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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박 Aug 09. 2019

제로섬 게임에 올인하는 K바이오

셀트리온 주식 투자 게시판에 가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글이 올라와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회계 부정을 저지른 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망하고 삼성그룹의 오너가 구속돼야 셀트리온 주식이 뜰 수 있다는 논거다. 

엄밀히 말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셀트리온과 경쟁사가 아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와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이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제약회사들의 신약을 위탁생산(CMO) 해주는 공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전경 

오히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경쟁사라면 경쟁사라고 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셀트리온처럼 바이오시밀러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셀트리온 주주들의 타깃은 오직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이들의 글을 읽어 보면 마치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로섬 게임을 벌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 생각에는 가상의 적을 상정해 놓고 총을 쏘아 대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전 세계에서 바이오시밀러를 만드는 회사가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밖에 없나? 그렇지 않다. 두 회사가 전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정작 이들 업체 사람들은 서로 사이가 그렇게 나쁘지 않다. 서로 바이오 업계의 파이를 키워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 업체가 타깃으로 한 시장이 국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의 주요 고객은 글로벌 제약사이고, 글로벌 환자들이다. 


바이오업계가 서로를 겨냥해 총질을 겨누고 있는 또 다른 사례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벌이는 '보톡스 전쟁'이다. 

사인 대 사인이 법적으로 해결하면 될 문제를 언론이라는 플랫폼을 활용해 끊임 없이 여론전을 펼친다. 한 업체가 바깥 다리를 걸면 다른 업체는 되치기로 맞받는다. 

끊임 없이 계속되는 여론전에 언론은 물론 대중들도 지쳐간다. 국내에 보툴리눔 톡신을 파는 회사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만 있는 게 아니다. 

더구나 이들 회사가 궁극적으로 타깃으로 하고 있는 시장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이다. 서로간의 총질로 누더기가 될대로 된 상태에서 빛바랜 승리를 해봤자 남는 것은 없다. 

투자자와 대중들로부터 바이오 업계에 대한 불신의 눈초리만 더욱 강해질 뿐이다. 


국내 제약바이오가 최근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초라한 수준이다. 


한해 국내 제약바이오의 생산실적이 20조원에 불과하다. 애브비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인 '휴미라'의 한해 매출인 22조원에도 못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을 향해 

한 단계씩 도약을 해나가도 모자랄 판에 서로 총질을 하는 것은 다 같이 죽자는 말과 다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제약바이오 업계는 주식에 매우 민감하다. 연구개발(R&D)을 할 수 있는 비용을 주식을 발행해 마련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식은 한 섹터로 움직인다. 한개 업체에 악재가 발생하면 전체 섹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삼성바이오 주가가 폭락한다고 셀트리온 주가가 상승하는 게 아니란 얘기다. 주가의 상승은 오로지 개별 업체의 실적이 말해주는 것이다. 다른 업체가 똥볼을 차느냐가 아니라. 


물론 개별업체가 법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이는 법적으로 응당한 처벌을 받으면 될 일이다. 너도 나도 글로벌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되는 걸을 꿈꾼다면서 제 살 깎아먹기에 올인 중인 K바이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출입기자로서 매우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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