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사회는 군대다.
기자 사회는 계급이 있는 군대와 비슷하다. 나이가 상관이 없는 조직이다.
우선 호칭이 그렇다. 기자는 먼저 입사한 사람이 무조건 선배다. 선배가 후배에게 반말을 한다.
"OO씨, OO했어?" 이 정도 수준이 아니다. 나보다 3살 어린 선배가 나에게 "OO야, OO했냐?" 이런 식으로 말한다는 얘기다.
난 대학 생활 때 미래에 대해 제대로 고민하지 못하고 많은 시간을 우왕좌왕했다. 그렇게 한 2년 정도를 허비한 것 같다. 회사에 입사하고 나니 나와 동갑인 선배들이 2년 이상 먼저 회사에 입사해 있었다. 그들은 나에게 "OO야"라고 부르고 나는 그들에게 "네 선배. OO하셨어요?"라고 말한다.
여기에다 2년이 넘는 군생활이 플러스되면 여선배와의 나이 차이는 더 벌어진다. 3살 어린 선배가 나에게 "OO야"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보다 1살 어린 선배가 회사 입사를 4년 먼저 한 일도 있다. (입사를 먼저한 게 잘못은 아니다. 단지 언론사의 룰이 그렇다는 거. 왜 이 시스템을 쓰는 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만일 내가 언론사 선배에게 묻는다면 "마감이 있기 때문에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누구나 예상할만한 답변이 돌아올 것 같다.)
입사 초기에는 혈기왕성했던 시기고 아직 군 제대 후 몇 년이 지나지 않았던 터라, 어린 선배의 반말이 훅하고
들어오면 매우 기분이 나쁠 때가 있었다. 지금은 많이 무뎌졌지만...인간인지라 기분이 좋지 만은 않다.
경찰서를 도는 언론사 1년차 때는 타사에서 나이 어린 여자 선배가 욕을 섞어가며 갈궈서 서로 욕하며 싸우고 그만둔 친구들의 얘기가 전설처럼 돌아다니기도 한다.
언론사는 또 동기간에 말을 무조건 놓으라고 한다. 그래야 더 친해진다나. 내 후배들 중에는 동기간 5살 차이가 나는데 서로 "야"라고 반말을 하는 기수도 있다. 남자 동기가 여자 동기보다 5살이 많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꼰대는 아니지만 그런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래서 우리 동기는 선배들 앞에서는 이름만 부르고 반말을 한다. "OO, ~했어?" 사석에서는 형, 오빠 이런 식으로 부른다.
사실 나는 계급을 중시하는 경찰도 군대나 언론사와 비슷하게 기수로 명확하게 존칭을 가르는 줄 알았다.
주변에 경찰이 많아서 물어보니 그들은 계급과 상관없이 나이가 동갑이면 친구가 되서 서로 반말을 하기도 하고
사인들 간에 자유롭게 호칭을 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나이가 젊은 사람이 먼저 승진을 하기도 하고, 공무원들의 인기가 많아 연령대가 다양해서 그런 것 같다.
언론사에는 또 다른 문화(?)도 있다. 바로 기수까임 문화다.
펜 기자들은 주로 매체력(신문 부수, 인지도)이 작은 곳에서 큰 곳으로 이직을 한다. (방송기자들의 시스템은 잘 모르겠다.)
인터넷 매체보다 신문을, 신문에서도 소위 영향력이 큰 조중동, 매경, 한경을, 등을 선호한다. 이들 매체가 보수적이지 않느냐는 가치 판단과는 별도로, 아무래도 이들 매체가 소위 말하는 매체력도 있고 연봉도 높기 때문이다.
언론사에 따라서는 매체력이 작은 회사에서 자기들 회사로 올 때 기수를 까는 경우가 있다. 물론 케이스 바이 케이스겠지.
예를 들어 A 기자의 입사년도가 2009년인데 이직하는 회사 입사년도를 2011년으로 설정해 2년 정도의 경력을 깎는 것이다. 그러면 출입처 등 필드에서 나보다 언론사 입사가 빠르거나 같아 선배나 동기였지만, 우리 회사에 A기자가 입사해서 후배가 되는 경우가 있다. 그 경우 A기자는 나에게 "선배"라고 부르고 존댓말을 써야 한다.
밖에선 선배였지만 기수를 까는 회사에선 후배가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 기수까임 문화 때문에
이직한 후에 스트레스를 굉장히 받는 사람들도 있다. 언론사 입사 후배가 나에게 막 대하면 기분이 좋을리는
없겠지.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인 걸 어쩌겠는가. 그저 감내할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