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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담파르크 Oct 20. 2017

강희제, 천년에 한 번 나올 황제(중)

[어린황제 vs 오배]

 강희제는 3대 황제 순치제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처음으로 유목민의 초원이 아닌 북경 자금성에서 출생한 황제이기도 합니다. 그 덕일까요. 유목민의 피와 자금성의 기운을 타고나 문무 모두 뛰어난 능력을 보여줍니다. 한자로 된 책을 술술 읽고, 유목민의 필수 무기인 활도 능수능란하게 사용했다고 합니다.     

 

 강희제의 어머니는 후궁이었지만, 개국공신의 딸이었습니다. 신분이 높아 황후에 버금가는 대접을 받았습니다. 아들 강희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더구나 황후에겐 아들이 없었습니다. 자연스레 다음 황제 자리는 강희제에게 넘어 갑니다.     


 강희제가 8살 되던 해, 아버지 순치제가 천연두에 걸려 급작스레 붕어합니다. 지금으로 치면 초등학생 정도였던 강희제가 황제 자리에 오릅니다. 아무리 영특하다고 한들, 8살이 국가를 다스리긴 무리였습니다. 네 명의 대신들이 국정을 도맡습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 군사를 책임졌던 대신 오배가 딴 맘을 먹습니다. 나라의 군사력이 모두 자신의 손아귀에 있겠다, 황제는 아직 어리겠다 오배는 무서울 게 없었습니다. 일반 백성의 땅을 마음대로 빼앗아 재산을 엄청나게 증식시키고, 정치적 결정도 자신의 입맛대로 합니다.           


 그런 오배를 보며 강희제는 속이 부글부글 끓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까닥하다간 목숨도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강희제는 일부러 정치엔 관심이 없는 척, 유흥에 빠져 지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오배 제거 작업에 나섰습니다. 다른 대신의 딸과 결혼해 자기편을 확보합니다.



 14살이 되어 전통에 따라 친정을 시작하지만, 오배가 건재한 상황에선 무의미했습니다. 오배는 강희제를 대놓고 무시했습니다. 강희제와 의견이 충돌하자, 다른 대신을 죽이겠다고 강희제를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또 한번은 오배가 병에 들어 강희제가 문병을 간 적이 있었는데, 이 때 오배의 품에선 단검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강희제와 단 둘이 있을 기회가 있으면, 여차해 강희제를 죽일 심산이었던 것이죠.     


 이제 강희제와 오배는 서로 누구를 먼저 처리하느냐의 싸움이었습니다. 기회를 서로 호시탐탐 노렸습니다. 어린 강희제는 대단했습니다. 결국 오배라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노쇠한 대신을 제거하는데 성공합니다. 몰래 소규모 친위대를 육성해, 오배가 자신을 알현 온 날 기습적으로 체포합니다. 전광석화 같이 오배의 군권을 빼앗고, 그의 기반을 무력화시킵니다. 이때가 강희제가 16살 되던 해입니다. 이제 모든 권력이 강희제에게 돌아옵니다.                    




[나라 안팎의 골칫거리를 모두 정리하다]

 힘겹게 통치권을 되찾은 강희제. 움츠렸던 뜻을 펴기 시작합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한족 장군 출신 왕들이었습니다. 위에서 설명했듯 청나라는 한족 장군들을 각 지방의 왕으로 임명해 다스리게 했습니다. 왕들은 행정권, 사법권은 물론 막강한 군사도 보유했습니다. 하나의 독립된 국가 수준이었죠. 특히, 운남 지방의 오삼계, 광동지방의 경계무, 복건지방의 상가희는 군사력이 강대했습니다. 청나라 황제도 이들을 제압하려면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였죠. 강희제는 이들을 어떻게든 처리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곧바로 행동에 들어갑니다. 이 세 명을 왕 자리에서 폐위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합니다. 이 왕들이 다스린 지역을 번이라고 불렀습니다. 세 번은 일시에 반란을 일으킵니다. 특히 셋 중에서 제일 강했던 오삼계는 국호를 주라고 하고 황제를 칭합니다.


 청 왕조와 한족 왕들 간의 9년간의 내전이 벌어집니다. 치열한 전쟁 끝에 강희제는 세 번 모두를 싹 쓸어버립니다. 이 과정을 지켜본 다른 한족들도 ‘청나라에 대항하는 것은 무리구나. 이제 청을 우리의 왕조로 받아들이고 복종해야겠다.’고 반발심을 감춥니다. 드디어 중국 전 국토에 강희제의 령이 서게 됩니다.   

  

 여세를 몰아 대외원정을 감행합니다.      


 남쪽으론 바다 건너 대만을 향합니다. 대만에는 정성공이라는 한족이 반청운동을 하고 있었죠. 이들은 대만에 왔던 네덜란드로부터 선진 해양 기술까지 배우기까지 했습니다. 내버려 두었다간 중국 해안을 어지럽히고, 본토의 한족과 내통할 수도 있었습니다. 강희제는 대만으로 대규모 군대를 파견해, 정성공 세력을 일소하고 대만을 청나라 영토로 만들어버립니다.     


 북쪽엔 러시아가 골칫거리였습니다. 만주족의 고향인 만주에 슬금슬금 러시아가 남하하고 있었습니다. 강희제는 군대를 보내 흑룡강에서 러시아와 한판 붙어 그들을 물리칩니다. 그리고 네르친스크조약을 맺어 국경을 확정 지었습니다. 러시아가 두 번 다시 만주를 넘보지 못하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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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podbbang.com/ch/14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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