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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박 Feb 09. 202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취재하며

2010년 한 인터넷 언론사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기자밥을 먹은지 딱 10년이 됐다.
부동산부 3년과 경제부 3년, 국제부 2년의 기간을 보냈고 무수히 많은 기사를 써왔을테지만 지금이 내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인 것 같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설 연휴 마지막날부터 계속 출근을 하고, 평상시보다 더 일찍 일어나고 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내가 힘든 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미증유의 사태속에서 언론인으로서 기자로서 어떤 스탠스를 잡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것.  
현장에서 직접 확진환자들을 치료하는 의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아직 국내에서 중증을 겪고 계신분들은 없다고 한다. 전파력만 강하지 사스나 메르스보다 훨씬
치사율이 약하다는 것이다. 나중에 감기나 신종 플루와 같이 그저 한번 유행을 타고 왔다가는 독한 감기처럼 변할 것이라고 얘기하는 분들도 계시다. 그렇다고 언론에서
'이거 별거 아니예요. 걱정하지마세요.'라고 쓸 수도 없다.
어떤 전문가들은 중국인에 대해 아예 입국금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계시다.(일부 언론을 제외하고는 이쪽을 주장하는 언론이 많은 것 같다.)
일단 오염원을 차단해야 국내에서 추가로 유입되는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의견도 외교와 경제 정치적인 문제만 없다고 가정하면 100% 찬성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단 입국금지시 그 문제(외교, 경제, 정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딜레마다.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양측의 의견은 모두 타당하다. 이같은 주장을 하시는 분들은 보통 분들이 아니다. 모두 국내 최고의 감염학과 전문가들이다.


그렇다면 기자들은 이같은 상황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까.
일부 전문가들은 언론이 너무 공포감을 자극한다고 비판을 한다. 브리핑 룸에 모여 타사 기자들과도도 얘기를 한다. '우리가 너무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 아니냐'고.
한쪽에서는 정부가 미국이나 일본, 필리핀 등과 같이 중국인에 대한 원천적인 입국금지를 하지 않는다며 비판을 한다.
일부 친여성향의 독자들은 기자들이 공포를 조장한다며 기레기라고 욕하고, 야당성향의 독자들은 정부가 중국의 눈치를 과도하게 본다고 지적한다. 확진환자에 대한 비판도 도를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은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 것일까.
정부에게 24시간 동안 잠을 자지 말고 일을 하라고 몰아세워야 하는 것일까. 그러다 어느 한분이 쓰러지면 또 보건인력, 방역 전문가에게 휴식 안준 정부라는 비판 기사가
쏟아질 것이다.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파괴력을 절대로 무시하면 안 된다는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이 걸리거나 병원 내
전파가 일어나서 2015년 38명의 고귀한 생명을 잃은 메르스 때와 같은 악몽이 다시 재연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현재 언론의 스탠스는 미증유의 상황속에서 정부가 최대한 방역을 열심히 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채찍질을 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잘하는 것은 잘하고 못하는 것은 못한다고 해야 맞는 것인데, 현 상황이 그럴만한 여유를 부릴 수 없는 비상시국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1년 내내 꿈조차 꾸지 않는 내가 일주일에도 여러번 꿈을 꾸고 있다. 꿈에서 데스크들이 나온다. 그만큼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것 같다.
독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비상시국에서 기자들도 나름대로의 고민이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기자들도 최대한 균형점을 찾으려고 고민하며
기사를 작성한다는 것을. 현장에서 방역을 하시는 전국의 모든 공무원분들, 의료 현장에서 환자를 치료하시는 전국의 모든 의료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항상 기사를 쓰면서 '나는 앉아서 일하는데 겨울에 방역을 하시는 분들, 생명을 걸고 역학조사를 하시는 분들은 얼마나 힘드실까'라는 생각을 하며 죄책감을 가지며 기사를 쓰는
사람도 있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그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생업에 치명타를 받으신 모든 분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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