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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담파르크 Oct 13. 2017

정화, 바다를 호령한 대항해가(하)

[승승장구 정화바다를 호령하다]

 정화의 대원정은 1405년부터 1433년까지 총 7차례 이뤄집니다. 영락제 때 여섯 번, 영락제의 손자 선덕제 때 한 번 진행되죠.     


 영락제는 바다로의 대원정을 기획하고, 그 총사령관으로 정화를 발탁합니다. 충성심은 물론이거니와 9척의 장대한 기골, 군사적 능력 어느 하나 빠지지 않았죠. 더구나 동남아, 인도, 아프리카 쪽은 이슬람교를 믿는 나라가 많았습니다. 정화는 이슬람교도였습니다. 원정 지역에 대한 문화적 이해가 높았겠지요. 여러모로 총사령관감이었습니다. 주체의 마음에 쏙 들었을 겁니다.  

   

 1405년 첫 원정이 시작됩니다. 60여 척의 대형 함선과 100여 척의 소형 함선이 꾸려집니다. 2만 7천 명의 선원을 비롯해 의사, 학자, 통역관, 기생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조공책봉관계를 맺을 국가들을 위한 진귀한 선물들로 가득 실었습니다.    

 

 3차 원정까지는 인도의 캘리컷까지로 나아갑니다. 참파, 수마트라, 말라카, 실론섬을 거치며 명나라에 조공을 권유했습니다. 거대한 함선과 어마어마한 선원 수에 상당 국가들이 명나라의 국력을 실감하고 조공을 시작하죠.     


 정화의 원정이 매번 평화로웠던 것은 아닙니다. 조공을 거부하는 나라와 전투를 벌이기도 하고, 화교들 사이의 분쟁을 조정하기도 합니다. 해당 국가의 왕위 계승 분쟁에도 개입도 하죠. 총통, 대포 등 화약을 활용한 최첨단 무기를 갖추고 있었기에 정화는 승승장구합니다.     


 4차 원정 이후엔 더욱 서쪽으로 갑니다. 아라비아를 비롯해 아프리카 동안까지 진출하죠. 이 때 함대가 아프리카에서 기린을 실어와 영락제에게 함박웃음을 선사합니다. 중국에는 기린이 성스러운 동물로 태평성세에 나타난다는 전설이 있었습니다. 영락제는 기린이 왔다는 소식에, 나는 성군이 아니니 그럴 리가 없다고 발을 뺐다고 합니다. 하지만, 신하들과 민중들은 전설에서만 듣던 기린이 나타나니 많이 놀랐을 겁니다. 영락제가 정말 성군인가 싶었겠죠.        




  

[용두사미로 끝난 대원정!]

 영락제의 큰 아들 홍희제 시대가 되자 상황이 변합니다. 홍희제는 아버지완 달리 내실을 다시는 스탈이었습니다. 영락제가 남으로 북으로 대외원정을 많이 벌인 탓에 나라 살림살이가 엉망이었습니다. 지출을 줄이고자 대외사업을 축소합니다. 당연히 정화의 원정도 중지되죠. 

     

 홍희제가 1년 만에 죽고, 선덕제가 등극합니다. 그는 할아버지 영락제의 성품을 빼다 닮았습니다. 아버지 선덕제 시절 약화된 해군이 아쉬워, 다시 정화에게 기회를 줍니다. 뼈 속까지 탐험가 피가 흘렀던지, 정화는 예순이 넘은 할아버지가 됐지만 원정에 나섭니다. 고된 항해에 결국 그는 페르시아만 호르무즈에서 병을 얻어 죽습니다. 원정과 탐험에 일평생을 바치고, 죽음마저도 타지에서 맞이한 것이죠. 

    

 정화의 여러 원정 덕에 명나라는 30여 개 국가로부터 조공을 받았습니다. 명나라 백성들이 동남아에서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됩니다. 현재 동남아 여러 나라에서 경제력을 장악하고 있는 화교의 출발점을 이 때로 잡습니다.     


 하지만 정화 이후, 명나라 조정은 바다에 관심을 잃어 갑니다. 믿고 맡길 정화같이 걸출하고도 적합한 인물이 없었거니와 대원정이 돈만 많이 들고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죠. 무능한 황제가 대를 잇고, 환관들이 국정을 농락해 정치적으로 혼탁해진 탓도 있습니다.

      

 그 사이 유럽에선 여러 탐험가들이 등장해 세계 이곳저곳을 누비는 대항해시대가 도래합니다. 바다를 점령한 서구는 세계적 교역망을 구성해, 상업 혁명과 산업혁명을 이룩하며 비약적으로 발전합니다. 정화의 죽음을 기점으로, 중국과 유럽의 발전의 판도가 달라진 것이죠. 결국, 바다를 잃은 중국은 아편전쟁으로 유럽에 무릎을 꿇게 되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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