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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hwan May 02. 2017

실리콘밸리 디자이너 취업기 (2)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지난 1편의 글에 이은 2편입니다.)



디자이너와의 두 번째 화상 인터뷰


리쿠르터와의 첫 번째 인터뷰를 무사히 마치면 디자이너와의 인터뷰가 기다리고 있다. 회사마다 다르긴 하지만 여기서는 좀 더 일반화해서 이야기하기로 한다.


이 단계의 목적은 본인의 역량을 인터뷰어(Interviewer)에게 어필하는 것이다. 인터뷰어는 나중에 회사에 입사하게 된다면 함께 일하게 될 사람이므로, 그들에게 '당신과 같이 일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이 성패의 관건이다. 회사마다 인터뷰 포맷이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무조건 하는 것은 그간 했던 작업에 대한 내용을 리뷰하는 것.  보통은 후보자의 포트폴리오 웹페이지를 각자 화면에 띄워두고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때로는 행아웃(Hangout)이나 스카이프(Skype)를 이용해서 컨퍼런스콜을 한 뒤 screen-share 기능을 사용해서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한다.  


여기서 흔히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는데, 우리는 종종 인터뷰를 하게 되면 의욕이 앞서서 내가 얼마나 좋은 작업을 했으며, 내가 얼마나 훌륭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는 점이다.  앞서 말했지만 인터뷰어들은 후보자가 '얼마나 잘난 사람인가'를 알아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랑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알아보려 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인터뷰어와 그 회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역량이 분명하게 보여서 '내가 당신이 찾는 그 인재입니다'라고 설득이 되어야 한다.  입사하고자 하는 포지션에서 원하는 능력, 프로세스, 경험에 대한 설명을 그들의 언어로 설명해야 한다.


규모가 큰 회사의 경우 보통 동일 레벨의 디자이너와 인터뷰를 먼저 하고 나중에 매니저급이랑 진행한다. 앞선 인터뷰에서는 co-worker로써의 자질(디자인 능력 및 팀워크 능력)을 주로 판단받게 되고, 매니저와의 인터뷰 때는 후보자의 부하직원으로서의 역량, 협업 태도, 리더십, 성장 가능성을 판단받게 된다.  보통은 1명당 45분씩 2회를 연이어하게 되고 (중간에 휴식 15분), 인터뷰 결과는 2~3일 후면 처음에 연락했던 리쿠르터로부터 이메일로 받게 된다.




Design Exercise


디자이너와의 인터뷰가 성공적으로 마쳤으면 이제 반은 건너온 셈이다.  회사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디자인 실기과제(Design Exercise)가 주어지는 곳도 있다. Design Exercise는  본인이 인터뷰 시에 설명했던 능력, 보여줬던 포트폴리오의 작업물이 본인이 했다는 것을 정해진 시간 내에 증명하는 단계다.  물론 포트폴리오에 있는 작업물의 퀄리티만큼은 최소한 나와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 필드에서 일하게 되면 모든 프로젝트는 due-date이 있기 때문에, 이번 design exercise 역시 주어진 시간 내에 빨리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일정 연기도 가능하다.  'xx시간(또는 x일) 동안에 작업하시오'라고 가이드라인을 주긴 하는데, 실제로는 정해진 시간을 넘겨 공을 들여 작업해서 제출을 한다. Take home 과제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본인이 사용한 시간에 대해서는 모르니, 가능한 한 시간을 많이 써서 작업물의 퀄리티를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과제의 질문에 대해서는 'Re-design alarm clock', 'Re-think TV remote contoller'와 같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해서 재해석하는 과제들이 보통 주어진다. 그리고 디자이너를 뽑을 때는 매체에서 가끔 접하는 '구글 채용 면접 시에 답하기 어려운 질문 11가지'와 같은 난해한 질문은 안 물어보는 편이다.




On-site 인터뷰


한국 대기업에서 디자인을 채용할 때는 일반적으로 '서류전형 - 인적성검사(예를 들면 삼성의 SSAT) - 실기시험 및 프레젠테이션 - 임원면접' 이 대표적인 프로세스인데, On-site 인터뷰라고 부를 수 있는 임원면접은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약간 형식적인 면이 짙다.  3-4명의 임원들 앞에 후보자가 앉아서 몇 가지 형식적인 대답을 하는데, 크게 결격 사유만 없다면 거의 합격이라고 봐도 무방한 단계이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on-site 인터뷰는 굉장히 intensive 하다.  하루 동안에 약 3~4차례의 인터뷰를 각각 한 시간씩 돌아가면서 한다.  처음에는 4-5명의 다양한 스펙트럼의 디자이너들을 모아놓고 40분 정도의 포트폴리로 발표를 마치게 되면 디렉터급의 디자이너, 함께 일하게 될 개발자, 마케터, 매니저 등등 순차적으로 함께 1:1 인터뷰를 진행한다. 그들의 평가를 종합해서 일정 점수 이상을 넘어야 그제야 Job offer를 리쿠르터 통해서 받게 된다.


이때는 솔직히 뭔가를 더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보다, 편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그대로를 즐기다 온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이 단계까지 왔다는 것은 일단 디자인 실력에 대해서는 검증이 끝난 시기이고, '함께 일할 만한 사람'인지 판단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태도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물론 회사마다 이 단계에서 간단한 Design Exercise를 해야 하는 곳도 있긴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물에 대한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다. 워낙 여러 사람과 긴 시간을 만나야 하고 대화를 해야 하므로 체력 소모도 상당하기 때문에 미리미리 체력적으로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




s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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