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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박 Aug 27. 2019

미국, 그 피할 수 없는 욕망의 집합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미국에서 유학 후 한영외고에 입학하고 명문 대학과 대학원에 들어간 것이 며칠째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하루에도 수천개의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언론사마다 하루에 수십개의 기사를 쏟아낸다.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조국 후보자가 빨아들이고 있다. 일부 대학 학생들은 조국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바라는 촛불시위를 하고 있다. 교수시절 계층 사다리의 모순점을 지적하며, 공정을 부르짖었던 조국 후보자가 거꾸로 그들만의 스카이캐슬에서 살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일반 서민들에게 자괴감을 선사하고 있는 만큼 후보자의 자격이 없다는 게 주장의 요지다.


나는 이번 사태를 바라보면서 우리의 욕망이 집약된 나라, 미국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됐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미국에서 생활하는 이상향을 꿈꾼다. 돈만 있으면 미국에서 살고 싶다고들 얘기를 많이한다. 미국에서 유학시절을 보낸 사람들도 여건만 된다면 다시 미국에 돌아가 지내고 싶어 한다. 미세먼지가 없는 끝내주는 공기, 언제나 한국의 가을과 같은 청량한 하늘, 모르는 사이임에도 헬로우를 외치며 미소짓는 쿨한 사람들..먹고 살 수 있는 수단만 갖춰진다면 언제든지 미국에서 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이는 사회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다. 정부부처를 돌아보자. 각 정부부처마다 과장급이나 국장급으로 해외에 파견을 보낸다. 예를 들어 기획재정부에서 파견을 가는 사람은 재경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파견을 가는 공무원은 상무관, 이런 식이다. 가장 인기가 있는 지역은 미국이다. 특히 뉴욕과 워싱턴에 가는 사람은 초엘리트로 분류된다. 국장에서 다시 정부부처로 돌아온 후 나중에 최소 1급이나 차관 정도는 할 수 있다는 걸 나타내는 증표다. 다른 국가는 크게 인기가 없다. 자녀들을 국제학교로 보낼 수는 있지만, 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미국에 있으면 저렴한 학비에다 여행도 많이 다닐 수 있고 자녀들에게 영어도 자연스레 가르칠 수 있으니, 미국을 최고로 선호한다. 영어라는 건 부모가 자녀에게 꼭 물려주고 싶은 유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부처 내에 중국통은 별로 존재하지 않는다.

제약바이오업계를 출입하다보니 소위 업계에서 잘 나가는 사람들은 미국에서 석박사를 하고 돌아온 사람들이다. 다국적 제약사나 미국 보건당국인 식품의약국(FDA)에서 근무를 한 사람은 업계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는다. 최근에 이공계 석박사를 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영주권을 따는 사람들도 많이 늘고 있다.

최근에 만난 한 업체 대표는 가족들은 모두 미국에 있고 혼자 한국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다. 자녀들이 미국에서 태어났고 말 그대로 미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에 돌아올 별다른 이유가 없는 것이다.


TV를 켜면 나오는 연예인들의 자녀들도 상당수가 미국에 유학을 떠나 있다. 거의 '디폴트값'에 가깝다. 자신은 기러기 아빠로 초라하게 살면서 카바레나 나이트에서 손님에게 과일을 맞아가면서 어렵게 돈을 벌어 유학을 보냈다는 사실을 밝히며 눈물을 훔치는 연예인들을 토크쇼에서 많이 봤을 것이다. '내가 개같이 돈을 벌어 너를 수발한 만큼 너는 미국에서 공부해서 정승이 되거라'하는 심리가 담겨 있을 것이다.


어느 분야나 그렇듯이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각 언론사는 보통 뉴욕이나 워싱턴 특파원, 베이징 특파원을 두고 있다. 이외 언론사의 사이즈에 따라 도쿄 특파원이나 파리 특파원을 두는 경우도 있다.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역시 뉴욕이나 워싱턴 특파원이다. 이유는 위에 했던 것과 동일하다. 오직 자녀다. 언어란 '노출도 곱하기(X) 시간'이다. 국내에서 1년에 수백만원을 들여도 정복하기 힘든 영어를 3년이란 시간 동안 자녀에게 선사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인기가 많지만 아무나 갈 수도 없다. 회사에서 소위 회사에서 전략적으로 미는 선수가 간다.  

베이징 특파원은 식품 위생에 대한 불안함, 미세먼지 등의 문제를 항상 안고 지내야 하기 때문에 인기가 높지 않다.(중국어가 어려운 것도 한몫할 것이다. 물론 영어도 어렵다. ㅜㅜ)

각종 연수도 마찬가지다. 기자들이 1년짜리 연수로 선호하는 지역은 무조건 미국이다. 1년 동안이라도 자녀에게 영어를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향후 인생을 사는데 엄청난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자 스스로도 영어를 익히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하기에 미국만큼 좋은 나라는 없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그렇다. (나는 연수를 다녀오지 않았다.)

미국이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그저 이상향? HEAVEN? 피난처? 나는 우리 욕망의 최후의 보루라고 표현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서 살고 싶어하고 자녀들이 미국에서 잘 성장해 영어도 잘하고 뿌리를 내리길 원한다. 그래서 대중들이 그 모든 걸 다 가진 고위 공직자의 자녀 문제 민감하게 반응하고, 한국계 미국인인 연예인이 한국에서 활동하면 미운털이 박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유학을 다녀온 연예인의 자녀가 부모가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방송가를 오가는 것을 보면서 부아가 치미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


우리의 자본과 시간이 욕망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을 향하는 노력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헬조선을 외치는 사람들이 세대를 막론하고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되레 미국을 마음의 이상향으로 삼는 '마인드-보헤미안'들은 더욱 더 많아질 것 같다. 매일 총기 사고로 30명의 사람이 사망하고, 약물중독으로 인한 한해 사망자가 7만명에 달하고,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빚고 있으며, 백인 우월주의가 갈수록 심해진다는 사실은 차치하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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