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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박 Aug 28. 2019

코오롱티슈진과 신라젠 출입기자가 보는 바이오업계  

2017~2018년 직장인들의 재테크 테마는 크게 4가지였다. 비트코인, 신라젠, 코오롱티슈진 그리고 아파트. 비트코인으로 주변에 떼돈을 벌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왔고, 마이너스통장 등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갭투자에 나서 소위 대박을 쳤다는 지인들의 사례도 넘쳐났다.

바이오주의 상징과도 같았던 신라젠, 티슈진도 그랬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들 종목을 매입하거나 단타에 들어가서 대박을 친 인증샷이 넘쳐났다. 연일 갓라젠과 갓슈진을 외치며 가즈아~를 부르짖던 사람들도 많았고 이들 종목을 통해 대박을 치고 사표를 냈다는 사람들의 얘기도 인터넷을 장식했다.

그랬다. 저금리에 유동성은 넘쳐났고, 갈 곳을 모르고 떠돌던 돈은 이들 4가지 재테크 테마에 쏠렸고 신화(?)를 만들어 냈다.

그 신화가 저물고 있다. 특히 바이오주의 상징이었던 신라젠과 티슈진이 그렇다. 비트코인과 주택은 나중에 다뤄보도록 하자. 이번 주 월요일 한국거래소는 코오롱티슈진에 대한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물론 최종 상장폐지 판정 때까지 2년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기는 하다. 오늘 서울남부지검은 신라젠 서울 여의도본부와 부산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두 회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인보사, 펙사벡이라는 하나의 신약에 올인을 했다는 점이다. 티슈진은 오직 인보사의 미국 판매와 임상을 위해 미국 현지에 만들어진 회사다. 신라젠도 펙사벡외에는 이렇다 할 파이프라인이 존재하지 않았다. 면역항암제는 이미 펙사벡 외에도 이미 상용화된 옵디보나 키투르다 등 여러 블록버스터들이 이미 존재한다.


또 다른 공통점은 내부 관계자들의 '모럴 헤저드'다. 티슈진의 경우 인보사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이관희 전 코오롱티슈진 대표(전 인하의대 정형외과 교수)가 인보사 국내 허가(2017년)를 앞두고 코오롱생명과학 지분을 모두 팔아 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는 코오롱생명과학 주가가 12만원대로 허가 직전 최고치에 달했을 때다.


문은상 신라젠 대표와 그 인척들 역시 2017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2,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현금화했고, 지난 7월 한 임원은 무용성평가 결과 발표를 한달여 앞두고 90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매각했다. 오늘 남부지검의 압수수색도 이 임원이 임상 결과를 미리 알고 주식을 매도한 것인가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진행된 것이다. 아무리 인생사가 'struggle of the fittest' 라지만 신약의 가치를 믿는 개미들이 주가의 대부분을 떠받치고 있는 상황에서 대주주나 개발자가 초기나 중간에 주식을 팔아버린다? 도덕적인 책임을 면하기는 힘들 것이다. 만일 위법 행위가 있을 경우 법적 책임도 물어야 한다.


두 회사의 다른 점은 인보사는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거쳐 국내에서 상용화가 된 국내 29호 신약이었다는 것이고, 펙사벡은 글로벌 임상 3상에 실패한 약물이라는 점이다. 물론 인보사는 2액이 당초 허가 받았을 때와 다른 신장세포였다는 점이 드러나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 취소처분을 받았다.


제약바이오업계를 출입한지 이제 6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한가지 느낀 점은 제약업체들은 굉장히 보수적이지만, 대신 덩치가 큰 만큼 파이프라인(신약 개발 리스트)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하나의 신약 개발이 실패하면 또 다른 약에 베팅을 하면 된다. (대신 제약업체들의 주식은 매우 무겁다. 호재에는 주가가 더디게 반응하지만, 악재에는 득달같이 하락한다.)

하지만 바이오벤처들은 파이프라인이 A 후보물질 하나뿐이다. 주가가 거의 비트코인처럼 변화무쌍하게 움직인다. 2017~2018년 신라젠과 티슈진 주가가 그랬다. 하지만 A를 통한 신약 개발을 실패하면 그대로 파산길이다. 그 약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은 멘탈붕괴가 올 수밖에 없다.

물론 나는 바이오에 뛰어든 모든 벤처업체가 사기꾼이라는 세간의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 소위 중후장대 산업으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를 먹여 살렸던 주력 산업들의 생태계가 모두 무너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오가 우리나라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고령화 시대가 가속화 되면 될수록 건강하게 자신의 삶을 영위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위해 제약바이오업체는 끊임없이 연구를 하고 신약과 치료 기전을 개발해 나갈 것이다. 이것이 모두 바이오 업계를 지탱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정부도 지난 5월 바이오헬스산업을 3대 중점 산업으로 키우겠다고 선포하기도 했다. 올해 하반기에도 임상 결과를 발표하는 바이오벤처들이 있고, 투자자들은 임상 결과로 인해 주가가 욱일승천하길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자신이 투자한 업체가 만든 신약에 대한 효용성을 믿고 주가가 상승하길 바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는 필요하다고 믿는다. 단기간에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주식과 안전하게 장기간 일정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종목을 적절하게 분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이오벤처들도 자성할 필요가 있다. 바이오 업계 붐을 타고 소위 '바이오'라는 타이틀만 붙여서 주가를 띄우고 EXIT 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그것이 신약의 가치를 믿고 투자해준 투자자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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