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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멜리에 Nov 30. 2019

오래된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도시 재생과 오래된 공간에 가치를 담는 일



옛 충남도청 부지 활용과 시티페스타

2012년 충남도청이 홍성 내포 신도시로 이전하며, 대전 지역 사회에서는 옛 충남도청에 대한 다양한 활용 방안이 제기되었습니다. 옛 충남도청 본관 1층은 대전근현대사전시관 개관(2013년, 10월)을 시작으로, 시민 참여형 전시실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2층은 다양한 컨퍼런스가 열리는 대회의실과 소회의실, 3층은 웹툰캠퍼스가 입주해 다양한 창작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도시여행자 역시 옛 충남도청이 대전 시민과 여행자, 원도심 주민들의 휴식 공간이 되기를 마음에서 2015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시티페스타(CITY FESTA)'를 2016년부터 옛 충남도청과 원도심 일대의 문화예술공간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0년 새롭게 시작하는 소통협력공간 

2019년 대전광역시가 '옛 충남도청 부속 건물인 우체국 건물 + 선거관리위원회 + 대전세종연구원= 소통협력공간'으로 변화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옛 충남도청 전체 부지 활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기에, (주) 윙윙과 함께 런던정치경제대학교 대학원 사회학 박사 김정후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국내외 다양한 공간 재생 사례를 기반으로 어떤 관점에서 도시를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을지, 대전의 역사, 지리, 경제, 정치, 문화 등 모둔 분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옛 충남도청'과 앞으로 새롭게 대전 시민 곁에 찾아올 '소통협력공간'의 방향성에 대해 함께 담론을 형성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프로그램 구성 

■ 주제 : '오래된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 연사 : 런던정치경제대학교 대학원 사회학 박사 김정후
■ 일시 : 2019년 11월 29일 금요일 오후 2시
■ 장소 : 대전세종연구원 1층 연구실1

■ 주최 : 대전광역시

■ 주관 : 도시여행자 , (주)윙윙



■ 세부 프로그램

1부 I 도시재생 전문가 김정후 박사님이 소개하는 국내외 다양한 공간재생 사례 강연


2부 I 토크 콘서트
'오래된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모더레이터 I 도시여행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은영

- 세계 도시 공간 활용에 대한 단상들

- 도시 재생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 대전 원도심과 소통협력공간 : 지정학적 위치를 기반으로 하는 소통협력공간의 기능과 의미


이번 토론회에는 청년, 지역 예술가, 문화활동가, 도시재생 연구가, 도시재생센터 현장지원가 등 다양한 지역과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함께해주셨습니다.


1부 순서에서는 김정후 교수님의 강연을 통해 
오래된 공간에 어떻게 가치를 담을 것인지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는데요. 2부에서는 도시 재생의 주체들(민간, 공공), 재활용 시에 공간 구성의 방향성(건축 중심, 콘텐츠 중심, 가변 공간과 귀속 공간), 도시 재생의 본질 (도시의 권리, 균형 발전) 등 세부 질문을 구성해 김정후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오래된 공간 활용부터 도시 재생까지

미시적 관점과 거시적 관점


이번 강연과 토크 콘서트에 함께해주신 김정후 교수님과 참여자들께 감사의 마음 전하며, 도시와 재생 분야에서 활동하는 종사자분들께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주요 담론을 나눕니다.


1. 오래된 공간을 활용하는 것은 '기회인가 위기인가'. 

우리에게 공간과 건물이 주어졌을 때, 재활용한다는 이름으로 더 나빠지는 경우가 더 많다. 재활용은 버리거나 없애버리지 않고, '새로운 생명력'과 '필요한 기능'을 집어넣는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뭔가 주어질 때 위기가 되는 경우가 있다. 상상력이 빈곤해지고 결과물은 더 나빠진다. 

공간 활용을 시작하면서는 최선의 방식을 이야기하지만, 실제적인 결과물은 늘 '쉬운 방식'을 택한다. 가장 쉬운 방식은 최악을 피하거나, 최악 언저리에 있는 결과물이 나온다. 예산은 건물을 신축하는 것보다 재활용하는 것이 더 많이 든다. 만약 재활용하는 비용이 적게 들어갔다면 제대로 못했거나 대충 했다는 이야기다. 


2. 재활용한다는 것은 '과거와 현재를 중첩한다'는 것이다. 

리노베이션은 옛날 것(불과 몇십 년이 되었더라도)의 가치를 잘 보존하면서, 새로운 기능을 넣는 것이다. 새로 짓는 일보다 훨씬 더 어려운 길이다. 우리가 뭔가 재활용하자고 하는 건 쉬운 게 아닌 어려운 길을 택하는 것이다. 왜 만만하지 않은지를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다. 최선의 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3.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일은 ‘경제와 환경과 사회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무엇을 가지고 최선을 만들 것인가.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반 전 세계 도시, 건축, 사회, 지리학자들의 목표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일이었다. 

지속가능한 도시는 경제와 환경과 사회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우리가 도시에서 하는 행위에 모든 것이 조화롭지 않으면, 우리 시대에 좋은 결과라 이야기하기 힘들다. 21세기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사회적 요소'인데, 균형이 유지되는 선에서는 사회적 요소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게 맞다.


4. 공간에 '어떤 가치'를 넣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공간을 활용할 때, 공간에 어떤 가치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가 중요하다.


5. 도시 재생의 목표는 ‘차차선’이어야 한다.

