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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박 Jul 15. 2024

마흔 넘어 도시락을 싸기 시작하다


"여기에 오면 도시락을 싸서 다녀야돼." 

동료는 내게 말했다. '중학교 이후 도시락을 들고 다닌 적이 없는데 도시락이라니 이게 무슨 말이지?' 싶었다. '비싼 물가 때문에 그러나?'


미국 드라마(미드)에서 가끔 본적은 있지만 내가 계속 도시락을 싸서 다니게 될줄은 몰랐다. 물론 차를 타고 인근 햄버거 집에 가서 햄버거를 테이크아웃(to-go)해서 먹는 사람들도 있고, 점심 때마다 회사 빌딩 앞에서는 타코 차량에서 타코를 사먹는 사람도 있었다. 

동료의 말대로 점심을 싸왔다. 회사 내 카페테리아에 가니 10명이 넘는 다른 부서 사람들이 이미 도시락을 꺼내 놓고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나도 우리 부서 사람들과 테이블에 앉았다. 우리 모두 삼삼오오 모여 자신의 반찬을 늘어놨고 "과장님 이것 좀 드세요. 부장님 이것 좀 드셔보세요."하며 정을 나눴다. 자신이 가져온 라면을 나눠주시는 분도 계셨고, 매번 도시락 멤버의 수만큼 계란을 삶아와 나놔주시는 분도 계셨다. 


"잘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칠 때쯤이면 시계는 12시40분경을 가르킨다. 책상에 앉아 다시 일을 하는 사람도 있고 인근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한잔씩 뽑아 다시 자리에 앉는 사람도 있다. 

확실한 것은 업무 시간에는 다른 잡담을 나누지 않는 것이다. 담배를 피우시는 분들도 점심 직후에 2~3개를 연달아 피운다. 그리고는 오후 내내 건물 1층에 내려가지 않는다. 그저 일만한다. 그리고는 5시30분이 되면 "자 이제 집에 갑시다!(Let's call it a day)"라고 말한다. 그때는 빛의 속도로 각자의 가방을 메고 사라진다. 직원의 100%가 자동차로 통근을 하는 상황에서 교통 혼잡(traffic congestion)을 피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퇴근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운전으로 1시간 20분 거리에서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왕복 100키로 가량된다. 


짧은 점심 시간이 십수년 동안 K직장 생활을 했던 내게는 살짝 생경한 모습으로 느껴졌다. 한국은 공무원이든 일반 사기업이든 1120~30분이 되면 식당가가 사람들로 붐비기 일쑤기 때문이다. 1시30분까지 점심을 먹는 사람들도 많다. 

담배도 마찬가지다. 한국 사람들은 담배를 피우기 위해 너무 자주 사무실을 비우는 경향이 있다. 점심 시간을 20분 줄이고, 담배 피우는 시간을 줄이는 대신 퇴근 시간이 더 빨라지면 얼마나 좋을까. 본인이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근무 시스템이 도입되면 어떨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집계한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2021년 기준 42.9달러였다. 미국은 74.8달러에 달한다. 노동생산성은 근로시간당 국내총생산성(GDP)을 창출분을 계산한 수치다. 한마디로 근로시간에 얼마만큼의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한국에서 일을 하면서 '다른 나라는 이런 장점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이것을 가져와야돼.'라고 말하는 도식적인 적용을 매우 싫어했다. 우리나라만의 특수성이 있는데 그걸 깡그리 무시하고 적용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에서 10분 만에 퇴근해서 6시에 집에서 저녁을 먹는 지금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아, 한국에서도 현실이 이랬다면 가족들과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텐데, 더욱 자기계발에 매진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하곤한다. 요즘은 퇴근 이후 동네를 한시간 걸어도 8시가 넘지 않는다. 내 방에서 홈트레이닝을 양껏해도 9시를 넘지 않는다. 우리 모두 주어진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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