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부를 잘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한가지에 집중을 못하는 성격이었다. 초등학교 때 아이들을 웃기는 것을 매우 좋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공부는 잘하고 싶었다. 부모님은 춘천에서 먹고 살기 위해서는 춘천 내 비평준화 1등 학교인 춘천고등학교를 반드시 가야 한다고 나에게 강조하셨다. 교과서와 공책에는 '나는 반드시 춘고에 갈 것이다'라는 글로 도배가 됐다. 하지만 나는 춘천고등학교를 가기에는 모의고사 점수가 4~5점 정도 부족했다. 항상 그랬지만 수학 점수가 발목을 잡았다. 나는 수학을 하는 뇌가 0도 없다.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나는 공부는 잘하고 싶어했다. 특히 장승수의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7막7장, 김어진, 고승덕 변호사의 책 등 지금까지 살면서 공부 법에 관련된 책만 20~30권은 넘게 본 것 같다. 그 책만 반복해서 읽으면 마치 저절로 공부가 잘될 것이라는 환상 속에 살았다. 지금 생각하면 주술을 걸었던 것이다. 그 책들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으면서 형광펜으로 줄을치고, '이렇게 공부하면 되겠구나'..하면서 뿌듯함만을 느낀채 교과서를 덮었다.
그렇다. 그걸 읽을 시간에 공부를 했어야 하는데 말이다.
고시하면 떠오르는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역시 고승덕 변호사다. 최연소로 고시 3개를 돌파한 괴물이다. 당시 밥먹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밥을 채로 썰어서 먹었다는 일화는 너무도 유명하다.
세종시에서 공무원들을 만나면서 가끔 명함에 '변호사'라고 써져 있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변호사 특채로 들어온 사람도 있지만, 사법고시와 행정고시를 모두 합격해서 들어온 괴물도 있다. 살면서 서울대를 입학한 사람을 본적이 거의 없는데, 세종시에서 기획재정부에 출입하니 거의 대부분 서울대였다. 크게 공부를 잘하지 못했던 내가 13살에서 14살 이상 어리며 조카뻘 나이었던 내가 그들과 국가 경제에 대해서 논하고 고담준론을 논했던 것이 굉장히 영광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겪어 보면 그들도 똑같이 사람 냄새가 난다. 물론 person by person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