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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박 Aug 03. 2024

캘리포니아 운전면허 드디어 따다

아디오스 DMV!!! 



지난 7월 16일(미국 시간) 운전면허 실기 시험에서 떨어진 이후 거의 3주간 기분이 안 좋았다. 캘리포니아는 면허증이 있는 동승자가 있으면 필기시험 합격자(learner's pemit)는 운전을 할 수 있다. 내 돈을 주고 산 차가 있고 동승자와 함께 운전을 하고 다니는데 대체 왜 운전면허증이 없는지 이해가 안 갔다. 

지난 7월 4일 나는 분명 한국에서 가져온 국제운전면허증으로 차를 렌트했다. 다른 나라에서 가져온 국제운전면허증으로 차를 렌트해주는 건 되고, 운전면허를 교부하는 건 안되는 현실. 뭔가 잘 이해가 안 갔다. 

그래서 분명 회사 동료와 함께 카풀을 해서 출퇴근을 하면서도 기분이 별로 안 좋았다. 운전면허가 없으니 주말에도 집에만 박혀 있었다. 회사 동료도 주말에는 쉬어야 하는데 내가 어디 놀러가겠다고 동승을 해달라고 부탁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지난 3주간은 너무 답답했다. "이 나라가 저를 원하지 않나봐요"라고 회사 동료들에게 우스겠소리로 말했다. 


회사 선배와 동료들은 "나도 여기서 30년 넘게 살았지만 처음 실기 시험을 봤을 때는 떨어졌다"며 "다들 비슷한 경험을 겪으니 너무 심려치 말라"고 위로를 해줬지만 그닥 위로가 되지 않았다. 아마 한국에서 운전면허를 딴지가 20년이 넘었고 오래됐고 운전을 해온지가 너무 오래되서 나름 운전에 자부심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법' 

나는 7월 16일 운전면허 시험에서 낙방한 후 계속해서 운전면허 실기시험(behind-the-wheel test) 예약(appointment)을 잡기 위해 DMV 사이트에 접속했다. 거의 일주일간은 사이트만 들여다봤던 것 같다. 하지만 운전면허를 따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탓인지 가장 가까운 시험만 3주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나름 자존심이 쎈 나는 '대체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낙방한 다음주에 시험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기시험 합격자가 시험을 보러가기 위해선 운전면허증이 있는 사람이 반드시 DMV에 같이 가서 본인의 운전면허증과 시험볼 자동차의 자동차 보험증을 제시해야 한다. 운전연수를 해준 강사분의 일정에 맞출 수밖에 없었고 서로 조율에 약간 애를 먹었다. 와이프도 같은 날 시험을 보는 게 비용을 아끼는 길이기 때문에 날짜를 조정하는 데 며칠이 더 걸렸다. 


결국 7월 16일에서 약 3주 후인 8월 1일에 시험을 보게됐다. 회사에는 일주일 전부터 시험을 보겠다고 얘기하고 양해를 구한 상황이었다. 나와 와이프, 운전 강사분 총 3명은 결전의 마음을 품고 오전 11시 글렌데일로 향했다. 가는 길은 내가 직접 운전을 했다. 일단 내가 글랜데일 주변 코스로 연습을 했고 2시에 시험이 있던 와이프가 다음에 연습을 했다. 나는 3시40분에 시험이었다. JACK IN THE BOX에서 햄버거로 점심을 떼우고 다시 몇 번의 코스 익히기를 했다. 거의 한 시간 남짓 시험시작 라인에서 기다렸을까. 중년 남성 채점관(examiner)이 다가왔고 운전 강사님과 나는 차에서 내렸다. 와이프가 시험을 보기 위해 떠나자 나는 초조해 지기 시작했다. 

와이프의 시험을 응원하기 위해 온 다른 중년 남성도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발을 동돌 굴렀다. 그러던 도중 흰색 SUV 차량이 DMV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채점자가 먼저 내렸고 운전석에 있던 중년 여성은 차에서 내리자 마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며 눈물을 터뜨렸다. 같이 온 지인이 가서 위로를 건넸지만 소용이 없었다. 내가 1차 실기시험 때 떨어졌던 것처럼 크리티컬 에러를 범했던 것이다.

