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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산박 Aug 20. 2022

사람들의 이상한 심리(心理)-2

혼자 살고 싶은데요?


삼십 대 중반이 가까워오는 딸

세월은 흐르는데 결혼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별로 묻지도 않지만 은근히 걱정이 되어서 남의 이야기를 각색해 결혼의 당위성을 얘기하면, 금방 대화의 목적을 간파하고 또 다른 자신만의 당위성을 얘기한다.

직장에서 예전과는 다르게 여직원들이 결혼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다. 여러 가지 면에서 결혼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였는데 그렇다고 콕 집어 묻기도 어려웠다. 특별히 성차별이나 성폭력 예방교육을 많이 받아서인지는 몰라도 아무리 가까운 이성 동료라도 몇 가지 금기시하는 질문들이 있었다. ‘얼굴이 예쁘다, 예쁜 옷을 입었다, 옷이 몸에 잘 어울린다, 결혼을 왜 안 하느냐, 저녁 회식 때 꼭 참석해라…’ 이런 말들은 상대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고 또 뒷말들을 낳는다고 해서 비록 서로 가깝고 마음속에서 진정하게 우러나오더라도 모두가 하지 않거나 매우 조심하는 편이었다.



그래도 내 딸인데 설마…

그래도 딸에겐 내 딸이니까 다른 사람과 달라 그냥 쉽게 말이 나올 줄 알았는데, 언제부터인가 눈치를 보면서 말을 하게 되었다. “만일 언젠가 결혼을 해야 한다면 좀 더 일찍 가야 좋은 것 아닐까?”라고 한다든지, “아무리 세상이 변했어도 결혼해서 아이들 낳고 부모 입장이 되어 봐야 그게 쓰든 달든 인생의 맛을 느끼는 거야.”라든지. 그러면 돌아오는 답은 이랬다.

“아빠, 요새 그런 말하면 꼰대소리 들어요. 인생의 길을 꼭 그렇게 걸어가야 좋은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는 없어요. 즉, 그것만이 정답이라고 할 수 없는 거죠. 따라서 혼삶도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얼마나 많은 기회가 있고 창의력 발휘도 하고 규모 있게 살아갈 수 있는데요. 사람들에게 구속받고 사는 경우가 꼭 좋다, 나쁘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나는 그런 일로 많은 헛된 시간을 허비하고 싶진 않아요.”



그 말을 들으면서 올라오는 여러 생각들…

예전에는 생각도 하지 않던 질문. 과연 결혼생활이 정답인가? 우리 보통 사람들의 인생은 ‘출생-학교공부-직장-결혼-자녀출산-은퇴-자녀결혼-황혼-죽음’이라는 과정을 겪는다. 여기서 결혼을 하지 않으면 생략되는 몇 가지가 있는데 배우자와 자녀가 빠진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가 빠짐으로 기회비용은 양쪽 모두 생긴다. 결혼한 사람이 얻는 가족 간의 사랑과 이별,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 얻는 혼삶의 자유와 자아성취 등, 어떻게 보면 반대편 입장에서 볼 때 상대측 삶이 더 나아 보이거나 답답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늘 우리는 남의 떡이 더 크게 보이기 때문에. 어쨌든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말이 농담처럼 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하라 마라 강요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나도 누구보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나도 혼삶이 부러워질 때가 있다.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 그렇다고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꺼려하거나 대인기피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 앞에서 수십 차례 강연도 했고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사실 나도 그저 보통 사람들처럼 인생의 길을 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으로 이십 대 중반에 연애를 시작해 후반쯤 결혼을 했다. 연애시절의 그 달콤함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가 없다. 드라마나 책으로 보는 것과는 100%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연애도 나이가 들면서 과연 잘한 것이었나 하는 질문은 늘 남아 있다.

어쨌든 세월이 흘러 아이가 생기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많은 세월을 지나왔다. 가족들은 물론 많은 직장 동료들과 부딪치면서 살아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혼자 조용히 있는 것이 그렇게 좋은 것 같다. 책을 보거나 글을 쓰거나 기타 연주를 하거나 사색하는 게 편안하고 좋다.



나도 괜히 결혼한 거 아닌가?

결혼이 과연 행복을 100% 담보할 수 있는 것일까. 가끔 어쩔 때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소리지만 괜히 결혼했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저들의 인생을 모두 책임질 수도 없으면서. 솔직하게 내 마음에서 올라오는 소리다. 혼자 사는 삶이 좋은데. 딸이 아마도 내 이런 면을 닮은 건 아닐까. 그러고 보니 걱정이 점점 굳어진다. 즉, ‘결혼=사랑’ 등식은 일정하지 않고 파동이 있기 때문에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결혼에 대한 생각도 조금은 달리 느껴지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딸이 하는 말도 수긍이 간다. 자꾸 딸의 논리가 그럴 듯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데 왜 마음속에는 묘한 다른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일까.



몸이 아플 땐…

걱정스러운 것은 부모된 입장에서 자식이 혼자인 삶을 살아갈 때 경제적인 문제로 인한 것도 있겠지만, 우선적인 것은 건강 때문이다. 사람이 가장 외롭고 힘들 때가 바로 건강하지 못할 때다. 몸이 아파 병원에 혼자 있거나 홀로 방 안에서 병마와 싸울 때 같이 있어 줄 사람이 없다면, 가족, 친구, 부모, 형제, 자녀가 없다면…

혼삶은 그것을 즐기는 사람에겐 좋지만 인생의 황혼이 다가오면 걱정거리로 다가올 수도 있다. 언젠가 그런 말을 했을 때다.

“요즘은 돈만 있으면 죽을 때까지 요양원에서 다 해줘요. 어차피 가족이 있어도 요양원에 있으면 남처럼 돼요. 인생은 어차피 혼자 살아가는 거예요. 중요한 것은 오늘을 어떻게 사는가죠. 오늘 힘들고 슬프면 슬픈 거고 오늘 좋으면 좋은 거예요. 사람들은 내일을 오늘보다 나은 날로 기대하며 살지만 내일은 오기도 전에 볼 수 없는 날이 될 수도 있어요.”



왠지 이런 말을 들으면 좀 슬프다.

사람은 같이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로 한자도 ‘사람 인(人)’자가 둘이 받쳐주는 글자로 돼 있다. 문명이 발달하고 우리 삶이 변하면서 과거와 다르게 혼삶의 군상들이 많아져 가는 것 같다. 어떤 삶이건 다 장단점이 있기에 어느 것이 옳다 할 수는 없다. 다만, 갈수록 메말라가는 우리 마음이 무서울 뿐이다. 바로 로봇화 되어가는 삶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더 강한 이기주의적 성향으로 바뀌어 가는 것 같기 때문이다. 과학적으로 그것을 ‘엔트로피 법칙’이라고 이름 붙이면 틀린걸까. 그래도 마음 저편에 불빛처럼 비치는 빛이 있을 때도 있다. 아빠의 마음을 짚어내 상처를 주지 않고 싶어서였을까.

“그래도 혹시 좋아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때 결혼도 할 수 있겠죠. 사람의 일이란 아무리 강하게 결심해도 운명이란 것이 종종 허락 없이 틀어버릴 때도 있으니까요.”





이미지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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