedge fund)'입니다. 바로 헤지(hedge)라는 단어가 빠져서 회자됩니다. 헤지는 장애물을 헤쳐나간다는 의미의 hedged에서 왔습니다. 보통  "증권과 자산의 집합물을 보유하되, 지분을 공모절차에 의하여 모집하지 않고, 투자회사로서 등록되지 않는 법인"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펀드와 달리 높은 차입 비율(레버리지)을 떠안고, 관련 법규나 감독기관의 감시 사각지대를 노리며, 소수의 큰 손급 투자자 등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에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것이 강합니다. 레버리지, 롱숏, 아비트리지 등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실현하기 위해 걸리지 않으면 되는 온갖 방법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행동주의 펀드'의 기간은 이런 헤지펀드의 양태를 벼대로 삼고 있습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펀드 운용의 목적이 경영권 확보 및 지분구조 재편에 있고, 그로 인한 막대한 수익을 기대하는 공격적 자본을 말합니다. 보통 특정 기업 지분을 매입한 뒤 배당을 확대하거나, 더 나아가 자사주 매입, 인수합병(M&A), 재무구조 개선, 지배구조 개편 등 주주가치를 높이는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 압박해서 주식 가치를 끌어올리는 헤지펀드입니다. 지난한 소송이나 막장식의 주총 표 대결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https://biz.chosun.com/stock/stock_general/2023/02/02/5LY74KH2XVAVDNQDX2W3GP67OM/


하지만 행동주의 펀드가 정말로 그들의 주장하는 대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장기적인 주주 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하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기업을 공격하거나 보유 지분 이상으로 기업 경영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경우는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행동주의는 사모펀드가 사용하는 하나의 투자 전략”이라며 “이들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한다고 해서 무조건 선(善)한 존재로 인식해서는 곤란하다”라고 말했다. -기사 본문 중-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자본력이 취약한 기업을 목표로 해서 기업을 재편하여 다시 판매하여 이득을 추구했습니다. 1990년 영화로 개봉된 <귀여운 여인(Pretty Women)>의 남자 주인공 에드워드 루이스(리처드 기어)가 바로 이 행동주의 헤지 펀드 운용자라 보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2017년부터 자본 시장에 돈이 몰려들자 타깃을 잘 돌아가는 글로벌 기업이나 전도 유망한 기업들로 상향 조정합니다. 가장 유명한 것이 '듀폰'의 합병입니다. 유기농 식품 유통업 홀푸드를 아마존 손에 넣어 준 것도 행동주의 펀드 자나파트너스가 뒤에서 아마존과 손을 잡았다고 의심받고 있지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며 소송을 제기하였던 엘리엇 매니지먼트(Elliott Management)가 대표적인 행동주의 헤지펀드이기도 합니다.


행동주의 펀드가 경영진을 갈아 치우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2017년(제가 사모펀드에서 손을 뗀 시기) 기준으로 당시 행동주의 헤지펀드들과 전쟁해서 진 경영진이 제너럴일렉트릭(GE) CEO를 필두로, 포드자동차, US스틸, CSX, AIG, 야후, 에이본 등 10여 개 기업이 있었습니다. P&G, 네슬레, BHP빌리턴 등은 지난한 전투 중이었고요.


자본 시장에서 마치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의 목소리', 특히 '소액 개미들의 대변자'라고 인식되어 긍정적으로 이야기가 되곤 합니다. 단기적으로 주주가치를 높이니 반대할 이유와 명분이 없어 보이니까요.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기업의 경쟁력 저해는 물론 주주의 가치도 몰락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일종의 '조삼모사'격이 되는 것을 늘 경계합니다.


코로나 이전에 저금리 및 저성장 장기화에 따라 행동주의 헤지펀드에 막대한 자금이 몰렸습니다. 이 자금을 바탕으로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주식을 대량 매입한 후 기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요. 그러나 그 거래 투명성은 아직 요원합니다. 태생이 '해지 펀드'이기에 그러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행동주의 펀드 영향력이 커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 때문에 `행동주의 펀드=기업 사냥꾼'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기업의 경영을 순방향으로 재정렬하고 주주가치를 높인다는 반론이 있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일부 자본시장 운동가들이 이 해지펀드의 방법론을 이용해 건전한 지배구조의 운동으로 삼기도 하지만, 그 펀드에는 돈이 몰리지 않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며 운용하니 타 헤지 펀드와 비교하면 저조한 수익률이 나오기 마련이니까요.


