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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박 Jul 08. 2019

TMI로 특종 경쟁 벌이는 언론

나는 기사를 보는 게 직업인 사람이다. 많이 쓰는 것뿐 아니라, 많이 읽어야 한다.

특히 출퇴근 시간에 기사를 읽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그런데 요즘엔 네이버를 보는 게 두려워졌다.

기사의 상당수가 제주도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용의자 고유정에 관한 신변잡기적인 특종이기 때문이다. 네이버에서 '단독'이란 키워드와 '고유정'을 치면 신변잡기적인 특종 경쟁에 매몰된 언론을 목도하게 된다. 물론 엽기적인 살해행각이 벌어진 이후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면,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사건을 되짚어보는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고 새로운 방향과 시각을 제기하는 것도 분명히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그 경계를 이미 넘어선 것 같다. 얼굴과 이름이 공개된 30대 애엄마의 엽기적인 살해행각에 대해 언론은 칼춤을 추고 있다. 그의 일상 사진을 입수해 보도하고 문자와 평상시 대화 방식 등을 공개하는 것이 대단한 특종인 것처럼 보도한다. 살해 방식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이 세세한 살해 방식을 알 필요는 없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제목과 엽기적인 살해 내역 등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임은 분명하다. 특히 잠재 범죄자들에게 새로운 범죄의 스킬을 알려주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외에도 매일 새로운 사건은 발생한다. 최근에도 서울 잠원동에서 건물이 붕괴해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하나가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일도 아니다. 독자들은 매일 같이 쏟아지는 신변잡기식 기사 경쟁에 '당신들은 이 것을 꼭 알아야해'라고 강요받는 느낌은 받는다. 이 천인공로할 사건에 대해 보기 싫어도 매번 자극적인 제목이 포털을 도배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다. 언론이 주목해야 할 것은 친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정신건강이 아닐까.

  

또 다른 TMI 사례는 바로 연예인 매니저들의 퇴사 기사이다. 매니저를 소재로 한 방송이 주목을 받으면서 소위 스타 매니저가 탄생한 결과다. 그런데, 대중들이 매니저의 퇴사를 알아야 하나? 세상에 알아야하고 공부해야 할 게 얼마나 많은데, 그런 기사 제목까지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나. 이 영역에는 최근 BJ들까지 가세했다. 'BJ김씨 BJ박씨와 사귀어' 'BJ00, 000상대 2차 폭로'. 대중이 왜 사인간에 발생한 일에 대해서 알아야 하나. 대한민국에 5,000만명이 사는데 모든 사안을 다 알아야 하나. 사인간의 법적 문제가 있으면 경찰이나 검찰에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대중들의 언론에 대한 시선이 안 좋지만, 언론은 분명 감시견(Watch dog) 역할을 부여 받았다. 이는 누구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언론이 클릭수를 높이기 위해서 TMI를 남발하게 되면 저널리즘이 아니라, 너절리즘의 영역에 빠져 들게 된다. 언론이 자정역할이 아니라, 되레 혐오를 조장하고 관음증적인 모습만 부각하며 대중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제목과 기사, 사진 등을 쏟아낸다면 그것은 언론이 아니라 배설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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