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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박 Oct 28. 2018

트럼프가 갈라 놓은 대륙, 아메리카

대재앙은 시작됐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통합자가 될 수 없다. 그는 개인적인 책임을 어떻게 져야 하는지 모르며, 항상 비난할 대상을 찾는다.  사람들을 자극하면 어떻게 되느냐. 불안정한 누군가는 미친짓을 한다. 그것이 우리가 보고 있는 것"(미 공화당 소속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

"몇 번이고 계속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물리적인 폭력을 눈감아줬고, 말과 행동으로 미국인을 분열시켰다.  화합을 호소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공허한 울림'"(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


지난해 1월 취임 후 전 세계를 향해 싸움을 걸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한 공화당-민주당 유력 주자들의 비판이다. 그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내걸로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끊임없는 백인우월주의(인종주의)와 여성 혐오, 분열주의, 극우주의 등을 드러내며 사람들을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는 미 대륙 내부를 분열시켜 서로 총질을 하게 만드는 단초가 된 것.


27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유대교회당(시너고그)에서 극우 성향의 40대 백인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현장에서 11명이 숨지고 경찰 4명을 포함해 6명이 부상당했다. 이 사건은 곧장 미국 역사상 최악의 반(反) 유대인 범죄로 기록됐다. 이 남성은 자신의 극우 소셜미디어에 "유대인의 사탄의 자식들"이라고 글을 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총기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미국에서도 종교시설을 직접 공격하는 드물었지만, 최근들어 빈도가 급격히 올라가고 있다. 미국의 최대 유대인단체인 ADL은 미국 내 반유대주의 범죄가 2016년 1,267건에서 지난해 1,986건으로 57%나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4일에도 한 백인 남성이 흑인 교회를 범행 타깃으로 삼았다가 실패하자 인근 슈퍼마켓에 들어가 흑인 2명을 총격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CNN 연계 지역방송 WDRB에 따르면 용의자 그레고리 부시(51)는 12살 손자와 함께 학교 숙제 준비물을 사러 온 69세 남성을 쐈으며 도주하면서 주차장에 있던 67세 여성을 쐈다. 숨진 피해자 2명은 모두 흑인이었다.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부시는 전처에게 인종 차별적인 'N워드'를 반복적으로 썼으며 가정폭력을 포함한 전과가 다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반트럼프 인사 13명을 겨냥한 연쇄 ‘폭발물 소포’ 배달사건도 비슷한 케이스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제프 세션스 미 법무장관은 전날 법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시저 세이약(56, 아래 사진 참조)을 마이애미에서 체포·구금했다고 발표했다. 세션스 장관은 “용의자는 플로리다주 남부 플랜테이션에서 체포됐고 공화당원”이라고 밝혔다. 현지 언론들은 세이약이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 지난 1991년 이후 절도와 마약, 사기, 폭발물 불법소지 등 다수의 범죄전력이 있다고 전했다. CNN은 “세이약이 정신질환으로 부모로부터 쫓겨나 밴에서 생활해왔다”고 전했으며 AP통신은 “세이약은 온라인상에서 극우적 음모 이론을 추종하며 인종주의, 동성애 혐오 등을 주장한 사람”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자신을 성공한 기업가로 묘사하고 있지만, 자신이 끌고 있는 벤 외부에 민주당을 폄하하는 사진과 글귀를 붙이고 다니는 사람이었으며, 프로레슬러가 되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스트리퍼로도 활동했다고 외신은 전한다.


일주일새 벌어진 극악무도한 사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용의자가 중년 백인이고 정신병력이 있으며, 각종 범죄에 연루된 전력이 있다는 것이다. 또 이들이 유대인, 흑인, 반트럼프 인사 등 특정 인종이나 진영을 극도로 혐오했다는 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이 '남 탓'을 하는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저 인종들 때문에 저 사람들 때문에 내가 이 모양 이꼴로 살고 있다는 것. 내가 이렇게 하찮게 사는 게 바로 저 사람들 때문이라고 증오심을 불태우며 반평생을 살아온 백인 중년이라는 점이다.


이는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가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사람들을 자극하면 불안정한 사람들은 미친 짓을 한다"는 것.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연설을 통해, 기자회견을 통해 끊임없이 천사와 악마, 흑과 백, 미국과 다른 나라를 구별짓는 언사를 날린다. 미국이 더 성장할 수 있는데 더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저 나라, 저 인물, 저 종교(대놓고는 말 안하지만) 저 언론 때문이라고 덧씌우는 것이다.

그의 정신세계 및 언사에 대한 비판은 밴디 리라는 한국계 정신과의사가 다른 의사들과 묶어낸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라는 책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이 책은 트럼프 대통령이 소시오패시, 여성혐오, 인종주의, 병적인 나르시시즘(자기애성 인격), 경조증, 편집증적 특성이 있다고 규정한다. 소시오패스처럼 인간의 핵심적인 특징인 공감 능력이 없다는 것. 그가 대통령이 된 것이 전 세계에 가장 위급한 사태라는 것이다. 그 결과는 대재앙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대중에게 경고를 해야 한다는 것.

실제로 그의 자서전을 읽어보면  그가 초등학교 때 음악 선생님의 눈을 주먹으로 때렸고, 이 때문에 퇴학당할

뻔 했다는 내용이 미담처럼 나온다.

그는 2016년 대통령 선거 유세장에서 한 시위자가 끌려 나가고 있을 때 "주먹으로 저 작자 얼굴을 갈겨 버리고 싶네"라고 말했다. 지난 18일에는 자신을 취재하려던 기자를 폭행해 물의를 일으킨 공화당 하원의원 후보를 '내 사람'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그는 환호하는 대중들을 향해 "당연히 부끄러워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전 백악관 관리는 "트럼프는 모든 사람이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뱀의 소굴에 산다고 보는 세계관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대학교 의학대학원 정신과 임상교수로 있는 길리건은 "나는 트럼프가 히틀러나 무솔리니라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그가 히틀러에 비해 더 정상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선동적 수사들 사이에서 트럼프 발언의 표적이 폭발물의 표적이 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유명인사로 만든 베스트셀러 ‘거래의 기술’의 공저자인 토니 슈워처는 “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블랙홀 수준의 낮은 자존감, 사실을 완전히 무시하는 자기 정당화,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려는 충동으로 점철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며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트럼프가 살아남으려면 세상과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것은 제로섬 게임이었다. 지배하든지 굴복하든지 둘 중 하나였다. 공포를 조장하고 이용하든지, 아니면 공포에 무너지든지”라고 말했다.  


한국도 심각해지는 증오범죄


안타깝게도 미국과 비슷한 현상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조현병이 걸린 남성이 노인이나 여성 등 약자를 공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또한 정신이 이상한 사람들이 자신의 울분을 자신보다 약한 남에게 가해를 가함으로서 해소하려는 병리현상이다. 한국에서도 난민을 향한 적대적인 감정이나, 동성애자, 기자들을 향한 극단적인 댓글들이 많이 달리고 있다. 진보적인 정치성향을 가진 사람들도 비슷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나와 조금 다른 사람들을 포용하고 같은 사회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트럼프가 갈라 놓은 아메리카는 결국 전 세계 국가 모두에게 해당되며, 그 파장은 한국에서도 심각하게 일고 있다. 세계인으로 살고 싶은 사람으로서 매우 슬프다. 사실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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