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살이의 장점: 한국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것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1978년 세샘트리오가 발표한 '나성(羅城)에 가면'이란 노래다. 나성은 곧 지금으로 치면 '라라랜드(LALA-LAND)' 곧 LA를 의미한다.
워낙 오래 전 나온 노래지만 어릴 적 TV에서 이 노래를 많이 들어서 멜로디를 외우고 있다. LA에 오고 난 뒤 몇 주 되지 않아 운전을 하면서 LA에 온 기분을 내기 위해 이 노래를 들었을 정도다.
이 노래는 LA로 이민을 떠난 인연에게 애틋함을 전하며 편지를 써달라고 하는 내용이다. 전화 한통이 수만원에 달하고, 인터넷이 존재하지 않던 그 시절. 사실상 활용 가능한 의사소통 수단은 편지였다.
미국에 온지 30년이 넘은 한 간부에게 물었다.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뭐냐고. 그는 주저 없이 '나성에 가면'이라고 답했다. 이민 1세대로 살면서 얼마나 한국이 그리웠을까. 친구들과 부모님. 그리고 한국 특유의 분위기. 한국 땅에서 나는 냄새. '이민 1세대분들은 한국을 정말 그리워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2주간 교포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뉴스는 단연 올림픽이었다. 그들은 한국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것을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정작 나는 올림픽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데도 말이다. 한 교포는 "태권도 정말 잘하더라고. 근데 말야 레슬링과 유도는 다 죽었잖아. 예전처럼 헝그리 정신으로 하던 스포츠들은 이제 경쟁력이 사라진 것 같애. 우리나라도 발전을 해서겠지?"라고 말했다.
누가 나에게 "미국에서 살아서 가장 좋은 게 뭐야?"라고 묻는다면 캘리포니아의 화창한 날씨, 조금만 운전하면 천혜의 자연환경을 누릴 수 있다는 점, 할리우드와 비버리힐즈 같은 유명 스팟 옆에 차로 10분 거리에 사는 것 등 여러 가지를 열거 할 수 있겠지만 나는 단연코 '한국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서'라고 말하고 싶다.
직업 특성상 관심이 없는 분야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모든 분야가 사실상 정치의 하부구조나 마찬가지인 탓에 정치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 뉴스들을 읽고 뉴스에 매몰되서 살다가 보면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게 느껴진다.
그런데 미국에 오고 난 후 일부러 한국 뉴스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가 좀 줄어드는 게 느껴졌다. 한국에서는 내가 분명 특정 이슈와 관련이 없는 데도 특정 이슈를 알아야 되고 그에 대한 찬성과 반대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하고... 그러다보니 스트레스가 생기는 게 느껴졌다. 미국에 오기 전 가끔 고향에 가면 친구들이 너는 "00 이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너는 진보야 보수야?"라고 묻기도 했다. 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서 나에 대한 이미지를 좀 더 호감으로 또는 비호감으로 보려는 질문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트럼프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되느냐, 해리스가 대통령이 되느냐로 주판알 튀기기에 여념이 없지만 정작 미국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별 관심이 없는 듯 조용하다. 몇 년 후면 나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때되면 다시 한국의 온갖 문제를 등에 짊어지며 스트레스를 받기 보다는 그저 생산적인 것에, 자기 발전적인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