 

'저기 들어오네요' 강사님이 본인의 차를 가리켰다. 와이프가 들어온 것이다. 실기시험 시간 15분을 꽉 채워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나는 '합격했구나'라고 안도했다. 하지만 5분이 지나도 와이프와 채점자는 차에서 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운전강사님과 나는 차로 다가가지 못하고 먼발치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채점관이 내렸다. "어떻게 됐어? 합격이지?" "크리티컬 에러야. 각종 룰이랑 루틴 신경쓰기도 힘든데 계속 여기서 왜 이러냐 저기서 왜 이러냐 하면서 잔소리를 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라고 와이프는 안타까워했다. '아 지난 7월 16일 내 표정이 저랬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와이프의 낙방 소식을 들은 나는 더욱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둘 중에 한 명은 면허를 따야 주말에 가족여행도 다니고 할 수 있는데 둘다 낙방을 하면 정말 큰일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강사님의 일당도 만만치가 않다. 

와이프의 안타까움은 일단 뒤로한채 와이프를 차의 뒷자석에 태우고 나와 강사는 2번 정도 더 코스를 돌았다. 나와 와이프는 1시간40분 정도 실기시험 텀이 있었다. 강사님은 '지금 정도로만 하시면 무난하게 합격해요. 너무 긴장하지만 마세요'라고 내게 말했다. 

드디어 출발선 라인에 대기하고 있는데 흰색 모자와 청바지를 입은 여성 채점관이 다가왔다. 지난번 알레타 DMV에서 여성 채점관에게 떨어진 경험이 있던 나는 살짝 더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준비됐으면 출발하세요'라는 말과 함께 나는 강사님과 연습했던 대로 최대한 차분하게 운전하려고 노력했다. 다행히도 

강사는 크게 에러가 없다고 판단하는 눈치였다. 채점관은 '저기 옆에 대고 평행주차 해보세요. 차 후진해보세요'라고 말했다. '와 내가 평행주차까지 오다니' 

지난 시험 때는 평행주차도 못해보고 크리티컬 에러를 범해서 바로 DMV로 갔던 터였다. 시험의 6부 능선은 넘어섰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행히 평행주차를 잘 통과했고 다시 코스를 돌았다. 주택가에서 큰 길가로 큰 길가에서 다시 주택가로 채점관이 시키는대로 무난하게 운전했다. 나도 여유가 생겼는지 채점관이 지시를 내릴 때마다 '오케이'라고 말하며 운전을 했다. 

드디어 DMV로 다시 돌아가는 길에 800미터 가량 밖에 남지 않았다. 속으로 '제발 제발. 무난하게 끝내자'라고 외치고 또 외쳤다. 드디어 DMV 주차장에 도착했고 채점관은 '통과했어. DMV 안으로 들어가도 돼'라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내가 활짝 미소를 지으며 화이팅 포즈로 '땡큐'라고 말하자 그는 못 볼 걸 봤다는 듯이 표정을 지으며 차에서 내렸다. 나는 상관이 없었다. 그야말로 기분이 over the moon. cloudnine이었기 때문이다. 차에서 내리며 강사님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합격증을 들고 DMV에 들어가자 담당자가 '너 소셜 넘버 있어?' 라고 물었다. 엊그제 집에 우편으로 왔는데 사진으로 찍거나 갖고 오진 않았다. '소셜 넘버가 없어서 전산 입력이 안되네. 나중에 가까운 DMV 가서 다시 신청해봐'라고 말했다. 강사님은 '소셜 넘버 없어도 면허증 발급신청 되는데? 이상하네요'라고 말했다. 

나는 당시에는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실기시험을 통과한 사실이 사라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언제든 인근 할리우드 DMV에 가서 소셜 번호만 입력하면 끝이다. 이미 임시 면허증은 나온 상태다. 다만 '이 나라가 내 귀한 시간을 또 허비하게 만드는구나'라는 생각은 들었다. 

암튼 글렌데일에서 집으로 오는 길은 무척 막혔지만 마음은 한결 평안해졌다. 실기시험에 통과하기 전까지 와이프는 지난 3주간의 나처럼 무거운 마음이 있겠지만 말이다. 이제는 캘리포니아를 마음껏 돌아다니고 싶다. Goodbye DMW! 아디오스 D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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