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즘과 자기애성 성격 장애
『부모라는 감옥 ― 자녀를 학대하는 나르시시스트 부모에 관하여』 수록작
나르시시즘narcissism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인 나르키소스에서 따온 말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일을 의미한다. 이는 보통 과잉된 형태의 자기애를 가리키는 말이다. 신화 속 나르키소스는 자신을 연모하는 이들을 냉대하는데 나르키소스로부터 상처 입은 한 요정이 복수의 신에게 소원을 빈다. 많은 이들을 상심하게 만든 나르키소스 또한 고통을 받게 해 달라고. 그 결과 나르키소스는 연못에 비친 자신과 사랑에 빠지는 기묘한 저주에 걸리게 되어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나르시시즘이라는 말은 독일의 정신과 의사 파울Paul 네케Näcke가 만든 말인데 이것을 상용화시킨 것은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인 지그문트Sigmund 프로이드Freud다. 프로이드는 정신 에너지이자 성적 에너지인 리비도libido가 자기 자신에게 향해 있는 상태를 나르시시즘이라 일컬었다.
나르시시즘에 빠진 이들은 나르시시스트narcissist라는 별칭을 얻게 된다. 이들은 자신에 관한 중요성에 너무 집착하는 나머지 타인을 살피는 것에 상당히 인색한 면모를 보인다. 이들에게 가장 소중한 건 언제나 자기 자신뿐이다.
정도가 심한 나르시시즘은 정신 질환으로 분류될 수 있다.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 DSM-5에서는 병적인 자기애를 자기애성 성격 장애로 간주한다. 자기애성 성격 장애로 분류되는 이들은 본인이나 본인과 관련된 것(능력이나 성과 등)을 과장되게 지각하거나 과도할 정도로 특별하게 지각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칭찬이나 인정 나아가 존경과 숭배를 타인에게 지속적으로 요구하며 자신의 목적, 이익을 위해 타인을 착취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한 행태의 근간에는 타인에 대한 몰인정, 공감 능력의 결핍이 있다. 그들은 훌륭한 타인을 시기하는 동시에 타인이 본인을 시기한다고 믿고 거만한 자세를 취한다.
나르시시스트 부모에게는 본인이 가장 소중하고 고귀하다. 그래서 그들은 자녀가 본인을 항상 극진하게 공경하기를 바란다. 대개 그들이 바라는 존경의 수준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높다. 그런데 그들은 그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다. 그게 본인이 당연히 받아야 하는 대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녀의 평범한 공경에 만족하지 못한다. 실제로는 지극한 효심을 지닌 자녀가 그들 눈에는 패륜아처럼 보일 수 있다.
자식이 자식 도리를 다하지 않는다는 나르시시스트 부모의 호소 대부분은 사실에 기반한 호소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