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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박 Sep 17. 2018

올해 완전히 망한 한국 영화들

6년 만에 최악이네

올해 한국 영화는 망했다. 그것도 완전히 망했다. 6년 만에 최악의 실패라고 할만하다. 

나는 영화 기자가 아니지만,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취미가 그렇듯이. 간간이 유튜브를 통해 유튜버들의 영화 리뷰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내가 보지 않은 영화가 어떤 스토리를 갖고 있을까' 또는 출연진들의 면면을 살펴본 결과 '내가 망할 것이라고 예상한 영화가 어떤 흥행 성적을 거뒀을 것인

가'에 대한 호기심 탓이다.


염력부터 게이트, 7년의 밤, 변산, 인랑, 상류사회에 이르기까지. 올해는 참 많은 영화가 망했다. 올해 한국 영화가 완전히 망한 것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9월 17일 현재 한국 영화의 관객수는 7,549만명에 불과하다. 연말까지 3개월 반이란 기간이 더 남아 있긴 하지만 2017년 관객수(1억1,390만명)의 66%에 불과하다. 1,000만명 이상의 엄청난 대박을 치는 영화가 연거푸어 나오지 않는한 저조한 흥행 성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도별 총 관객수 및 매출액/영화진흥위원회

한국 영화가 많이 망한 게 어디 1~2년 이냐고 ? 아니다. 특히 올해 많이 망했다.

영진위 통계를 살펴보자. 2011년 총 관객수는 8,286만명으로 올해 9월 17일 기준 관객수와 엇비슷하다.

하지만 개봉편수와 상영편수를 보라. 2011년의 개봉편수가 152편, 상영편수가 334편으로 올해(438편, 710편)의 절반 이하에 해당한다. 올해 우후주숙 영화들이 쏟아졌고 전부 망했다는 얘기다.

올해 개봉편수와 상영편수는 연간 '1억명 관객 시대'를 연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지난해 한해를 제외하고 나머지 해의 편수를 모두 웃돌고 있다.

일부에서는 올해 외국 영화의 침공이 두드러 진 것 아니냐는 시각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올해 눈에 띄는 영화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와 '미션 임파서블:폴 아웃', 블랙펜서 등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올해 대표적으로 망한 영화들을 살펴보자.

영화 '상류 사회'의 한 장면

인터넷을 좀 뒤져서 '망작 리스트'를 들어 봤다.  

영화명  관객수 누적매출액         손익분기점

상류사회 76만       62억원              80억원

인랑        89만       69억원              160억원

염력         99만        74억원             130억원

7년의 밤   52만       39억원              80억원


게이트     10만         8억원                  ?

변산        49만          40억원               ?


나름 선방한 영화로는 마녀  318만명(누적 매출 272억원), 공작 496만명(427억원), 독전 520만명(434억원), 곤지암 267만명(214억원), 목격자  252만명(217억원) 등이 있다.  

올해 망한 영화들의 공통점은 감독들이 비교적 최근 한 번씩은 잭팟을 터뜨려 본 적이 있다는 점이다.

이병헌 출연의 '달콤한 인생'으로 유명한 김지운 감독은 2016년 영화 '밀정'에서 750만명의 관객을 끌어들였다.(물론 김지운 감독이 선방한 영화는 꽤 많다.) 추창민 감독은 2012년 이병헌 주연의 '광해, 왕이 된 남자'로 1,232만명의 관객을 모은 바 있다.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도 2016년 1,156만명의 관객들을 영화관으로 이끌었다.


올해 영화가 쏟아진 원인은 무엇일까. 나는 2015년부터 지속된 저금리가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영화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사실 아예 모른다), 전례에 비춰볼 때 영화가 기획부터 투자, 크랭크인, 편집 등을 거쳐 개봉까지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면 총 2년 안팎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 같다. 공교롭게도 2년 전은 우리나라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 낮추던 시기다. 돈을 저금리에 꾸기 쉬워졌다는 얘기다. 영화 하나에만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이 든다. 아무리 투자자가 돈이 많다고 해도 자기 돈을 모두 현찰(알돈)로 꿔주는 사람은 없다. 대출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저금리의 시대는 끝나고 있다. 이미 지난 3월부터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높아지는 한미 금리 역전현상이 발생했다. 미국 경제가 예상외로 호조세를 보이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연준)은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있다. 당장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2.00~2.25로 최고 2.5%까지 인상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기준금리는 '돈의 값'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의 값이 우리 돈(원화)보다 높아지면 외국인들의 자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그쪽에 돈을 묻어둬야 소위 '금리 우대(환차손)'를 더 얻을 수 있게 때문이다. 때문에 한국은행도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를 예의 주시하면서 너무 격차가 나지 않도록 결국 기준금리를 조정할 수밖에 없다.

영알못(영화를 알지 못하는 사람)의 예측이지만, 올해 계속해서 이어진 대작들의 실패로 당분간 '투자 빙하기'가 오지 않을까 싶다.  한때 1,0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았던 대가들이 판판이 깨지는 것을 보면서 영화 투자자들이 한껏 몸을 움츠릴 가능성이 있다고 개인적(지극히)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들 영화가 망한 원인은? 나도 모른다. 탄탄한 줄거리나 개연성에 의존하기 보다는 '이 배우만 쓰면 다 될 거야'라는 자만심에 기인했던 것이 아닐까.  배우들도 시나리오와 캐릭터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니 겉도는 연기를 했을 수도 있다. 그냥 영알못의 추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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