출처=매일경제


제가 '행동주의 헤지펀드'를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근원적인 것입니다. '자본'이 '경제'를 혼탁케 하는 일의 경계입니다. SM의 경우를 보자면, 처조카의 쿠데타니, 영감의 욕심이니 하는 일차원적인 가십을 거두어 내면 '자본의 욕심'이 보입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카카오 등 자본을 끌어들인 이유가 '소액 주주들의 가치 실현'이라는 것은 그저 구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그 소액 주주들을 펀드에 편입을 시켜야 말이 정당화 됩니다.


당장 경영권 싸움으로 주가는 오를 것입니다. 소액 주주들은 환호하겠지요. 그러나, 싸움이 끝나면 어찌 될까요? 차익 실현이 끝난 헤지펀드는 손을 뗄 것이고 승자라고 하는 경영자들은 상처투성이의 기업을 다시 정비하겠지만 다시 냉정한 시장은 기업의 가치를 재평가하게 될 것이고 주가는 떨어지기 마련이지요. 그 낙폭이 관건이 될 뿐입니다. 제가 아는 한 헤지펀드는 직접 기업을 경영하는 프로토콜은 아얘 없답니다.


사실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벌처펀드(vulture fund)라는 말과 구별 없이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부실기업이나 부실채권에 투자하여 수익을 올리는 일이지요. 부실한 기업을 굿 컴퍼니와 배드 컴퍼니로 양분해 투자를 극대화한 후 부실 채권은 배드 컴퍼니와 함께 소각시키는 방법입니다. 제가 한 때 자본을 모을 수 있었던 방법입니다. 태양광 산업이 한창이고 저물 때 말이지요. '펀드'의 운용 주체가 되는 자본은 선할 구석이 없습니다.


최근 새로운 시리즈를 내어 놓은 넷플릭스의 <너의 모든 것(YOU)>를 보면, 이 행동주의 헤지펀드라는 것이 고도로 발달된 영국, 미국의 자본 시장에서 어떤 취급을 받는지 알 수 있습니다. 사이코패스 주인공인 샘이 다시 빠져드는 여인이 영국의 아트 디렉터 케이트인데, 이 여인과 주변의 친구, 지인들은 그야말로 '로열 패밀리'들입니다. 실제 귀족의 자녀, 부동산 재벌의 아들, 나이지리아 공주, 인플루언서 셀럽 등, 아직도 봉건시대에 사는 전극대적인 우월감에 빠져 있는 부류들이지요.


넷플릭스 <너의 모든 것 4>, 에피소드 주제가 "케이트의 비밀" (사진=넷플릭스)


케이트는 이런 친구들을 경멸하고 다르다는 차별을 내 보입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가문에 대한 고백을 합니다. 바로 '행동주의 헤지 펀드'의 운용자인 록 우드 가문이라고요. 그러면서 매우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표정을 짓습니다. 그리고 애써 변명을 샘에게 하고, 샘도 그 표현이 당연하다 듯이 받아들입니다. 친구들에게도 함구하라고 한 자신 핏줄의 흑역사이자 수치가 '행동주의 헤지펀드'였던 것이지요.


지수, 지표로 가득 찬 자본 시장의 그래프는 사실 되먹임의 결과치일 뿐입니다. 이미 자본에 탐욕한 자들은 자신만의 그래프를 그려 놓기 마련입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는 예전부터 '경영권'이슈에 대한 잡음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한 때 지하 경제의 양성화라는 명목으로 범죄집단의 자본이 대거 유입된 적이 있었고 이를 기점으로 엔터의 세계는 정글의 법칙이 작용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엔터 회사 하나 넘어져도 경제에 큰 영향 없을지도 모릅니다. 산업 자체가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한정적이니까요. 생태계도 좁아터져 있습니다.


그러나, 잘못되고 서툰 분석과 정보에 전 재산을 거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적대적 M&A는 실제로 순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경영의지가 있는 자본 주체가 참여할 때의 일입니다. 지금의 상황은 조금 더 지켜보아야겠지만, 확실한 것은 한국의 자본시장이 생각보다 건강하지 못하다는 병증의 발현이 이 사건이라는 것 아닐까 합니다. 보통 국가의 소비의 총합은 생산의 총합과 커플링 됩니다. 그러나 자본이 이 총합과 디커플링 되었다면 그 국가의 경제는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이 이런 부분에 대한 진단과 개입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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