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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차영수증 May 10. 2024

7년의 모임_#2. 영어의 의미

2. 나에게 영어란? (실제 질문)


 영어는 우리의 언어 교환 모임 안에서만큼은 장난감입니다. 우리는 이 장난감을 통해 서로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고 교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모임 회원 중 대다수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법을 잊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어린아이 때와는 다르게 자기 표현을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 지, 나는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한 방안도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또한 영어는, 1) 한국인의 사회 계층 및 개인의 자존감을 나타내는 지표 2) 언어 지배에 종속도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대다수의 한국인들에게는 영어는 ‘명품’ 같은 존재입니다. 명품을 들고 다니는 이유는 진실로 명품의 아름다움을 이해해서가 아니라, 본인의 사회계층과 자존감을 드러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국의 국민 1인당 명품 소비 지출이 325달러(40만 원)로 세계 1위입니다.) 그래서 TOPTEN 가방을 들고 다니다가 Chanel, Gucci 가방 든 사람들을 보면 자기 가방을 부끄러워하며 가리는 한국인들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어는 학습기간 및 자본 소요도가 다른 정보에 비해 높은 편이고, 지적 능력도 어느 정도 뒷받침되어야 하기에 영어는 한국 사회 계층과 자존감의 지표가 되었습니다.


 저는 모임 내외, 회사, 사회에서 ‘영어를 못 해서 부끄럽다’라는 말을 정말 수없이 들었습니다. ‘언어를 못한다는 게 도대체 왜 부끄러움의 원인이 되어야 하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여러 연구자료를 찾아보고 여러 사람들과의 심도있는 대화를 해보고 나니 통탄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실제로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영어 수준이 높으며, 본인의 자존감이 낮을수록 영어 학습 불안을 더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미 한국에서 영어는 소통수단으로의 용도를 잃게 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저도 XX 씨가가 캐나다, 스웨덴, 호주까지 돌아다니며 살아보고 거기서도 영어를 배웠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 드는 생각은 ‘집안의 돈이 많구나’였습니다. XX 씨가 영어라는 언어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음에도, 여러 연구와 대화를 거쳐온 저에게는 XX 씨의 집안 배경과 사회 계층이 먼저 인식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마 모임 내 다른 분들도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회사나 사회에서 제가 영어를 하는 모습을 보이면 ‘해외에서 살다 왔나봐.’라는 말을 어쩌다 한번 들을 수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저 영어 공부를 위해 해외 나가본 적도 없는데요.’라고 하면 저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더군요.)


 또한 영어가 사회 계층의 지표로 자리잡으면서, 영어에 대한 언어 지배 종속도도 자연스럽게 커지기 마련입니다. (언어 지배는 한 언어가 다른 언어에 대한 우위를 점하면서 생겨나는 현상들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제 예전 일기에도 있으니 Language Dominance라고 Facebook에서 찾아보시면 나옵니다.)


 다른 국내 한국어-영어 언어교환 모임에 가시면, 다들 영어만 쓰려고 하는 현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영어에 대한 사회적 / 국제적 가치가 높다고 인정이 되기 때문이며, 이는 비단 한국 뿐만의 문제가 아니라 베트남, 일본, 타이완 같은 나라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합니다. 모임 운영자가 이런 현상을 방치하여 전부 영어로만 대화를 하게 되고,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은 집단에서 철저하게 배척이 되는 현상을 어디가든지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언어교환 모임인데도 말이죠. XX 씨도 모임에 자주 오셨으니 이런 현상을 보실 수 있으셨을 겁니다.


 우리 모임에서도 이런 현상이 발생을 합니다. 영어 실력이 낮아도 어떻게든 머리 쥐어짜면서 영어를 하려는 한국인들과, ‘나는 긴장되어서 / 불안해서 / 한국어가 불편해서 한국어 못 하겠다. 그냥 영어 할래.’라고 말하면서 한국어 단어 하나도 안 찾아보려는 외국인들의 대비되는 모습을 볼 때, 마음이 찢어집니다. 저는 이것이 비단 감정의 문제라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만약 한국어가 우위의 있는 언어라고 인식이 되었다면, 외국인들이 오히려 머리를 쥐어싸매고 한국어 단어 찾아보면서 말을 하려고 했겠죠. (국내 한국어-중국어 모임에 가시면 반대 현상을 보실 수 있는데, 중국인들은 어떻게든 한국어를 하려고 하고, 한국인들은 중국어 단어 하나도 안 찾아보면서 중국인들이 한국어 말할 때까지 도와주지도 않고 가만히 있습니다. 여기서는 한국어가 우위를 점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회사였다면 그런 태도를 보이는 외국인에게 바로 지적을 했을 것입니다. 지금 당신 앞에 있는 한국인들이 노력하는 모습 안 보이냐고. 그런데 나는 왜 단어 하나도 안 찾아보면서 네 사정만 운운하며 저 사람의 태도를 무시하냐고. 그러나 저는 그 분들에게 뭐라고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 직접적으로 말은 못 하고 있기는 합니다. 그냥 마음이 쓰립니다. 하지만 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도 찾아봐야 한다는 생각은 잊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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