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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박 Aug 08. 2019

우울증 부르는 바이오 업계

요즘 여러 제약 바이오 업체들이 사고를 많이 치고 있다. 가뜩이나 미중 무역갈등이 심각한데다 일본과의 경제전쟁마저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오 업체들이 잇달아 사고를 치면서 전체 주식 시장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나는 3월부터 제약바이오 업계를 출입하고 있다. 5개월 정도 이쪽 분야를 취재하다보니 몇 가지 패턴이 있다는 것을 체득하게 됐다. 

 

(1) 대형 사고(?)를 친다. 

(세포 성분이 변경된 치료제를 20년 동안 만들어 오다가 국내 보건당국으로부터 품목허가 취소(쉽게 말해 판매금지 처분)을 당한다거나, 해외에 1조원짜리 기술수출(신약 수출)을 했던 신약이 생각보다 약효가 덜 나와 계약이 파기된다던지. 

시판을 앞두고 있는 임상시험 3상 중에 신약의 유효성이 부족해 임상에 실패한다던지 등이다. 


-물론 임상 시험 실패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무수히 발생하는 일이다. 신약개발은 낙타가 바늘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 하지만 개별 업체들의 이같은 뉴스를 바라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사고를 쳤다고 밖에 표현하기가 힘들다. 임상 개발 과정에서 본인들은 실수 또는 당시 법제도의 미비라고 하지만, 불법과 탈법의 경계를 교묘하게 넘나든 것이 발견되기도 한다. 

(2) 주가 폭락(하한가 또는 진짜 심한 경우 거래정지)

투자자들의 엑소더스가 발생한다. 폭락 이후 단타를 위해 돈을 투입하다가 울상을 짓는 투자자들도 대거 생긴다. 


(3) 대형 사고의 원인과 결과에 대해서 수긍을 안함.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경우가 굉장히 드물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반세기 이상 제약사를 꾸려온 전통 제약사와 이제 갓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바이오벤처로 나뉜다. 대형 제약사들은 그나마 기술수출 실패 등이 발생했을 때 비교적 수긍을 하는 편이다. 이미 갖고 있는 파이프라인(신약 포트폴리오)이 많아서 다른 약에 다시 집중 투자를 하면 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체급이 다르고, 맷집이 좋다. 물론 수긍을 안하는 업체도 있다. 


하지만 바이오벤처는 좀 다르다. 정부가 3대 새로운 먹거리로 선정을 했을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는 바이오업계를 이끌고 있는 벤처들은 신약 포트폴리오가 많지 않다. 체급은 대형 제약사들이 훨씬 크지만 시가총액은 바이오벤처들이 2~3배가 넘는다. 그만큼 바이오벤처는 꿈을 먹고 사는 기업이고, 업체별로 다르겠지만 가치도 많이 부풀려져 있다. 


바이오벤처는 소위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온 박사(연구원) 몇명이 의기투합해 만드는 경우가 많다. 신약 개발을 위한 후보물질은 1~2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후보물질이 개발되면 그 가치는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이 될 수 있다. 한마디로 신약 개발의 성패가 벤처업체의 명운을 좌우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임상 실패라는 명백한 데이터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보도자료를 내며 "자신들의 신약은 아직도 유효하다. 적용 기전을 바꾸고 임상 디자인을 다시해서 신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해 내겠다"는 얘기를 계속한다. 떠난 집토끼(투자자)들을 다시 불러 모아야 주가가 상승할 수 있고 계속 임상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할 수 없는 '도덕적 해이' 

바이오 벤처는 창업할 당시 직원들에게 엄청난 양의 스톡옵션을 나눠준다. 그래야 회사에 대한 연구원들이나 일반 직원들의 충성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가가 너무 엄청날 정도로 과잉 펌핑이 돼 있을 경우 임직원들은 주식을 팔고 싶은 유혹에 휩싸인다. 주가를 언제 파느냐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자신들이 개발하는 약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쉽게 팔기 어렵다. 왜냐? 새롭게 시판될 블록버스터 신약이 전세계적으로 매출이 올라갈 경우 주가가 더욱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간에 주식을 처분하는 임직원들이 굉장히 많다. 또 엄청난 스톡옵션을 챙기고 미국 아예 국적을 옮겨버리는 경우도 많다. 이쪽 업계를 출입해 보니 미국에 생활 터전이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여기에 윤리적인 딱지를 들이대기는 어렵다) 


또 자신들이 사고를 친 것에 대한 공시와 보도자료도 저녁 6시에 문자 하나, 또는 금요일 저녁 퇴근시간, 일요일에 알리는 경우가 많다. 몇 년 전에는 명절 연휴 전 저녁에 공시를 하는 업체도 있었다. 

물론 모든 제약바이오업체가 이런 것은 아니다. 아직 걸음마에 불과한 제약바이오업계에 몇 단계 도약하기 위한 성장통일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바이오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투자자들로부터도 신뢰를 얻어야 한다. 신약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수천억원에서 1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한 만큼 주식 투자자건 회사채 투자자건 누구에게든 신뢰를 얻어야 연구개발 비용을 댈 수 있다. 매출이 수십억원씩 마이너스인 회사가 수십억원에 이르는 스톡옵션 파티를 벌인다면, 납득할 수 있는 투자자들은 없을 것이다.

 

투자자들 역시 빚을 내서하거나 소위 몰빵을 하는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 포트폴리오를 업종별, 종목별 다변화 하는 게 필수적이다. 


수십개의 업체를 한꺼번에 출입하는 탓에 이들 친 사고(?)에 일일이 대응을 하다가 보니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제약 바이오 업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주력산업이 흔들리고 있고, 수출과 내수 모두 쪼그라들고 있는 상황에서 유일한 구원투수가 될 것으로 주목을 받았던 바이오 업계가 각종 사건사고와 이벤트로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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