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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담파르크 Oct 13. 2017

주원장, 자수성가의 끝판왕(상)

 중국 역사에 자수성가의 대표적인 아이콘이 있습니다. 그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평범하게 가난한 집안이 아니었습니다. 똥구멍이 찢어질 정도였습니다. 그는 하루에 한 끼도 먹기 힘들었죠. 뿐만 아닙니다. 십대 땐 역병이 돌아 부모님과 형제를 잃습니다. 그 후엔 승려가 되어 구걸을 하며 전국을 떠돌다, 도적이 됩니다. 그랬던 사람이 명나라를 세워 중원 대륙을 호령하는 황제가 됩니다.     


 황제가 된 그는 어린 시절을 이렇게 회상합니다.     



“짐이 옛날에 가랑이가 찢어지게 가난했을 때, 우리 가족 가운데 목숨을 부지한 자는 먹을 것과 입을 옷이 없어서 고통을 당했고 역병에 걸려서 죽은 자는 그 시체를 급히 매장할 땅조차 구하기 어려운 형편이었지. 아,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세월이었던가.”     



 세상 모든 시련의 주인공이었던 주원장. 그는 원나라를 몰아내고 한족의 명나라를 세운 황제 ‘홍무제’가 됩니다. 밥을 빌어먹던 거렁뱅이가 궁궐의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원말명초의 혼란기주원장이 태어나다]

 몽골족은 유라시아 대륙 대부분을 점령하며 대제국을 건설합니다. 중국에는 원나라를 세워 그 위세가 대단했죠. 한족들은 숨죽여 살아야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수많은 한족들을 제대로 행정력을 발휘하진 못했습니다. 초원에서 가축을 기르며 떠돌던 유목민이었기 때문이죠. 오직 강한 군사력으로 한족의 불만을 억누른 것입니다. 한족은 몽골족의 칼날이 서슬이 시퍼럴 땐 말을 잘 듣겠지만, 무뎌지면 가만히 참고 있진 않았을 것입니다.      

 원을 세운지 채 100년도 안 되서 위기가 찾아옵니다. 황제의 아들들은 황제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다투었습니다. 몽골족의 사치가 만연해지며 호방한 기풍을 잃어갑니다. 숨죽이고 있던 한족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조금씩 터져 나옵니다.    

 

 원나라에 치하에서 한족은 큰 차별을 받았습니다. 원나라가 몽골인 제일주의를 폈기 때문이죠. 국가의 중요한 고위직은 모두 몽골족 차지였습니다. 나라의 큰 정치 사안들을 자기들끼리 모여 결정한 것이죠. 

몽골족 다음은 색목인이었습니다. 색목인은 서역 즉, 중앙아시아, 아라비아, 멀리는 유럽 출신을 말합니다. 색목인들은 주로 상업에 종사하며, 막대한 부를 쌓아 호화롭게 생활했습니다. 

마지막이 한족입니다. 한족 중에서도, 몽골에 끝까지 저항하던 강남지역의 남송 출신 사람들은 ‘남인’이라 불리며 더욱 차별받았습니다. 하등한 인종으로 취급하고, 높은 세금을 매겨 수탈했습니다. 중국이 본디 자기네 땅이었는데, 갑자기 굴러 들어온 유목민 몽골족이 주인 행세를 하며, 무시까지 하니 한족들은 얼마나 열 받았을까요.     

 몽골족은 한족 농민들을 무분별하게 수탈했습니다. 땅을 막무가내로 빼앗기도 하고, 엄청난 세금을 매기기도 했습니다. 그 와중에 돈 있고, 땅 있는 한족 지주들은 원나라에 협조했습니다. 친원파라고나 할까요. 재산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누가 황제건, 누가 고위관료건 상관이 없던 것이죠. 몽골족에 척 달라붙어, 일반 농민들을 수탈합니다.      


 몽골족과 지주의 수탈도 참기 어려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연재해와 기근까지 벌어집니다. 몽골의 힘도 약해졌겠다, 농민들은 인내심을 잃습니다. 각지에서 농민반란이 일어납니다.      


 농민반란의 중심에 백련교가 있었습니다. 백련교는 자신이 환생한 미륵이라고 주장하는 한산동이라는 사람이 교주였습니다. 한산동을 신봉하는 농민이 늘어가며 교세가 커지자 백련교도들은 군대화되었습니다. 이들은 소속감을 고취하고, 몽골에 저항한다는 의미에서 붉은색 두건을 머리에 둘렀습니다. 그래서 홍건적이라고 불렀죠.      


 이렇게 원나라 몽골족이 정신을 잃어가고, 한족 농민들이 가난과 궁핍에 시달려 반란을 일으키던 혼란의 시대에 주원장이 태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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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podbbang.com/ch/14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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