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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박 Aug 05. 2024

미국 살이의 장점 : 자유분방함

일단 머리부터 길러보자 


미국에서 회사를 다닌지 벌써 한 달이 됐다. 과거에 미국 생활에 대한 글을 읽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장점으로 꼽았던 게 '남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미국에 와서 생활을 해보니 진짜로 그랬다. 어차피 이곳에서 나를 아는 사람들은 몇 명의 직장 동료들 뿐이다. 나머지 3억명은 나를 전혀 모른다. 내가 어떤 헤어스타일을 하든지 어떤 옷을 입든지 전혀 상관이 없다. 내가 다른 사람이 어떤 헤어스타일과 복장을 하고 다녀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한국의 5,000만명도 나를 모르는데 나는 그동안 왜 그리 남을 의식하고 살았던 것일까. 


물론 회사에 출근할 때는 나름 격식을 차린 옷을 입고 가기 위해 노력을 한다. 하지만 그외의 시간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미국에 오기 전부터 한가지 결심한 게 있다. 머리를 살짝 길러보는 것이다.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한번도 하지 않았던 일이다. 내 헤어스타일은 그저 스포츠 머리보다 살짝 긴 전형적인 아저씨 머리였다. 하지만 여기에 오고 나서 살짝 머리를 기른 후 다른 헤어스타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앞으로 한 두달은 지저분한(?) 머리를 하고 다녀야 될 것 같다. 

미국에 오고나니 한국 사회는 너무 상대방에게 획일화된 패션과 태도, 생각 등을 강요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그런 생각들을 내면화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생각을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반성을 하게 된다. 요즘 K컬쳐가 인기를 끌고 있다. 문화란 자유분방함에서 나온다. 자유분방하지 않으면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없다. 창의적인 생각이 없으면 외국인들의 감정을 건드리는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가 없다. 그래서 요즘은 그동안 획일화된 생각을 강요해왔던 한국 사회가 조금씩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로 바뀌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 같다. 

과거에도 브런치에 글을 쓰긴 했지만 한국 사회는 너무도 경직돼 있다. 모든 사회의 영역에서 상대방을 국정조사에 나온 참고인처럼 매의 눈으로 바라본다. 일단 나를 제외한 다른 존재는 짜증나고 싫은 존재다. 남자는 여자를 싫어하고 여자는 남자를 싫어한다. 젊은 세대는 노인들이 세금만 축낸다고 싫어하고, 노인들은 젊은이들이 나라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는다고 싫어한다. A지역은 B지역을 싫어하고, B지역도 A지역을 싫어한다. 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바꾸는 것은 정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대통령부터 권위주의를 타파해야 한다.(특정 대통령을 일컫는 게 아닌 과거-현재-미래 모든 한국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대통령 후보일 때는 많은 정치인들이 SNL과 같은 각종 토크쇼에 얼굴을 들이민다. 자신의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권위적인 자신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고 나면 이내 장막 뒤에 숨어버린다. 기자회견조차 거의 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대통령으로부터 듣고 싶은 얘기를 직접 들을 수가 없으니 답답해 할 수밖에 없고 자신이 듣고 싶은 얘기를 해주는 유튜브나 커뮤니티에서 상대진영을 욕하는 데 시간을 할애한다. 우리 사회는 앞으로 전진해야 하는데 자꾸 뒷걸음질친다. 


물론 한국 사회의 정반대가 미국 사회라는 주장은 아니다. 애브레험 링컨에서부터 존 F 케네디 대통령,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극단주의자들로 인해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무수한 총기 테러를 당했다. 미국의 극단주의 또한 심각하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도 한국의 양당체제와 비슷하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사회 분위기를 얘기하는 것이다. 

몇 년 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토크쇼에 나와서 본인에 대한 악플 읽기를 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토크쇼 진행자 지미 키멜은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진짜로 UFO가 있냐"고 묻기도 했다. 또 다른 토크쇼 진행자인 지미 펠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인 머리를 손으로 흔들어서 헤어 스타일을 망치기도 했다. 나는 이런 미국의 자유로움이 좋다. 어떤 질문도 유쾌하게 하고 유쾌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사회의 원동력이다. 한국이 이런 자유분방함을 배울 수 있을까. 일단 내 헤어스타일부터 자유롭게 만들어보자. 그것이 내게 떨어진 발등의 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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