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病에 걸린 언론사

by 캘리박
KakaoTalk_20200827_213520359.jpg


언론사는 그 어느 업종보다 사대주의가 심하다. 언론사에서 편집국 차원의 기획기사를 작성할 때 해외 사례는 무조건 공란이다. 국내 문제는 시리즈로 보도를 하고 마지막으로 해외사례를 언론사 내 국제부에게 알아서 채우라고 하는 것이다. 국제부 기자를 하는 사람은 벙찔 수밖에 없다. 국내 문제와 해외 사례가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지, 해외에 A 정책을 적용했을 때 실제로 양(+)의 효과가, 음(-)의 효과보다 더 많았는지 따져보는 게 필요하지만 그런 과정은 일체 없다. 이는 무조건 해외, 특히 미국과 중국, 유럽, 일본 등 우리나라보다 잘 살거나 과거 강대국이었던 나라들은 우월한 정책과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는 사대주의에 빠진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중국을 제외한 이들 국가들이 우리나라보다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를 먼저 도입한 선배들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에 해외 사례를 적용해 ‘그들은 이렇게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게 뭐야’ 하면서 비판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 너무 심하다. 우리나라에서 유럽처럼 ISIS의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하고 총기 난사가 발생했는가. 우리나라에서 대량으로 사람들이 마스크를 안쓰고 시위를 하거나 약탈을 하는 가. 분명히 그 사회의 역사적인, 경제적인 변화의 배경이 다르고 사람들의 성향도 다르다. 모든 사안을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국내 언론들은 임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당선된 후 우리 대통령과 비교해 비판적인 기사를 많이 썼다. 마크롱 대통령이 하는 것은 다 선(善)이고 우리 정부가 하는 것은 전부 악(惡)인가. 그렇지 않다. 마크롱 대통령이 하는 친기업, 노동개혁 등의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고 이로 인해 전국에서 시위가 발생해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물론 나는 우리 정부(어떤 성향의 정권인가와 상관없이)가 하는 것이 다 맞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해외의 정책이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지와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에 대해 심도 있는 분석이 없이, 그저 해외 것은 다 좋은데 우리 정부는 제대로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적인 태도는 이제 언론에서 지양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이미 기업과 정부가 언론보다 훨씬 똑똑하다. 대기업들은 전세계 방방곳곳에 지사가 있고, 정부에서도 코트라(KOTRA)나 무역위원회, 대외정책연구원, 또는 각종 연구용역과 국책연구기관을 통해서 보고서를 보며, 외신을 직접 본다. 또 각 부처마다 해외에 파견돼 있는 주재원들이 현지의 동향을 보고한다. 언론사가 외신 기사 몇 개 번역해서 국내에서 발생하는 사회현상은 무조건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을 하는 것이 과연 진정으로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keyword
이전 14화'일의 의미'가 상실된 기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