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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담파르크 Oct 14. 2017

주원장, 자수성가의 끝판왕(중)

[고아거렁뱅이도적.. 그리고 황제안 해본 게 없다]

 주원장은 1328년, 안휘성의 찢어지게 가난했던 농가에서 태어납니다. 어찌나 가난했던지, 주원장의 부모는 아이가 태어나자 먹을 입이 늘었다며 걱정만 합니다. 하루에 한 끼도 챙겨먹기 힘든 지경이었습니다. 주원장이 17살이 되던 해, 중국에 전염병이 창궐합니다. 가난하던 그의 가족이 위생을 신경이나 썼을까요? 전염병은 주원장의 가족을 덮칩니다. 부모님과 형들이 연이어 다 죽음에 이릅니다. 가난만으로도 힘든데, 혈육까지 모두 잃어 고아가 된 것이죠. 심지어 가족을 묻어줄 땅조차 없었습니다. 남의 땅을 겨우 빌어, 장사를 지내줍니다. 사춘기 소년에겐 이겨내기 힘든 시련이었습니다.      


 지금은 고아원이라고 있지만, 당시에 가난한 고아는 그저 혼자 생존해야만 했습니다. 17살 주원장은 어쩔 수 없이 집 근처에 있던 절에 들어갑니다. 스님이 된 것이죠. 적어도 밥은 안 굶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주원장은 머리회전이 좋고, 영특했습니다. 스님에게 글도 배우고, 틈틈이 고전도 읽었으며 시간을 보냅니다. 다사다난했던 주원장의 인생에 평안이 찾아오는가 싶죠? 아니었습니다. 주원장이 가는 곳마다 가난 바이러스, 불운 바이러스가 퍼지는지, 절도 이내 사정이 안 좋아집니다. 밥을 축내던 신참내기 주원장은 쫓겨나다시피 나옵니다. 머리도 밀었겠다, 하는 수 없이 탁발승이 됩니다. 탁발승은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동냥하는 스님을 말합니다. 말이 탁발승이지, 주원장은 밥을 빌어먹는 거지였습니다.     




 그러다 하늘이 도와 일자리 제안을 받습니다. 홍건적 친구가 편지를 보냅니다. 자신이 소속된 곽자흥 군단의 말단 병사자리가 났으니 이쪽으로 취직하라고 말이죠. 거지보단 군인이 훨씬 낫죠. 구걸로 연명하던 주원장은 신이 나 친구에게로 달려갑니다. 말단 군인이 된 주원장은 치열하게 싸웁니다. 가난과 구걸로 인생 막장을 다 봤는데, 잃을 게 없었습니다. 


 그런 주원장을 곽자흥이 주시합니다. 싸움도 열심히 하고, 절에서 배워 글까지 알아 믿고 쓸 인재라고 판단한 것이죠. 일자무식 농민들이 모인 도적들 사이에서 가장 난 놈이었던 것이죠. 주원장은 금세 곽자흥의 총애를 받습니다. 군단의 참모를 거쳐, 2인자까지 올라섭니다. 곽자흥은 주원장을 어찌나 믿었던지, 자신의 양녀와 결혼시켜 사위로 삼아버립니다.      


 때마침 곽자흥이 병으로 죽습니다. 2인자이자 사위였던 주원장이 그대로 군단을 흡수해 우두머리가 됩니다. 거지에서 일개 군단을 맡은 실력자가 됩니다. 그는 세력을 확장해, 강남지방의 거점도시였던 남경을 차지합니다. 하나의 군벌세력으로 자리매김합니다. 


그는 온 중국을 손에 넣겠다는 야망이 있었습니다.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갑니다. 자기계발에도 힘써 학자들을 초청해 통치술과 고전을 배웁니다.      



 하지만 넘어야할 산들이 많았습니다. 몽골족의 원나라가 아직 건재했고, 곳곳엔 반란군에서 성장한 군벌들이 많았습니다. 주원장을 비롯해 장사성, 진우량, 방국진 등의 세력이 곳곳에 있었습니다. 이들과 한 판 붙어, 모두 제거해야만 중원 대륙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주원장은 패권을 쥐기 위해, 정치적으로 놀라운 결정을 합니다. 농민들이 미워하는 지주들과 손을 잡은 것입니다. 

 주원장의 성장 기반은 백련도였습니다. 그가 흡수한 곽자흥 군단은 백련교도들로 이루어진 홍건적이었죠. 백련교도들은 원나라에 반대하고, 지주 계급에 반대하여 반란을 일으켜 농민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주원장은 지주 세력과 결탁을 합니다. 지주들의 경제력과 지역 기반을 확보하려 한 것이죠. 기존 백련교도들이 주원장을 욕하고, 헐뜯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수하들을 잘 장악하고 있었기에 큰 이탈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배신자라는 오명을 얻었지만, 주원장의 힘은 강대해집니다. 기득권을 지키려던 지주들은 물심양면 주원장에게 협조합니다. 이런 힘을 바탕으로 나머지 군벌들을 궤멸하는데 성공합니다.      


 도의적 논란이 있지만, 주원장은 1368년에 남경에 도읍해 명나라를 건국합니다. 그리고 연호를 홍무(洪武)로 정합니다. 한 황제가 하나의 연호만을 사용하는 원칙도 정합니다. 그래서 주원장이 만든 연호를 따, 그를 홍무제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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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podbbang.com/ch/14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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