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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박 Sep 19. 2018

연예인들은 왜 음주운전을 할까

연예인 음주운전 기사가 나올 때마다 들었던 의문이다.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연예인이 대체 왜 대중의 생명의 앗아갈 수 있는 범죄인 음주운전을 하는 것일까. 

우리들은 각종 매체를 통해 연예인들의 음주운전을 너무 자주 접한다. 네이버를 뒤져보면 우리가 TV에서 보는 연예인들 중 상당수가 음주운전 사고와 연류됐던 것을 알 수 있다. 이쯤되면 음주운전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하나의 컨센서스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까지 든다. 


연예인 음주운전 기사를 볼 때마다 나는 '이 사람들은 선택지가 많은데 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라고 생각했다. 

그렇다. 그들에겐 선택지가 일반인보다 많다. 일단 그들에겐 24시간을 붙어 다니는(붙어 다닐 수 있는) 매니저가 있다. 매니저가 여의치 않다면 대리운전을 해도 된다. 1년에도 몇 십억원을 벌 수 있는 연예인들이 대리비가 아까워서 음주운전을 할까. 그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대리 운전은 왜 꺼려하는 것일까. 

우선 남들이 자신의 고급차를 만지는 게 싫을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남들이 내(연예인)가 누구와 술을 마셨는지 아는 게 싫을 수 있다. 또 자기가 술을 마시고 이동한 동선이 외부에 새어나가는 게 꺼려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음주운전을 해? 집 근처면 마스크 쓰고 걸어가는 게 낫지. )


우리는 한번 음주운전을 저지른 연예인이 또 경찰에 적발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본다.  그들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는 곳은 대부분 그들이 사는 강남에서 이뤄진다. 기사에서도 "집 근처라 잠깐만 몰려다 그만.."이라는 내용이 판박이 같이 들어가 있다. 때문에 언론사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경찰서는 바로 강남경찰서다. 기자 1년차 수습기간에 사스마와리(경찰서를 돌며 취하는 것) 기자가 강남경찰서에 도착하자 마자 방문하는 곳이 교통계다. 경찰서에 방문한 기자들은 매일 같이 당직 경찰에게 "연예인 음주운전 기사가 없냐"고 묻는다. 그만큼 연예인 음주가 많고, 한번 물을 먹으면(타사에게 특종을 빼앗기는 것) 쎄게 먹는 곳인 강남경찰서다. 


연예인 음주사고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음주운전이 습관성 범죄라는 점이다. 여기서 우리는 쉽게 예측을 할 수 있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다면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것. 이를 바로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e)이라고 한다. 우연이 거듭된 결과가 결국 '표준'이 된다는 얘기다. 과거의 나의 총합이 현재의 나를 결정짓는다는 것. 

경찰들이 프로파일링을 통해서 범죄자들을 찾는 것도 경로의존성에 따른 결과다. 축적된 데이터베이스에서 

비슷한 범죄 유형과 범행도구, 습성 등을 취합해 비슷한 패턴을 가진 용의자를 추려내는 과정이다. 1~2번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람들은 향후에도 음주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경찰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음주로 2회 이상 적발된 음주 운전 재범자 비율이 2015년 2만6,394명(43.4%), 2016년 1만9,158명(43.6%), 2017년 1만6,502명(41.8%), 올해 현재 기준 4,281명(41.7%) 등으로 매년 전체 적발 인원의 40%를 넘고 있다. 


나는 음주운전 행위를 한 연예인들의 성급한 복귀에 대해서는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들이 사법적 절차 내에서 합당한(?) 죄값을 치렀다면, 그들의 영화나 방송 출연은 어디까지나 수요-공급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대중들은 그들이 나오는 방송, 영화가 싫다면 언제나 보지 않을 수 있는 막강한 파워를 갖고 있다. 대중에게 그들에 대한 생사여탈권이 있다는 점이다. 

물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부 차원에서 음주운전 범죄행위를 한 범죄자에 대해 무거운 형벌을 내렸으면 좋겠다. 연예인 지망생은 참 많다. 아마 줄을 세우면 끊이 보이지 않을 거다. 아직 채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이 그렇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지 못한채, 타인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음주운전이 적발된 것을 "재수없게 걸렸네"라고 말하고 몇 개월 이따가 다시 drunk driving을 하는 사람을 보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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