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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이로운 May 12. 2021

마음 다스리기가 어려운 이유

마음의 양면성, 다면성 그리고 사랑

1.


절정에 다다른 마음. 그것은 아주 강력한 동시에 한없이 여리다. 그래서 그것은 모든 걸 헤치고 나아갈 수 있다가도 민들레 홀씨 같은 것에 닿아 허무하게 터져 버린다. 어째서인지 내면에서 커져 가는 모든 것은 늘어나는 무게만큼 강해지지 않는다. 강해지는 한편으로 약해지는 것이 마음의 본래 특성인지. 


마음은 언제나 이렇기도 하고 저렇기도 하다.


그래서 마음이 가지고 있는 모든 속성을 한 단어로 간추리라는 요청을 받는다면 나는 양면성이라는 단어를 내놓을 것이다. 아니면 다면성.  


누군가를 좋아하는 내 마음이 커질 대로 커졌을 때를 돌이켜본다. 그 사람과의 관계뿐만이 아니라 세상 전체를 가뿐히 짊어질 수 있을 것처럼 드넓고 딴딴해지다가도 극히 사소한 실망감 때문에 맥없이 나동그라지던 마음. 이를테면 그 사람이 나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에는 아무렇지 않아 하다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싫다고 딱 잘라 말하는 그 사람의 조용한 목소리에 상심해 며칠 밤잠을 설치며 그 사람에 대한 내 태도의 급작스러운 변화를 느낀다든지. 


온갖 역경을 씩씩하게 극복해 냈는데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걸로 확 꺾여 버리는 마음. 그렇게 한 번 제대로 꺾여 버린 마음은 원래 상태로 복구되지 않는다. 웬만해서는. 


그게 뭐라고. 대체 그게 뭐라고. 참.



2.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마음이라는 것은 아무도 모르게 마모되는 걸까. 


마음에 양면성이 있는 게 아니라 약해져 버린 마음을 인정할 수 없어서 내가 마음은 강하기도 하고 약하기도 한 거라고 오해한 것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내 마음을 꺾어 버린 건 그 하찮은 사건이지만 그게 단독으로 내 마음을 부러뜨린 건 아닌지도 모른다. 내 마음은 내 시야 밖에서 꾸준히 약화되어 왔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사건이라 부르기도 뭐한 그 사건에 부딪쳐 부서져 버린 것이다.


뭐 그런 마음도 있고 그렇지 않은 마음도 있겠지. 마음이 한 가지가 아니라서 마음의 속성을 단정할 수는 없다. 





3.   


아직도 간혹 그런 일을 겪는다. 마음이 터져 버리기 전까지 나는 내가 뭘 얼마나 참고 있었는지 모른다. 사랑은 기본적으로 얼마간의 맹목적인 상태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사랑 그 자체가 그냥 맹목적인 행위인가. 


원래 100개쯤이었던 눈을 딱 두 개만 뜨고 지내는 기분이 든다. 무언가를 사랑할 때마다. 내 딴에는 이것저것 정말 신중하게 살펴보는데 놓치는 것들이 뭐 이렇게 많은지. 이러다 신경 쇠약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만큼 하루하루 예민하게 살아가는데 정작 남들 눈에는 내가 한없이 무신경해 보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얼마나 당황스럽던지.


전혀 예측 못한 상황이 수시로 펼쳐져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딪치는 걸 내 마음대로 그만둘 수 없다고 해도 그만두고 싶지는 않은 것이 사랑이니 매번 난처하다. 이게 뭐가 좋냐 싶은데 이게 좋아서. 


그러니 미친 거 아니겠냐고. 사랑에 빠진 모두가. 미치지 않고서야…. 다들 제정신이 아니다. 그래서 좋은 건가. 세상살이 버거울수록 사랑이 더 숭배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나. 사랑할 때만큼은 제정신 안 갖고 있어도 되니까. 


사랑이 이렇거나 저렇거나 이러저러하거나 속수무책으로 나는 걸어간다. 다정하게 말 걸어 보고 싶은 모든 대상을 향해. 사랑이 그렇게 불가항력에 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 때면 어김없이 온몸의 힘이 빠진다. 내가 어떤 포즈로 어떻게 걷든 내가 갈 곳은 하나뿐이라는 사실 앞에서 느슨해진 얼굴로 웃는다. 


내 신앙은 사랑이 쓰는 운명론이다. 



4.


그 시작과 과정 그리고 결과가 어떻든 나는 언제나 원하고 있다. 사랑을. 나는 언제나 변함없이 사랑에 이끌리고 사랑에 열광하고 사랑에 다치면서도 그것을 귀중한 보배로 여긴다. 


사랑이 나를 다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제대로 다룰 줄 모르는 내가 무언가를 헛디뎌 다칠 뿐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알고 있다. 사랑에는 죄가 없다. 사랑하다가 상처 입는 것도 죄가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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