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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박 Jul 31. 2024

미국에서 실감한 K-POP의 파워

25년 만에 가본 god의 미니 콘서트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LA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는 '케이콘 LA 2024'가 열렸다. 올해로 12년 째를 맞이한 케이콘은 케이팝과 관련한 전 세계 행사 중에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나는 케이팝의 열기를 전하는 기자로 초대돼 행사를 관람하게 됐다. 공연이 시작되지 수십분 전임에도 수백미터에 달하는 줄로 이미 아레나 주변은 장사진을 이뤘다. 확실히 한국인(교포 포함)들보다는 미국 현지인들이 많았다. 주차장에서 만난 한 동양인 남성은 내게 "당신도 케이콘을 보러 가냐"며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누구냐"라고 물었다. 자신은 비비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떨리는 가슴을 안고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농구의 신으로 등극한 코비 브라이언트와 노익장을 자랑하는 농구 GOAT 중의 한명 르브론 제임스가 소속된 LA레이커스의 홈 경기장이자 매년 그래미 어워드가 열리는 크립토닷컴 아레나에 내가 들어가다니. 

나는 40대다. 티비를 보지 않는다. 아이돌들은 대부분 모른다. 그래서 어떤 친구들이 나와서 춤을 추고 노래를 하더라도 별다른 감흥이 오지 않았다. 다만 그들이 화려한 군무와 뛰어난 노래실력을 뽐낼 때마다 엄청난 환호성을 지르는 관객들을 바라보면서, 또 100% 한글 가사인 노래를 떼창하는 것을 직접 목격하면서 케이팝이 가진 영향력과 파워를 실감하게 됐다. 

내가 관심이 있었던 가수는 god였다. god는 2000년도에 'god의 육아일기'라는 프로그램에서 아기를 돌보는 프로그램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지금 대부분의 예능이 표방하고 있는 리얼다큐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1969년생인 박준형을 제외한 20대 초반의 어린 청년들이 아기를 돌보면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매료됐고, 노래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내가 기억하기로 HOT와 젝스키스처럼 차가운 이미지가 아닌 뭔가 따뜻한 이미지의 그룹이었던 것 같다. '어머님께', '거짓말', '관찰', '촛불하나', '하늘색풍선' 등의 노래는 메가 히트를 했다. 


아이돌들의 무대가 다 끝나고 드디어 기다리던 god가 무대에 올랐다. 그들은 '난 니가 싫어졌어 우리 이만 헤어져~'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어머님께'로 무대를 시작했다. 그들의 클로즈업 영상을 보면서 나는 '아 이 형들도 많이 늙었구나'라고 생각했다. 나와 띠동갑이 넘는 박준형을 제외하고 나랑 몇살차이 안나는 그들이 저렇게 나이가 들어보이다니. 그제서야 내 나이가 몇 살인지 실감이 됐다. 나는 어느새 20대 초반 청년이 돼 취재도 잊고 그들의 노래를 따라부르고 있었다. 나랑 키와 체형이 거의 비슷한 김태우에게 눈이 갔다. 나도 한때는 노래로 먹고 살 수 있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그의 노래를 직접 듣고 보니 넘사벽이라는 걸 깨달았다. 정말 노래를 잘했다. god에 김태우가 없었으면 지금과 같은 스타가 되지 못했을 것 같다. 가슴을 후벼파는 후렴구가 있어야 사람들이 노래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박준형은 "This is my hometown."이라며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했고, 관객들은 열광했다. god가 데뷔한지 어느덧 25주년이라고 한다. 한번쯤은 가보고 싶었던 god 콘서트를 잠깐 다녀온 느낌이었다. god가 10~20대 관객의 거의 부모뻘이었지만 관객들은 상당 부분의 가사를 알고 따라 불렀다. 

케이팝은 전 세계 음악 시장의 2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유튜브 쇼츠를 넘기면 케이팝 음악에 맞춰서 챌린지를 하는 전 세계인들의 영상을 너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제는 문화가 세상을 움직인다. 정치인이 "환경오염을 최소화합시다"라고 얘기하면 '너나 잘해'라는 말이 되돌아 오지만, 아이돌들이 같은 얘기를 하면 사람들은 '아 이제 움직여야지'라고 마음을 고쳐 먹는다. 


하지만 전 세계 뮤직 시장에서 케이팝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시장이 커지는 건 아니다. 대중들과의 끊임없는 교류를 통해 그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야 한다. 과거 80~90년대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홍콩 영화의 인기가 지금 시든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케이콘은 오는 9월 최초로 독일에 진출한다고 한다. 현재 한국은 주력 산업 부진과 저출산, 고령화 등에다 정치 실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케이팝이 침체된 한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과 바람을 불어넣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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