도시 재생은 최선의 결과란 존재하지 않는다. 차선도 없다. 우리의 목표는 ‘차차선’이어야 한다. 50-60%만 만족하더라도 성공한 것이다. 도시 재생은 매우 현실적이고 어렵게 생각해야 한다. 


6. 재생은 ‘합리적 개발’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한 재개발이 비합리적 개발이기에 개발을 싫어하는 것이다. 이제는 '합리적 개발'이 필요한 시대다.


7. 도시 재생은 시민이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다. 

도시 재생은 기본적으로 많은 사람의 희생과 양보, 불편함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것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도시는 도시 재생에 성공할 수 없다. 시민의 생각을 바꾸고 시행하는 게 먼저다. 차 없는 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주차장을 없애야 하는데, 공감대 없이 시행되기도 한다. 

헬싱키 등 북유럽 도시는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모든 상점에서 물을 무료로 준다. 시민 사회가 도시의 진정한 가치를 위해 희생하고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다. 불편하더라도 행복해지고 건강해지는 사회로 나아가는 게 도시 재생이다. 


8. 도시 재생에는 다양한 ‘에이전시’가 있어야 한다.

도시 재생을 시작할 때, 시민의 아이디어를 다 흩어봐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걸 안 한다. 도시 재생의 방법이나 공간 활용에 대해 10가지 정도를 놓고 이야기한다. 적어도 100여 개는 나와야 한다. 

그것만 가지고는 안된다. 시민 사회에서 도출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구체화할 수 있도록 돕는 '에이전시'가 필요하다. 코디네이터랑은 다른 개념이다. 시민의 아이디어가 흩어져 있는 모래알이라면 도구로 쓸 수 있는 것을 골라내서 결정권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에이전시다.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한 명이 아니라 그룹이어도 좋다. 


9. 재생의 주체는 공공에서 시작해 민간이 끌고 가야 한다. 

도시 재생의 출발점은 ‘공공’이다. 공공이 출발점을 만들어주고, 민간이 끌고 나가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전 세계 좋은 사례들은 대부분 공공이 만들고 민간이 이끌어간다.  우리의 문제는 '공공에서 시작해 공공에서 끝난다'는 것이다. 이 방식은 공공의 지원금이 끊기면 멈춘다. 


10. 도시 재생 시, 중간 지원 조직의 ‘자율성’이 중요하다.

중간 지원 센터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행정에 전하는 역할'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율성’이다. 지원 센터가 사업을 하면 안 된다. 그럼 망한다. 지원 센터가 자율성을 갖는다는 의미는 ‘시민에게 받은 의견을 거르지 않고 전달하는 것'이다. 

지금은 걸러서 전달하고 있는 형태다. 중간 지원 센터가 주민 의견을 취합한 것이 부정이더라도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 '독립성과 자율성을 어떻게 확보해야 할까’의 문제는 센터에 계신 분들이 할 일은 아니다. 중앙 정부를 자문하는 사람들이 해야 하는 역할이다. 


11. 도시 재생 시, 자율성보다 더 중요한 부분은 ‘자립성’이다.  

전국 도시 재생 거점 시설에 대한 건립비와 유지관리비가 지원금에서 온다. 세금으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지원금이 끊기면 거점 공간 없어지는 상황이다. 비슷한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건립은 공공에서 하되 유지 관리는 민간에서 수익 사업으로 유지한다. 지금 형태는 세금으로 만들고 관리까지 하기 때문에 예산이 높은 것이다. 거점 시설의 중요한 부분은 ‘자립성’이다. 우리가 최소한 경제성을 갖춰야 하고, 스스로 찾아야 한다. 해외의 사례는 특정한 사람이 수익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공간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익 사업을 하는 것이다.


12.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게 성공이다. 

도시 재생 뉴딜 사업은 다 실패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패 ‘다음'이다. 다음에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성공이다. 지금 시행착오를 리뷰하고 간파하지 않으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도시 재생에 50조 예산을 사용했다. 적정선은 10조 전후다. 줄이되 아끼고 다시 생각하고 자생력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5년간 50조 수업료를 쓴 거다. 수업료 많은 거 아니다. 다시 생각하면 된다. 


13. 공공을 빼면 다 ‘민간’이다. 

한 사람의 시민, 단체, 기업, 컨소시엄도 민간이라고 생각한다. 민간의 역할은 많을수록 좋다. 민간은 공공을 뺀 나머지가 전부 민간이다. 다양한 주체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14. 시민 참여의 방식이 무궁무진하면, 해결 방식도 다양해진다.


15. 도시 재생은 ‘본질’을 놓치면 안 된다. 

도시 재생은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다. 현재, 중간 지원 조직들이 '도시 재생 대학'과 같은 틀에 맞춘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하고 있다. 이를테면 '도시 재생 대학' 같은 프로그램이다. 타이틀도 바뀌어야 한다. 정말 '대학(University)'이 아니지 않나. 

도시 재생 프로그램은 전문가와 시민이 모여 우리 지역에 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논의해야 하는 자리여야 한다. 타이틀을 붙이면 이미 격식화 돼버린다. 도시 재생을 이야기할 때, '시민은 도시 재생에 대해 공공에 의견을 어떻게 내야 하는가, 공무원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와 같은 이야기들이 나와야 한다. 

시민 사회는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전달하고 대화하고 지속해서 노력해야 한다. 공공과 담당 공무원들은 시민과 대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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