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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이로운 Mar 14. 2019

'마음대로 살아가는 일'의 의미


   사람들은 하나의 문장을 두고 수천, 수만 가지 해석을 내놓을 수 있다. 사람마다 가진 경험이 다르고, 세계관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각자에게는 그런 고유한 필터 내지는 렌즈가 내장되어 있다. 사람은 하나의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존재인 동시에 그것을 자신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볼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뭐가 낫고 덜 낫고 하는 문제는 아니다. 다만 그럴 뿐이다. 경우에 따라서.

   '마음대로 살아간다.'는 문장을 두고도 사람들은 자기만의 해석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그 해석의 내용은 한 사람의 인생 안에서 여러 번 바뀌기도 할 것이다. 나는 한때 이 문장을 '난잡하게 살아간다.'로 해석했다. 그리고 지금은 이 문장을 '내면의 열정에 귀 기울이며 살아간다.'로 해석한다.

   '마음대로 살아간다.'가 '난잡하게 살아간다.'였을 때, 나는 내 마음의 소리를 자주 무시했다. 당시 나는 내 마음을 난동꾼쯤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마음에서 올라오는 소리들 가운데 무엇이 참된 소리이고 무엇이 그저 스쳐 가는 헛소리인지 구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연히 나는 내 마음의 소리들을 제대로 정돈할 줄 몰랐다.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알 수 없어서, 모든 것들을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하여 내 마음은 항상 시장통처럼 왁자지껄하였다. 그러니 마음에서 올라오는 소리를 곧이곧대로 따르며 살아가는 일은 생의 질서를 마구 흩뜨리는 일처럼 느껴졌다. 만약 그때 내가 내 마음대로 살았다면 나는 순식간에 난봉꾼이 되었을 것이다. 





   '마음이라고 다 진심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는 마음의 소리를 정교하게 걸러 듣는 시간을 통해 참된 나와 가까워질 수 있다.'는 관념을 접한 이후로, 나는 마음의 소리를 이전과 다르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마음이 조금씩, 조금씩 덜 소란스러워졌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진정한 열정에서 우러나온 마음의 소리와 그렇지 않은 소리를 약간씩 분별해 낼 수 있게 되었다.

   그때가 되어서야 왜 선각자들이 마음을 따라 살라고 했는지 좀 알 것 같았다. 그들이 말한 '마음을 따른다.'는 '마음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맑은 우물에서 나온 이야기를 듣고 따른다.'는 것이었다.  


   보편적으로 옳다고 수용되는 이야기가 나에게는 유달리 이상하거나 잘못된 것처럼 들릴 때 나는 "왜?"라는 질문을 가지고 내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 이야기가 괴상하게 들리는 이유를 밖에서 찾을 게 아니라 내 안에서 찾아야 했다. 그 이유는 항상 거기에 있으니까.

   물론 남들이 다 옳다고 하는 뭔가를 나도 옳다고 생각하려고 내면 탐색에 들어갈 필요는 없다. 뭐가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합당한 이유를 찾았으면 그걸 계속 이상하다고 생각해도 된다. 그것과 반대되는 뭔가를 추구하며 살아도 된다. 내 인생, 내 자유대로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며 살면 된다. 남한테 피해 안 끼치는 선에서. 

   나는 다만 내 마음이 뭔가를 말할 때, 그렇게 말하는 최소한의 이유를 파악하고자 할 뿐이다. 내 마음을 엄격히 검열해 그것을 다른 사람들 것처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내 마음의 발언 이유를 알아두려고. 내 마음이 내 안을 들여다본 결과로 그 말을 했는지, 아니면 다른 데에 한눈이 팔려서 그 말을 했는지, 어느 정도는 분간해 보고 싶어서. 내 생각과 말과 행동을 좀 더 나다운 것으로 만들고 싶어서.  

   뭔가를 동의하거나 거부할 때, 내가 그것을 어째서 동의하고 거부하는지 보다 자세하게 파악하는 일은, 내가 내 안에 있는지 내 밖에 있는지 한 번 더 되새기게 해 준다. 선택의 순간에 내 느낌의 출처가 어디인지 한 번 살피는 일은, 내 세계의 기반을 좀 더 단단히 다져 주는 좋은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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